울산 현대중공업 내 임야에 들어선 크레인 모습
[일요신문] 정민규 기자 = 현대중공업(고문 정몽준)이 운영하는 국내 최초의 현대식 조선소가 무려 45년간 준공인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목이 엄연하게 산으로 된 곳을 공장용지로 점용하고 있는데 따라, 불법행위 논란이 일고 있다. 부강한 국가경제의 초석을 다지는데 이바지한 고 정주영 회장의 명예에 먹칠을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황무지 울산 미포지역에 500원짜리 지폐 하나로 조선소를 만든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일화다. 이로 인해 조성된 울산·미포산업단지는 이후 이 나라를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는데 이바지했지만 현재 미준공 상태로 그대로 남아 있다. 아직도 공사 중인 국가산업단지인 것이다.
이러한 일이 가능한 것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조선소가 없는 상태에서 조선설비 등을 함께 건설할 수 있도록 만든 산업입지법에 사업시행자를 위한 특례 조항이 마련된 탓이다.
국가산업단지 조성사업은 부지정지작업을 하는 토목공사로 토지 조성이 끝나면 준공인가를 받아 건축물 등 시설물을 설치할 수 있으나, 산업단지는 준공을 받지 않아도 사업시행자가 얼마든지 생산활동을 할 수 있도록 관련법에 의해 특혜를 누리고 있다.
바로 이 같은 허점을 악용한 사례는 국가 전체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사업시행자가 산업단지를 조성한 이후 준공을 받는 대신 허가관청에 개발계획 변경을 신청해 사업기간을 지속적으로 늘리는 수법으로 준공을 미루는 게 현실인 것이다.
모든 국가사업이나 민간사업에는 사업기간이 명시돼 있다. 부득이 한 경우에 한해 기간을 연장해 주고 준공인가를 받은 후 토지 및 설치한 생산시설물을 사용하는 것이 기본이다.
산업입지법에는 개발을 완료했을 때에는 지체 없이 실시계획승인권자에 준공인가를 받아야 하고, 준공인가 전에는 용지나 시설물을 사용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해당 법률 특례조항에는 허가관청의 승인만 있으면 개발사업에 지장이 없을 경우 사업 시행자가 얼마든지 준공 전에 시설 사용이 가능토록 돼 있다. 사업시행자의 원활한 생산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입법취지에서다.
현대중공업은 이 같은 조항을 악용해 개발계획(실시계획) 변경을 통해 사업기간을 연장하는 수법으로 준공을 계속 미뤄왔다. 그 기간도 무려 반세기에 육박하는 45여년에 이른다. 특히 준공을 받지 않으려고 사업기간을 연장한 개발계획 변경은 무려 28회 이상인 것으로 추산된다.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가 준공인가를 받지 않을시 법이 정한대로 이를 감독하는 국토교통부장관, 해양수산부장관, 울산광역시장 등은 인가·승인 또는 지정 취소, 공사 중지 등 조치를 취하는 것이 맞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특히 실시계획승인권자인 울산광역시장은 무슨 영문인지 45년간이나 현대중공업의 이 같은 속보이는 행위에 동조하고 방조해왔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현대중공업 소유인 준보전 산지인 임야 12필지(미포동 151-3, 4-10, 1-15, 1-14, 1-6, 1-8, 1-5, 1-10, 6-72, 234-5, 151-3, 247-1)가 지목변경도 하지 않은 채 조선기자재를 쌓아두는 야적장으로 활용되는 것이 확인됐다. 미포산업단지 내에 불법행위가 전 부분에 걸쳐 만연한 셈이다.
이러한 국가산단의 불법행위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보편타당한 행정을 기대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일반 국민은 주택을 지어도 준공이 되지 않으면 재산권 행사 및 그 주택에서 생활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국가산단은 그러한 제재를 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부여받은 곳이 되고 말았다.
국가가 울산·미포국가산업단지에 베푼 특혜는 분명 국민에게서 나온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일반국민은 상상도 못할 비도덕적인 행위를 반복적으로 자행해온 것은 국민을 욕보이는 짓이므로 하루 속히 잘못을 가려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관련 내용에 대한 질문에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짤막한 해명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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