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의 탈세의혹을 조사한 곳은 대전지방국세청 감사실. 대전지청 감사실은 현대오일뱅크가 1995년~99년까지 5년간 법인세 37억여원을 탈세했다고 발표했다.
대전지청 감사실의 주장에 의하면 현대오일뱅크는 자회사인 (주)현대정유판매로부터 받을 유류납품대금 4조5천억원을 대여금으로 처리한 뒤, 이자를 받았다는 것. 그러면서 현대오일뱅크는 납품대금과 맞먹는 자금을 은행에서 대출해 운영자금으로 쓰고, 이에 대한 은행이자는 영업비용으로 처리해 이자분 만큼 법인세를 면제받았다는 게 대전지청의 주장이었다.
사건 직후 대전청 감사계장 한 아무개씨에 대한 감찰반의 불법연행 소동 등이 벌어진 것. 감찰반에 연행된 한씨의 경우 현대오일뱅크의 탈루 혐의를 적발, 과세 정당성을 요구했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그동안 국세청 내부 감사 등을 이유로 사실상 표면화되진 않았다. 그러다가 최근 당시 이 사건을 담당한 대전지청 관계자들과 경실련 등 시민단체가 의혹을 제기하면서 다시 터져나왔다.
이강원 경실련 국장은 “이 사건은 국세청 본청이 대전지청 감사실의 정당한 감사 행위에 대하여 압력을 행사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 현대오일뱅크의 탈세 공방의 핵심은 현대오일뱅크가 유류납품대금을 받지 않고 빌려준 것으로 처리한 부분. 사실상 계열사 편법지원이 아니냐는 것이다.
국세청 본청과 회사측은 이를 대여금으로 인정하고 이자수입 등을 업무비용 처리할 수 있다는 주장인 반면, 대전지청 관계자들은 업무비용 처리대상이 아니어서 탈세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경실련은 “세법 제18조3의 제1항 3호에 따르면 판매대금으로 볼 경우는 회사의 수익으로 인정되지만 대여금으로 인정하면 업무 비용으로 처리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며 “그동안 업무비용으로 처리해 세금을 탈루했다”는 주장이다.
반면 국세청은 “현대측이 은행에 지급한 이자 비용은 정당한 업무비용이므로 세금면제 대상이다”고 맞서고 있다. 이에 대해 박병태 회계사(서울 반포)는 “편법처리된 이자지급을 업무비용으로 처리해준다면 대기업들이 은행에 돈을 빌려서 자회사에 돈을 빌려주는 형식의 경영 행태를 억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당시 대전지청의 감사에 대해 현대오일뱅크측이 ‘과세전 적부심사청구’에 나서자 국세청 본청은 예규까지 만들어 대전지청에 직권취소를 명령했다는 게 경실련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회계 전문가들은 “기업이 적부심사청구를 제기할 경우 국세청은 외부전문가와 내부직원들로 위원회를 구성해 심의하는 것이 관례인데, 국세청이 위원회 구성 자체를 차단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통상적으로 감사 기간은 착수부터 종결까지 2개월 정도로 마무리되는 것이 원칙인데, 이 사건의 경우 9개월이나 걸린 점도 의구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국세청은 “정확한 회신을 위해 동종업계 기업들의 거래실태 등을 면밀히 수집 분석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적극 해명했다.
또다른 의혹은 당시 현대오일뱅크 감사에 관계했던 직원들 중 상당수가 이 사건이 발생한 시점을 전후해 퇴직 또는 전보된 부분. 처음 이 사안을 문제삼은 것으로 알려진 나아무개 감사계장은 2001년 9월 명예퇴직했고, 감사계장 한 아무개씨는 대구청 영덕세무서로 발령이 났다.
한씨는 “당시 내 뒷조사를 위해 국세청 고위층의 조카인 A씨를 반장으로 하는 특별감찰반을 편성, 나를 24시간 감시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한씨와 함께 감사실에 근무했던 관계자들도 지난해 10월 다른 일선 세무서에 전보 조치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송 아무개 전 대전국세청 감사관 또한 뚜렷한 이유없이 지난해 9월 갑작스레 사퇴했다.
한편 현대오일뱅크측은 “국세청이 이미 유권해석을 내려 논란의 여지가 없는 적법한 행위임을 인정하고 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