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 정부는 빅데이터 활성화 및 개인정보 보호 강화를 위해 당시 행정자치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6개 부처가 합동으로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라 비식별화 조치한 개인정보는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기업 마케팅 등에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이 비식별화 조치를 지원하는 전문기관으로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정보화진흥원, 신용정보원, 금융보안원, 사회보장정보원,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을 지정한 바 있다.
검찰 불기소 결정서. 자료=김경진 의원실
그러나 2017년 11월 시민단체는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빅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한 20개 기업과 비식별화 조치 전문기관 4곳을 개인정보보호법 등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법적 효력이 없는 가이드라인에 근거해 개인정보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이후 관계부처·기관 및 기업에서는 개인정보 비식별화 및 비식별 정보의 결합·활용 등과 관련한 일체의 활동이 중단되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경진 의원이 개인정보 비식별화 조치 지원 전문기관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가이드라인이 제정된 2016년부터 현재까지 해당 기관들이 수행한 비식별 정보의 결합은 불과 16건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데이터가 핵심 성장 동력인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선진국과 글로벌 기업들이 발 빠르게 빅데이터 시장 선점을 위해 움직이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개인정보 보호 정책과 이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면서 비식별을 통한 개인정보 활용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 활동 후 비식별 조치된 데이터의 활용을 위해 가명정보 개념을 도입한 개인정보보보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에 막혀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이다.
그러나 검찰이 지난달 시민단체가 고발한 이 사건을 무혐의 처분하며 그동안의 논란을 종식시켰다. 검찰은 빅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한 24개 기관·기업들이 취급한 비식별 정보 결합물은 ‘개인정보에 암호화 등 적절한 비식별 조치를 취해서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으므로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개인정보가 아니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한 해당 기관·기업들의 행위는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에 따라 행해져 절차적 문제도 없다고 본 것이다.
이게 김경진 의원은 “인공지능, 스마트시티, 헬스케어, 자율주행차 등 최근 화두로 떠오른 4차 산업혁명 시대 신산업 분야는 모두 풍부한 양질의 데이터 확보가 핵심이다”고 하며 “검찰의 무혐의 처분이 나온 만큼 이제 정부, 전 부처는 개인정보 유출·침해의 역기능은 최소화하면서도 비식별 정보, 가명정보 등 안전한 개인정보의 활용에 적극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