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역 확산으로 인해 주민들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는 대전시 유성구보건소
[일요신문] 대전시와 방역담당 기관들이 어린이들은 물론 청년층까지 확산되고 있는 감염병 홍역으로 인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로 감염병의 무서움을 절실히 체감했던 대전 시민들은 이번 홍역 확산에 대해 당국이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느끼지 못한 채 미온적으로 대응해 화를 키운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홍역 확산으로 인해 허태정 대전시장은 당초 14일 미국으로 출국할 예정이었던 일정을 미루고 15일 긴급 현안회의를 열어 홍역 확산방지 현황 등을 점검하고 빈틈없는 방역체계 마련을 당부했다.
허 시장은 “다행히 지난 주말 더 이상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으면서 진정국면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홍역검사 대상자가 남아있는 만큼 긴장을 늦추지 말고 총력 대응하라”며 “다문화가정 구성원과 보육교사의 홍역 예방접종이 2차까지 완료됐는지 체크하라”고 지시했다.
또 “이번 홍역 발병과정에서 보고의무와 절차에 관한 대응 미흡으로 문제가 커졌다는 지적이 있다”며 “법적 의무보다 더욱 꼼꼼한 감염병 대응시스템을 만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15일과 16일에 각각 2명과 17일 1명의 홍역 확진자가 추가로 발생해 허 시장의 진정 국면 운운은 희망 사항이 되고 말았다.
허 시장은 이에 앞서 지난 10일 홍역 확산을 막기 위한 초동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에 “아기를 둔 가정에 걱정을 끼쳐드려서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빠른 해결을 약속한 바 있다.
그는 “타 지역이나 자치구의 종합적인 통계가 제대로 확인되지 못한 실수가 있었으나 부시장을 중심으로 일일 점검을 하고 5개구 보건소와 대전시가 공동대책회의를 갖고 있다“면서 ”공직자들에게 시기별로 발생한 환자 수와 접촉자들을 어떻게 파악하고 관리하고 있는지 대응책을 찾으라고 지시했다“고 말한 바 있다.
17일 홍역 추가 확진 환자는 생후 8개월 남자 아이로 이번 홍역 사태의 진원지인 유성구 소아전문병원에 최근 입원·외래 진료를 받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현재 전체 확진자 중 2명은 계속 입원 중이며 4명은 자택 격리, 안정기에 접어든 12명은 격리에서 해제됐다.
시는 홍역 바이러스 전파 차단을 위해 선별진료소를 기존 대학병원 7곳 등과 2개구 보건소(동구, 유성구)에서 5개 보건소로 확대했다.
대전시와 질병관리본부는 지난달 28일 첫 홍역 확진환자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7일에야 홍역 발생 사실을 언론 브리핑을 통해 주민들에게 알렸다.
또 첫 확진환자 발생일도 2일로 잘못 발표했고, 환자와의 접촉자도 135여명에 불과하다며, 홍역 환자 진료 병원 이름조차 밝히지 않는 등 초동 대처에서 메르스 사태 당시의 실수를 되풀이했다.
이번 홍역 사태를 되짚어 보면 최초 환자에 대한 홍역 확진 판정은 지난달 28일 대전보건환경연구원에서 내렸으나, 대전시는 7일에야 충남 공주시에 주소지를 둔 생후 7개월 여자 아이가 2일 홍역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시는 어머니와 함께 홍역 유행국가인 베트남을 다녀온 이 아이는 귀국 후 발열 증세 등으로 지난달 23~27일 이 소아전문병원에 입원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후에 대전시는 이 아이의 홍역 확진 날짜를 2일에서 지난달 28일로 5일 앞당겨 정정했다.
5일간의 공백에 대해서는 “현 체계상 보건환경연구원에서 확진자 정보를 시스템에 입력해 환자 주소지의 보건소에 통보를 하고, 환자는 공주시가 관리를 함으로 인해 홍역 확진 판정일에 혼선이 있었던 거 같다”고 변명했다.
감영병 환자가 발생했음에도 홍역의 사망률이 낮은 점 등을 이유로 대전시와 질병관리본부 등이 신속한 대응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확진일이 주말과 휴일이었던 점도 방역 기관의 초동 조치가 늦어진 원인일 수도 있겠지만 처음 발표 당시 접촉자는 모두 135명이라던 것이 17일 현재 2081명으로 불어났고, 확진자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안일한 생각으로 감염병 초동 대응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대전은 2015년 5월 186명이 감염돼 38명이 사망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지역 경제가 휘청거릴 정도의 타격을 받은 전력이 있다.
메르스 사태 극복 유공자에 대한 정부의 표창에서 최고의 서훈들을 대전 지역 의료인들이 차지할 만큼 감염병의 홍역을 앓았지만 교훈은 얻지 못한 모양이다.
전임 대전시장의 한 특별보좌관은 “대전은 2015년 5월 186명이 감염돼 38명이 사망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세 번째로 감염확진을 받고 환자가 사망한 지역으로 사실상 메르스 사태의 한 가운데에 있었던 곳”이라며 “그런 상황을 겪었음에도 감염병 대응체제가 개선되지 않은 채 아직도 이원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것은 한심하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육심무 기자 ilyo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