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6 참모그룹의 양대축인 안희정 부소장(왼쪽)과 이광재 실장이 최근 나라종금 사건 등과 관련, 언론의 집중공격을 받으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 ||
새 정부 출범 초부터 일부 보수언론과 야당은 물론 여권 내에서조차 공세의 타깃이 되어온 두 사람이 최근 나라종금 퇴출저지 로비 사건과 ‘청와대 직원 사칭 이메일’ 발송사건, 대인관계를 둘러싼 의혹 등이 불거지면서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때마침 서동구 전 KBS 사장 임명 파동 등을 통해 노 대통령 일부 측근들의 행태에 대한 비판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두 사람의 처지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주목되는 것은 아직 ‘물밑논의’ 차원이긴 하지만 여권 핵심관계자들로부터 두 사람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 비록 이들에 대한 ‘흠집내기’가 노무현 정권에 적대적인 일부 세력의 악의적 의도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긴 하지만 계속 확대재생산될 경우 국정운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읍참마속’의 견지에서 ‘털고 가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386 참모그룹들은 “근거도 없는 공세에 휘둘려 생사고락을 같이해 온 동지들을 내치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강력반발하고 있어 두 사람의 거취 문제가 여권 내 권력투쟁의 새로운 계기로 부상하고 있다.
먼저 안 부소장의 경우 나라종금 김호준 전 회장측으로부터 지난 99년 6월에 받은 2억원을 둘러싼 논란으로 활동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 안 부소장은 문제의 2억원을 김 전 회장의 동생이자 대학 선배인 효근씨로부터 자신이 운영하던 생수회사 `오아시스 워터’에 대한 투자금 명목으로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몇 가지 의혹으로 인해 곤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대선 당시 제기된 금품 수수 의혹에 대해 안 부소장이 최근까지 이를 전면부인해 왔고 ▲2억원을 전액 현금으로 받았다는 점 ▲돈을 준 보성그룹 최아무개 이사와 받은 안 부소장이 말하는 ‘전달 장소’가 다르다는 점 ▲금품이 오간 데 따른 별도의 영수증이 존재하는지 여부 등은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 사건의 내용과 성격을 규정짓는 결정적 계기가 되리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2억원이 오간 데 대해 노 대통령이 이를 어느 시점에 인지하고 있었으며 또 이 돈의 사용처와 관련해 연관이 있는지 여부도 쟁점이다.
이에 대해 안 부소장은 “2억원은 생수회사 투자금일 뿐”이라며 “검찰이 소환하면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다 밝힐 것이며 문제될 것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또 당시 정황을 잘 알 만한 위치에 있는 인사들도 같은 주장을 펴고 있다.
청와대의 한 386 인사는 “돈이 오간 99년 6월에 안 부소장은 생수회사에만 매달렸을 뿐 당시 노 대통령이 16대 총선 부산 출마를 선언한 후 그 준비작업에 몰두했던 캠프와는 별다른 관계를 맺지 않고 있었다”며 “일부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내가 알고 있는 한 2억원이 생수 투자금이라는 사실 관계를 밝히는데 전혀 이상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노 대통령이 나라종금 건에 대해 “만약 내가 (수사에) 걸림돌이라면 전혀 그러한 정치적 고려를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고 강금실 법무부장관까지 “(나라종금 수사에) 검찰과 나의 명예와 목숨이 걸려 있다”고 강조한 터에 검찰이 안 부소장의 주장이 사실임을 확인한다고 해도 여론의 의구심이 가라앉겠느냐는 우려라 하겠다.
이를 두고 노 대통령의 한 386 핵심측근은 “한마디로 일이 꼬여버렸다. 이대로라면 검찰이 안 부소장의 주장이 진실임을 밝혀도 제대로 받아들여지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안 부소장도 이 같은 점 때문에 대외활동을 전면중단한 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 부소장은 지난 7일 밤 부친상을 당한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의 보좌관인 K씨의 상가에 조문차 갔다가 다른 386 참모들에게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토로한 바 있는데 상주인 K씨는 “안 부소장이 마음 고생이 심해서인지 얼굴이 ‘삼분의 일쪽’이 됐더라”고 전했다.
청와대의 한 386 인사는 “내년 총선 출마를 준비중이었던 안 부소장이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돌아가는 작금의 상황에 대해 심경 정리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으며 특히 노 대통령과의 관계 및 자신의 향후 정치적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은 것으로 보였다”고 덧붙였다.
이광재 실장의 경우 아직 안 부소장처럼 문제가 전면화되지는 않았지만 그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란 핵심요직을 맡고 있는 탓에 도처에서 받는 견제의 강도는 안 부소장보다 더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일부 언론을 중심으로 이 실장을 겨냥한 공세가 본격화된 상황. 이미 지난달 하순 이 실장을 사칭한 정치컨설팅 업체의 한 간부가 공기업 임원들에게 인사 관련 자료를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요구한 사건이 일부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된 데 이어 이번에는 나라종금 건과 관련한 의혹이 역시 일부 언론을 통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나라종금 관련 의혹은 한 신문이 민주당 고위 관계자의 증언을 빌어 ‘안 부소장이 김 전 회장측으로부터 받은 2억원이 노 대통령의 또 다른 측근 A씨에게 전달됐다’는 것이 요지로 기사내용은 익명처리를 했지만 A씨가 이 실장임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만약 보도가 사실이라면 2억원이 생수 투자금이라는 안 부소장의 주장이 거짓임이 드러나게 돼 문제의 돈이 야당 등 일각의 주장대로 로비 또는 정치자금으로 사용됐을 것이란 의혹이 결정적으로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이 실장은 “(그 같은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만일 이 부분에 대해 의혹이 있다면 검찰 조사를 받을 용의가 있다”며 반박하고 청와대 문재인 민정수석도 “(2억원이 이 실장에게 전달됐다는 설은) 아주 악의적인 얘기로 우리가 파악한 바로는 그런 내용이 없다”고 해명해 일단락된 상태.
그러나 주목되는 것은 이번에도 그동안 이 실장과 관련한 각종 루머에 직·간접적으로 개입됐던 K씨와의 관계가 언급됐다는 점.
서울시 고위간부 출신에 ‘최규선 게이트’에 일정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K씨는 이 실장과 지난 90년대 초반 이후 조순 전 서울시장 캠프에서 함께 활동하는 등 각별하게 지내온 것으로 알려진 인물.
K씨는 최근 “이 실장과 대선 이후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며 두 사람을 둘러싼 항간의 의혹을 부인했지만 정치권에서는 각종 구설수에 단골로 거명되는 K씨와의 과거 인연 때문에 이 실장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최근 이 실장과 관련해 인사개입설 등 각종 루머가 끊이지 않자 여권 핵심부 일각에서 이에 대한 대책을 모색중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노 대통령의 한 핵심측근은 “이 실장을 둘러싼 소문의 진위여부를 떠나 보수언론들의 공세가 계속되면 국정운용에 부담이 됨은 물론 정치인 개인으로서도 회복불능의 데미지를 입을 수 있다”며 “이 실장 거취에 관한 내부 논의과정에서 일단 국정상황실장 자리를 내놓고 해외로 유학을 보내 이 실장을 보호하자는 얘기가 나온 상태”라고 밝혔다.
또 노 대통령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한 원로인사도 최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이른바 ‘젊은 측근’들의 문제를 가급적 이른 시일 내에 정리할 것을 노 대통령에게 권고하겠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박영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