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사진=최준필 기자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배준현)는 21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국고 등 손실) 방조 혐의로 기소된 김 전 기획관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검찰과 변호인 양측이 항소심에서 새로 낼 증거가 없는 상황인 만큼 이날 변론을 종결하고 오는 7월 4일 선고를 하기로 했다. 1심에서 김 전 기획관은 뇌물 방조 혐의에 대해 무죄, 국고 손실 방조 혐의는 공소시효 만료로 면소 판결을 받은 바 있다. 항소심에서 검찰은 김 전 기획관에 대해 1심과 같이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김 전 기획관은 이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재판부의 물음에 “제가 건강이 안 좋아서 재판에 나오는 것을 좀 못했습니다. 그래서 죄송하게 합니다”라며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고, 그래서 자숙해서 살아왔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김 전 기획관은 지난 기일 두 차례 모두 불출석했다. 지난달 23일에는 장남이 나와 “(아버지가)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 기력을 회복한 후에 건강한 모습으로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요청했다. 이날 공판은 약 한 달 만에 열린 것이다. 재판이 끝난 뒤 김 전 기획관은 “이 전 대통령 측 재판에 출석할 건가”, “일부러 피하는 건가” 등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않고 법원을 빠져나갔다.
김 전 기획관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4~5월과 2010년 7~8월께 김성호·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에게 국정원 특활비 각 2억 원씩 총 4억 원을 받아 청와대에 전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한편 이날 김 전 기획관이 자신의 재판에 모습을 드러내자 이명박 전 대통령 측도 발빠르게 대응했다. 김 전 기획관을 반드시 증인으로 부르겠다는 입장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이 사건 공소사실 전반을 관통하는 큰 줄기가 김 전 기획관의 진술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40년 지기이자 ‘집사’로 불렸던 김 전 기획관에 대해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에게 일부 불리한 진술을 하며 사실상 등을 돌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1심 과정에서 공개된 김 전 기획관의 검찰 진술조서와 자수서 등에는 이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 과정을 보고 받으면 이를 승인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자신의 항소심 재판부에 김 전 기획관이 본인 재판에 나온 것이 확인됐고, 소재가 파악된 만큼 증인신문 기일을 다시 잡아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요청을 받아들여 오는 24일 오전 10시에 김 전 기획관에 대한 증인신문 기일을 지정했다. 이날 김 전 기획관이 나오면 증인 소환 7차례 만에 출석이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