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 외사과 국제범죄수사대는 20대 중국인 마약 제조기술자 A 씨와 제조에 필요한 비용과 도구를 제공한 40대 대만인 B 씨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이 이들에게서 압수한 마약은 3.6㎏이다. 12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금액으로는 120억 원에 달한다.
서울 종로구의 한 호텔에서 중국인 A 씨가 창문을 열고 마약을 제조하고 있다. 사진=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제공
A씨는 지난달 14일 관광 비자로 입국한 뒤 서울 종로의 한 호텔에 투숙하며 필로폰을 제조한 혐의를 받는다.
통상 필로폰은 제조 과정에서 인체에 유해한 유독 가스가 배출되고 특유의 악취까지 있어 도심에서 떨어진 변두리나 폐가 등에서 제조되는 경우가 많다. 시간도 한 번 제조에 3∼4일이 소요된다.
그러나 A씨는 신종 제조기술을 활용해 고도의 환기시설 없이 호텔 방 창문만 열고도 외부에 발각되지 않았다. 필로폰 제조 시간도 약 30시간으로 단축했다. A 씨는 방 안의 제조 도구가 발각되지 않도록 한 달 가까이 호텔 직원의 청소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같은 호텔에 머무는 손님들도 마약 제조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며 “다만 제조 과정에서 전력에 과부하가 걸려 호텔이 한 번 정전이 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그밖에 외국인 기술자가 국내를 마약 제조 거점으로 삼았다는 점도 이번 사건에서 특이한 점으로 꼽는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가 압수한 증거품. 사진=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제공
이번 수사는 국가정보원 첩보로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경찰은 국세청·관세청과 공조를 통해 A 씨가 머문 호텔 잠복에 들어갔다. 경찰은 A 씨가 방안에서 창문을 열고 마약을 제조하는 모습 등을 확보했고 현장에서 검거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도구를 공급한 B 씨의 주거지를 급습해 붙잡았다.
A 씨와 B 씨 두 사람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으며 해외에 있는 윗선으로부터 비밀 메신저로 지시를 받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B 씨가 머물던 집 주인이자 B 씨 친구인 C 씨도 마약 투약 혐의로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 일당은 혐의를 인정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수사한 결과로는 유통은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이 정도 제조량이라면 국내 유통망도 갖춰져 있을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국내 유통경로 및 추가 혐의자를 계속 후속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