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IT) 기술과 장비의 발달로 회사가 마음만 먹으면 사원들의 동선 등 위치 정보를 얼마든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대를 맞았다.
휴대폰 위치 정보 앱과 차량 위성항법장치(GPS) 가동.
회사의 사원 위치 추적 논란은 2000년대 초반 첨단 휴대 이동통신 장비인 개인휴대단말기(PDA) 사용이 사원들에게 도입되면서 부터다. 이를 도입한 회사들은 PDA를 통해 영업사원들은 현장에서 주문, 수금, 거래내역 뿐만 아니라 영업일지 작성과 본사와 업무 연락 등을 처리할 수 있게 됐다며 사용을 장려했다. 하지만 회사가 사원들의 동선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시에도 인권침해 논란이 식지 않았다.
이제는 스마트폰, 태블릿PC, 위성항법장치(GPS)의 발달로 회사는 신속하고 간편히 사원들의 위치 정보를 알 수 있게 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도입된 주 52시간제로 많은 회사들이 타이트해진 근로시간을 효율적인 근로감독을 명분으로 사원들의 위치 정보를 알아내려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통적으로 영업사원들의 외근이 많은 제약, 식품업계 상당수 기업들에서 이러한 경향은 뚜렷하다. 하지만 사원들은 지나친 노동 감시이자 사생활침해라며 반발하며 회사와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위치 정보 수집은 영업사원에게 지급한 업무용 휴대전화나 태블릿PC에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앱을 깔거나 영업사원 차량에 GPS 장착을 통해 가능하다.
앱의 경우 사원들이 거래처를 방문했을 때 키고 업무를 마친 후에 다시 종료하면 회사는 사원들의 거래처 방문 여부와 근무시간을 알 수 있다. 차량에 GPS를 장착하면 앱에 비해 보다 간편히 회사는 실시간으로 사원들의 동태를 파악할 수 있다.
최근들어 창사 이래 위치 정보 수집에 나선 기업들이 꽤 있다. 이들 기업은 영업사원들과 갈등 심화란 통과의례를 겪어야 했다. 위생업체 A 사는 지난해 가을 영업사원 등에게 지급하는 회사 차량에 GPS를 장착하는 것 외에도 업무용 휴대전화에 위치 정보 앱을 깔게 해 논란을 증폭시켰다. 특히 A 사는 몇 해 전 설립된 강성노조와 갈등을 빚었다.
지난해 겨울 식품업체 B 사는 영업사원들의 개인 차량에 GPS를 장착하도록 방침을 정했다. B 사는 영업사원들에게 유류비를 실비 정산하는 특성상 유류비 횡령 사고를 막고 거래처 방문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도입햇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상당수 B 사 영업사원들은 “그것도 회사 차량 아닌 개인차량에 왜 GPS를 깔아야 하느냐”며 반발했다. 회사는 GPS 장착에 불응하는 것은 유류비 횡령을 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며 영업사원들을 압박했다. 이달 현재 A 사와 B 사는 갈등 끝에 회사는 영업사원들의 위치 정보를 제공받고 있다.
위치 정보 수집·이용 동의서 샘플.
국내 제약사 C 사는 올봄 영업사원들에게 지급하는 업무용 태블릿PC에 위치 정보 앱을 깔게 하라고 하면서 내분을 겪었다. C 사는 “태블릿은 업무 간소화를 위한 도입일 뿐이고, 동의서는 보안프로그램을 각 태블릿 PC에 받기 위한 필요 절차로 대다수 제약사들에서 일반적으로 행해지고 있다”며 강변한다.
다국적 제약사인 D 사는 올봄 영업사원들의 태블릿PC에 회사시스템에 회사 소개 내용 등을 의무적으로 장착하게 했다. 이를 통해 사원들의 동선과 시스템 이용시간 파악까지 가능하게 돼 감시 논란이 일고 있다.
회사가 사원들에 대한 위치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불법일까. 현행법에는 회사가 사원들로부터 위치 정보와 관련해 동의를 받으면 불법이 아니다. 근로기준법에는 위치추적에 관한 규제 조항도 없다. 당사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위치 정보를 수집·이용하거나 제공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을의 입장인 사원은 반발하면서도 위치 정보를 수집하겠다는 회사의 방침에 동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까운 사례로 국내 대형 제약사 E 사는 2017년 영업사원들에게 업무용 태블릿PC를 지급했는데 사원들이 기기 개통 과정에서 위치정보 수집 동의를 받으면서 내분을 겪었다. 동의서에 보안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위해 태블릿PC의 고유 식별 주소와 위치 정보를 수집돼 회사에 제공된다고 명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일부 제약회사들은 사원들이 반발하자 지급하는 태블릿PC에 위치 정보 수집 기능을 삭제하기도 했다. F 사 관계자는 “영업사원에게 지급한 태블릿 PC에 논란이 있는 위치 정보 수집 기능을 제거했다. 다만 사원들이 거래처를 상대로 활용할 수 있는 편리한 업무 기능은 그대로 유지했다”고 주장했다.
영업사원이 회사에 위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아직 전 산업과 기업에 보편화 된 추세가 아니다. 따라서 회사의 위치 정보 수집과 관련한 논란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