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에 보험 업계에서는 미래에셋생명, 삼성화재 등 주요 보험사들의 자사주 소각 계획 발표가 잇따랐다. 그런데 보통주 기준 13.49%(약 1억 1716만 주)의 자사주를 보유한 한화생명은 아직 구체적인 처리 방안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한화생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18배 수준으로 매우 낮은 편이다. 삼성생명(0.58배), 미래에셋생명(0.50배), 동양생명(0.66배) 등 여타 생명보험사들과 비교해 저평가 상태가 두드러진다. 기업 가치가 장부상 가치에 크게 미달하는 상황이 지속되며 시장에서는 밸류업 기조에 부합하는 자사주 소각 처리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한화생명은 자사주 소각을 둘러싼 결정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보험사 성적표로 분류되는 지급여력비율(K-ICS, 킥스)의 하락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킥스 비율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가용자본은 자산·부채를 시가로 평가한 뒤 일부 항목을 조정해 산출한다.
일반적으로 킥스 비율이 높을수록 보험금 지급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당국은 2025년 6월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을 통해 후순위채 중도상환과 인허가 등에 적용되는 킥스 비율 관련 기준을 기존 150%에서 130%로 낮췄다. 다만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비율 완화 요건은 단계적으로 조정되는 구조로, 2026년 적용 기준은 160%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화생명의 가용자본은 약 22조 9011억 원, 요구자본은 약 14조 5388억 원으로 킥스 비율은 157.5%를 기록했다. 후순위채 중도상환·인허가 등에 적용되는 130% 기준은 웃돌지만, 해약환급금준비금 적립비율 완화 요건 기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배당과 주주환원 확대 여력에는 부담이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9일 한화생명 종가 기준 주가는 5080원으로, 보유 자사주의 단순 시장가치는 약 5950억 원 수준이다. 다만 기존 보유 자사주는 취득 시점에 이미 자본 차감 항목으로 반영돼 있어, 이를 소각하는 행위 자체가 현재 시장가치만큼 가용자본을 추가로 줄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한화생명의 킥스 비율이 2023년 183.8%, 2024년 163.7%, 2025년 157.5%로 하락해 온 만큼, 자사주 처리 문제는 기본자본비율과 배당가능이익, 해약환급금준비금 부담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사안으로 풀이된다.

한화생명은 킥스 비율 등 자본 건전성 지표 관리와 주주환원 확대 과제에 더해, 지배구조 재편 가능성을 둘러싼 시장의 해석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으로 평가된다. 이와 관련, 한화생명 관계자는 ‘일요신문i’에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활용 방안은 재무 여건과 시장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 중이다”라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정책에 맞춰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동민 기자 workhard@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