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유신종, 김영준, 이용호 | ||
검찰에 따르면 유씨는 김영준씨(42·구속·안양 D금고 소유주)에게 자회사 골드상호신용금고 매각을 추진하면서 사적으로 언더테이블머니를 받아 챙겼다는 것.
여기까지 보면 이 사건은 기업매각 과정에서 대주주들끼리 은밀한 거래를 하다 덜미가 잡힌 단순 경제사건이다. 그러나 이 사건의 이면에는 많은 의혹이 있다. 우선 유 사장이 구속된 직후 검찰 내에서 “‘이용호게이트’의 마무리 수순”이라는 얘기가 나돈 것도 그 중 하나였다.
지난 2001년 삼애인더스 보물선 사건에서 시작된 이용호게이트는, 많은 권력 실세의 이름과 연결되면서 특검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 사건은 수많은 의혹을 남긴 채 끝나 지금도 뒷말이 무성하다.
유신종 사장이 구속된 닷새후인 지난 2월17일 서울고법에서는 문제의 이용호게이트와 관련한 2심 선고가 있었다. 이용호씨에 대해 횡령 및 허위공시 혐의로 징역 6년6개월에 벌금 3백만원을 선고한 것.
이날 재판에서 관심을 끈 인물은 김영준이라는 사람이었다. 김씨는 이날 재판에서 보물선 사건의 공범 혐의로 징역 4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김씨가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유신종 사장의 긴급 체포가 김씨와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기 때문. 이 대목이 유 사장의 체포가 이용호게이트와 관련이 있다고 추정하는 근거이다.
그러면 김영준씨와 유신종 사장은 어떤 관계인가.
김씨는 지난 2001년 9월 이용호게이트가 터지면서 보물선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인물. 이씨와 함께 코스닥 등록업체인 K사 등을 통해 수백억원의 불법자금을 조성한 의혹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이용호게이트가 터진 직후 자취를 감추고, 장기간 도피생활을 했다. 검찰의 수배를 받던 그는 지난해 1월 초 특검팀에 의해 뒤늦게 체포됐다.
유씨와 김씨의 만남은 이용호게이트가 터지기 9개월 전으로 거슬러올라 간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유씨는 자기가 인수한 골드뱅크의 자회사인 골드금고의 매각을 추진하면서 김씨를 만났다.
당시 유씨는 김씨가 주주로 있는 K전자에 골드금고를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30억원의 계약금을 받았다. 하지만 이 계약은 인수자인 K전자가 금감원에 대주주 변동사실을 알리지 않는 바람에 무효가 됐다.
그러자 K전자측은 계약금 전액의 반환을 요구했고, 유씨는 ‘계약금은 이행보증금’이라는 이유를 들어 30억원 중 20억원만 돌려주었다. 그러자 김씨와 K전자는 유씨를 상대로 나머지 10억원에 대한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그 후 김씨는 유씨를 상대로 제기했던 소송을 포기, 골드금고 매각건은 없었던 일이 됐다. 그런데 이 과정에 김씨가 유씨에게 3억원을 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유씨는 엉뚱하게 배임죄로 체포된 것이다.
여기까지가 유씨와 김씨 사이에 있었던 일이다.
표면상 유씨와 김씨는 골드금고의 매매를 위해 접촉했을 뿐, 매매 자체가 성사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거래는 없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검찰이 불발로 끝난 이 거래를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이 거래에 이용호씨가 깊이 개입한 흔적이 많기 때문.
김씨가 골드금고 인수에 나설 때 중간에서 거간역할을 한 인물이 이씨였다는 것. 실제 이씨는 지난 2001년 7월 “골드금고측이 주식을 팔아달라고 해 계약을 성사시켰으나 금감원 간부가 개입해 거래가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골드금고와 이씨의 인연은 김영준씨와 K전자가 이 회사 인수에 나서기 전인 지난 2000년 8월부터 맺어진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당시 골드금고는 외부자금 50억원을 끌어들여 W금고를 인수했는데, 이 자금을 댄 곳이 이씨가 대주주로 있는 코리아에셋매니지먼트라는 회사였다. 이를 두고 당시 금고업계에서는 이씨측이 권력 실세인 K의원과 또다른 K의원 등을 동원해 골드금고를 먹으려 한다는 루머까지 나돌았다.
문제는 이씨가 무슨 이유로 골드금고에 거액을 빌려주면서까지 W금고를 인수토록 했으며, 나중에는 골드금고 자체를 접수하려 했느냐는 점.
검찰 주변에선 이씨가 코스닥에 등록된 삼애인더스 등의 주가를 조작하기 위해 금융기관을 이용할 필요가 있어 골드금고를 노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하고 있다. 특히 상호금고의 경우 금융감독기관의 감시망이 허술하기 때문에 이용가치가 높다고 판단했다는 것.
실제 이용호게이트가 터진 후 주가조작사건 등에 동원된 핵심 자금처가 김영준씨가 실소유주인 D금고였다는 점도 이같은 추정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그러면 골드금고 유신종 사장은 왜 뒤늦게 이 사건과 연루돼 긴급 체포된 것일까. 검찰은 왜 그에게 배임죄를 적용했을까.
이 부분에 대해 수사관계자들은 일절 함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중인 사건이어서 구체적인 내용을 말하긴 어렵다. 재판 과정에서 모든 게 밝혀질 것”이라는 여운만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