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9일 인수위에 업무를 보고하기 위해 준 비중인 공정위 직원들.임준선 기자 | ||
공정위의 이번 조사는 재벌들이 계열 광고회사를 통해 거래를 하면서 내부자거래를 자행했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재벌들의 계열 광고회사들을 통한 내부자거래 사실이 확인될 경우 분식회계 파동에 이어 또다른 재벌 압박용 카드가 될 전망이다.
공정위 및 광고업계에 의하면 공정위 조사과가 현장 조사에 나선 시기는 지난 2월 말부터.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달 말을 전후해 매출 상위 10대 광고대행사를 상대로 거래내역에 대해 집중 조사중이다”고 전했으나, 조사내용 및 방향, 그리고 시기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확인 결과 공정거래위는 지난 2월 말에 롯데 계열인 대홍기획과 TBWA, 3월 초부터는 금강기획, 제일기획, LG애드 등에 대해 순차적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금강기획 고위 관계자는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사흘 동안 광고수주 실태에 대한 공정위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현재 공정위가 집중 조사중인 광고대행사는 삼성 계열 제일기획, LG 계열 LG애드, 롯데 계열 대홍기획, SK 계열 TBWA, 보광 계열 피닉스와 현대에서 계열 분리된 금강기획 등이다.
이들 광고대행사의 모기업이 긴장하는 것은 이번 공정위의 조사가 전격적으로 착수된 데다, 조사 방향이 주로 계열사 수주 물량에 대해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 물론 이에 대해 공정위측은 공식적으로 “4~5년마다 실시하는 정기조사일 뿐이며, 반드시 계열사 수주물량 실태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조사를 받은 회사 관계자들은 “계열사 물량실태에 대해 주로 조사를 받았기 때문에 공정위가 내부자거래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특히 재계는 이번 조사가 삼성, LG, 롯데 등 3대 재벌 계열 광고대행사와 현대그룹에서 분리된 금강기획, SK그룹과 거래가 많은 외국계 광고회사인 TBWA가 주타깃으로 알려짐에 따라 긴장을 더하고 있다. 재벌들은 최태원 SK(주) 회장 구속 이후 가뜩이나 위축된 상황에서 이번 조사 후 내부자거래 혐의라도 불거지면 자칫 엉뚱한 방향으로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는 눈치다.
공정위의 또다른 소식통이 전하는 이번 조사의 회사별 핵심 사안은 다음과 같다.
삼성 계열인 제일기획에 대해서는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들이 광고를 대행하는 상황을 정밀 조사중이며, LG 계열인 LG애드에 대해서는 LG전자 등 계열사 광고 대행 내역과 지난해 이 회사가 영국계 자본인 WPP에 지분의 36%가량을 넘긴 배경 등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롯데 계열인 대홍기획에 대해서는 지난 95년 이후 공정위가 계열 광고회사를 통한 거래 자제를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롯데백화점 등 핵심 계열사의 광고물량을 전량 받고 있는 부분에 대해 불법소지가 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는 것.
또 SK그룹의 광고물량을 많이 수주한 것으로 알려진 TBWA에 대해서는 공정경쟁을 통해 광고를 수주했느냐는 점과 광고제작, 행사기획 등과 관련해 하청업체들과의 거래내역 등에 대해서도 집중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조사에서 유달리 관심을 모으고 있는 곳은 현대그룹에서 분리된 금강기획. 공정위는 금강기획에 대해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조사과 직원들을 직접 현장에 파견해 상세한 조사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공정위가 포커스를 맞춘 부분은 과거 계열사였던 현대자동차, 현대백화점 등 2개사와의 거래내역. 현재는 무관한 이들 기업과의 거래내역에 대해 조사한 배경을 두고 업계에서는 주목하고 있다.
금강기획 고위 관계자는 “일반적인 사항에 대해 조사를 했다”며 “현재는 현대자동차, 현대백화점 등의 광고를 수주할 때도 다른 업체들과 입찰경쟁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직 공정위가 조사중이기 때문에 어떤 불법적인 사항이 포착됐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번 조사가 내부자거래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조사결과에 따라 상당한 파장이 있을 것으로 재계는 긴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