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태림주택으로 출발한 반도건설은 오랜 기간 부산과 경남을 기반으로 하는 지방건설사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권홍사 회장이 2005년부터 2011년까지 건설협회장을 역임한 것을 계기로 방대한 인맥을 쌓아 수주로 이어지면서 반도건설은 국내 건설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급성장세를 이어갔다.
권홍사 반도건설그룹 회장. 사진=반도건설
반도건설은 2008년 건설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그룹 지주회사인 반도홀딩스를 설립했다. 그해 반도건설의 매출은 2826억 원, 반도건설 등 종속회사들의 매출을 연결한 반도홀딩스의 매출은 3316억 원에 그쳤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강타한 상황에서도 반도건설은 2009년 전년에 비해 무려 87.7%나 매출이 급성장한 5307억 원, 반도홀딩스는 연결기준 매출 5608억 원을 거두었다. 반도건설은 이후 2017년까지 연 평균 50% 안팎의 성장세를 거뒀다.
반도홀딩스는 2015년 연결기준 매출이 첫 1조 원을 넘어선 1조 2038억 원을 기록했다. 2016년 전년에 비해 70.8% 급성장한 2조 571억 원을 돌파한 후 2017년 2조 6992억 원을 달성했다. 하지만 거칠 것 없던 반도건설의 성장세는 지난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난해 반도홀딩스의 매출은 전년에 비해 23.7%나 급감한 2조 585억 원에 머물며 뒷걸음질 쳤다.
반도건설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반도건설 역시 2016년 1조 3312억 원 매출을 달성하면서 1조 원을 첫 돌파했고 2017년 1조 9303억 원을 거두며 2조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반도건설은 지난해 전년 대비 18.8%나 급감한 1조 5662억 원에 그쳤다.
건설업계는 주택경기 침체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반도건설그룹의 사업의 거의 전 역량을 주택사업에 집중시키고 있어 이러한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건설업계 안팎으로부터 나온다.
반도건설그룹은 권홍사 회장이 건설협회장 시절 창사 이래 첫 수주한 해외 사업인 5억 달러 규모의 ‘두바이 유보라 타워’를 준공하기도 했다. 그러나 권홍사 회장이 건설협회장에서 물러난 이후 반도건설의 해외 사업실적은 전무한 상황이다.
현재 반도건설그룹은 자산매각 등 혹독한 다이어트에 나서고 있다. 반도홀딩스는 2017년과 지난해 100% 지분을 보유한 완전자회사인 반도이엔지, 한올개발, 성림개발사업을 연결대상 종속회사에서 제외했다.
반도홀딩스가 100% 지분을 보유한 반도건설과 반도종합건설도 자회사 처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도건설은 지난해 지분 100%를 보유한 완전자회사 △반도(옛 의성에이치에스개발) △다솜개발 △가람에이치엔씨 △수성개발을 청산 조치했다. 반도종합건설도 완전 자회사인 △대덕개발 △대도개발 △한빛개발 △한덕개발 △한샘개발도 폐업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건설은 사업 포트폴리오가 건축, 상가, 도시재생 등이 있으나 주택사업에 집중돼 있다”며 “현재와 같은 주택사업 침체 상황은 주택에 중점을 둔 건설사들이 상대적으로 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반도건설그룹 주력 계열사인 반도건설은 2017년 시공능력평가순위에서 27위였으나 지난해 12위로 뛰어 올랐다. 반도건설은 이 추세라면 올해 10위권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까지 제기됐지만 현재로선 장담할 수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이에 대해 반도건설그룹 관계자는 “주택사업뿐만 아니라 현재 건설업종과 관련된 모든 사업 분야가 침체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며 “당사뿐만 아니라 건설업계가 재무건전성 안정을 위해 재산 매각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시공능력평가순위와 관련해 알 수 없으며 이에 연연하지 않고 내실경영에 나서겠다”고 설명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