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청. 사진=장익창 기자
경기도 광주시에 사는 A 씨는 파주시에 있는 임야 1만여 평(약 3만 3000여 m²)을 사들이면서 한 원소유자의 상속자들의 체납으로 인해 오랜 기간 재산권 피해와 심적 고통을 받고 있다. A 씨가 받는 고통의 원인에는 대법원 판례(대법 87누701)의 부작용 때문인 것으로 ‘일요신문’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 판례는 A 씨와 같은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판례가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 판례는 “국세징수법에 따라 재산 압류 당시를 기준으로 제3자의 소유권주장이 인정되는 것을 전제로 세무서장(지자체장)의 압류처분 당시 체납자의 소유로서 제3자 명의로 소유권 이전돼도 압류해제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즉 원소유자(상속자 포함) 재산이 정부에 압류될 경우 제3자(매수자)가 매수를 완료하는 것만으로 압류해제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A 씨는 2010년 이 임야를 공동 소유한 B 씨·C 씨·고 D 씨(상속인들)로부터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28억 원 규모에 사들였다. A 씨는 이 임야 매수 이전에 지인이자 부동산 전문가인 E 씨로부터 이 임야를 사들일 것을 권유받고 대금 지급을 위해 거래하던 제2금융권인 상호저축은행으로부터 17억 원을 대출받았다. 제2금융권 특성상 이자 부담이 높아 현재까지 A 씨는 이자비용만 10억 원을 훌쩍 넘는 등 재정상황이 매우 어렵다고 토로한다.
그러던 중 원소유자 중 한 명인 D 씨가 사망하자 고인의 상속인들 등 일부가 알 수 없는 이유로 A 씨에게 부동산 소유권 이전을 장기간 거부했다. 결국 A 씨는 소유권 이전을 하지 않는 원소유자들을 상대로 2017년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지난해 4월 원고 A 씨의 손을 들어줬고 피고인들이 항소하지 않자 A 씨는 이들로부터 소유권 이전을 확정 받았다.
문제는 소유권 이전 2년 전인 2016년 고 D 씨의 일부 상속인들이 지방세, 개발부담금, 과태료 등을 체납하고 계속 납부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이들의 이 임야 재산은 압류된 상태라는 점에서 비롯됐다. 따라서 A 씨는 자신의 의사에 반하게 앞서 언급한 대법원 판례를 적용받아야 하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
A 씨는“원소유자의 상속인들 중 일부가 체납이 있는 줄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지인의 소개로 이 임야를 제2금융권 대출을 끼고 샀지만 이자비용이 너무 높고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압류해제를 통해 제1금융권으로 갈아탈 수 있게 해 달라”며 체납자들의 주소지 관할 지자체와 일선 세무서를 상대로 압류 해지를 요청에 나섰다.
A 씨 소유 파주시에 있는 임야. 사진=일요신문DB
이 임야 등기부등본을 확인해보니 체납자들의 주소지 관할인 고양시 소재 세무서들과 고양시 등이 압류해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압류해제를 하지 않는 곳은 이 임야 관할의 파주시가 유일했다. 파주시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압류해제를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파주시 관계자는 “A 씨의 사정이 딱한 것은 안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에 따라 A 씨가 소유권을 이전받기 그 이전에 일부 원소유자들의이 개발부담금, 지방세, 과태료 등을 체납한 상황이었다”며 “우리 시는 체납자들의 잔여 재산을 확인하고 있지만 드러나지 않고 있어 이들에 대한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압류해제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압류해제에 대한 판단은 기관별로 하는 것이다. 현재로서 유일한 방법은 A 씨가 체납자들의 체납액을 대납하면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A 씨의 경제 상황이 어렵다는 점도 알고 있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A 씨는 현재 파주시의 압류해제를 위해 장기간 법정공방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