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양산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지난 5월 18일(현지시각) 현대차그룹은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JP모건 콘퍼런스에서 2028년 미국에서 연 3만 대 규모의 아틀라스 생산 체계를 갖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미국 현지에 액추에이터를 연 35만 개 생산할 수 있는 부품 공장을 건설해 2028년부터 가동하기로 했다. 액추에이터는 로봇의 관절 역할을 하는 핵심 부품이다. 현대차그룹은 2만 5000대 이상의 아틀라스를 현대차·기아 미국 공장부터 투입할 방침이다.
시장의 관심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상장 여부와 시점으로 쏠렸다.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10.6%를 보유하고 있는 소프트뱅크의 풋옵션 행사 시한이 오는 6월 도래하기 때문이다. 2021년 6월 현대차그룹은 소프트뱅크로부터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인수했다. 당시 소프트뱅크는 현대차그룹이 오는 6월까지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에 나서지 않으면, 현대차그룹이 소프트뱅크 잔여 지분을 매입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에 시장에선 6월 전후로 상장과 관련한 언급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IPO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020년 10월 그룹 회장직에 올랐지만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력이 견고하지 않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유지하고 있다. 지배구조 핵심축인 현대모비스의 정 회장 지분율은 0.33%에 불과하다. 정 회장은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을 22.6% 보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을 통해 정 회장이 확보하는 자금이 향후 현대모비스 지분 확대에 활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5대 그룹 중 현대차그룹의 지분 승계가 가장 늦어진 것은 사실이다. 지분 승계를 못한 사이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의 주가가 상당히 올라 (정의선 회장 입장에서도) 지분 확보에 대한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정 회장도) 지분을 빨리 인수하고자 할 텐데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이 수단이 될 수 있다. (모회사인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주주들의 가치가 희석될 수 있는 중복상장 논란의 경우)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완전 독립 이사회를 구축해 독립 경영을 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2018년 지배구조 재편 시도가 실패한 이후 현대차그룹은 정공법으로 지배구조를 재편하겠다고 소통 중”이라며 “이를 위해선 정 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기아와 현대제철이 보유한 만큼 주식 시장에서 매입하는 방법이 유일하다”라고 밝혔다. 앞서 2018년 3월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를 인적 분할해 모듈·AS 부품 사업부를 정의선 회장이 지분 20%를 보유한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주주가치가 훼손된다는 비판에 맞닥뜨렸고 결국 무산됐다.

#현대모비스 사업부 매각 두고 “승계 부담 줄이려는 의도” 지적
이런 가운데 현대모비스는 사업 개편을 본격화했다. 지난 1월 현대모비스는 램프사업부를 프랑스 자동차 부품 업체 OP모빌리티에 매각하는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6월 중 본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모비스는 범퍼사업부도 매각 대상에 올려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모비스는 전동화,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전장 부품 등 미래차 핵심 영역에 자원을 집중하기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 작업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출범한 금속노조 경기지부 현대모비스 사무연구직지회는 현대모비스 램프사업부 매각에 반발하며 5월 31일 프랑스 OP모빌리티 본사를 방문한다. 램프사업부 매각으로 직원 600명가량이 전적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모비스 사무연구직지회엔 약 350명이 모였다. 김병철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사무연구직 직원들에게는 어떠한 협의도 없었다”며 “문제는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회사는 범퍼사업부 등 다른 전통 사업부의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구조개편으로 창출되는 이익은 자본이 가져가고, 고용 불안에 따른 고통은 오롯이 노동자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과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사업부 재편은 미래 산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정된 투자 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