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농성천막에 방문한 허태정 대전시장
[대전=일요신문] 육군영 기자 = 5년 만의 협의에 성공했던 대전 도안갑천생태호수공원사업에 대해 주민들이 대전시청에서 시위를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대전시와 도시공사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도안갑천호수공원사업 대상지 주변의 주민들은 지난 3월 11일 대전시청 마당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들어갔다.
주민대책위 이병범 위원장은 “대전 도안 갑천호수공원 사업이 시민연대와 주민들의 5년간의 긴 투쟁 끝에 간신히 협의에 도달했으나 대전도시공사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면서 “행정소송을 남발하며 주민들을 강제로 내쫓고 있어 부득이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주민들의 민관협의체 참여와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소송 중단, 민관협의체 회의자료 공개, 생활대책용지 보상기준 변경, 담당자 교체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전도시공사 백명읍 이사는 “민관협의회는 호수공원조성을 위한 환경 등을 검토하는 협의체이기 때문에 주민들이 요구하는 내용을 다루는 것은 본래의 취지에 어긋난다”면서 “모든 내용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고 절차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강행할 뜻을 밝혔다.
대전시 주택정책과 택지개발담당자는 “주민들은 사업 재검토, 조성사업 담당자 교체, 민관협의체 자료공개 등을 요구하고 있다”며 “당초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고 사업 진행에도 변경될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규복 시민대책위원장은 “보상을 다시 요구하는 건 무리가 있으나 원래 유보시켰던 주민들의 권리가 있다면 그 부분은 다시 논의해야 하는 것이 옳다”며 “친수구역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적자가 나니 어떨 수 없이 헐값으로 땅을 가져간다고 해놓고 막상 사업을 하니 이윤은 남지만, 주민들에게 보상은 해줄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대립으로 민관협의체 회의가 지연되고 도안갑천생태호수공원 사업 전반에 제동이 걸리자 아파트 입주를 기다리는 주민들의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김복수 대전시아파트입주자협회장은 “갑천에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걸 처음 들었을 때 딸이 초등학생이었는데 그 딸이 지금 대학교에 가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 “토지보상 이후 조성 지연으로 인한 이자 발생은 하루 1800만원, 월 5억원 이상, 연간 50억원 이상으로 현재까지 대략 200억원의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됐다”면서 “하지만 대전시는 책임회피를 하고 있고 시민단체는 시민의 이름을 빌려 사업추진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힐난했다.
한편 허태정 대전시장은 지난 12일 주민농성이 95일이 흐른 시점에서 처음 농성 천막을 방문했다.
허 시장은 이 자리에서 “여름이 오기 전에 빨리 합의점을 찾도록 하자”면서 “모든 이가 만족하는 대답을 줄 수는 없으니 서로 한발씩 양보하는게 어떻겠냐”고 말했다.
대전도시공사도 민관협의체에 주민들의 참가는 동의할 수 없으나 주민들이 참여 가능한 소위원회를 구성해 향후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소위원회에서 협의회의 내용을 전하고 주민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주민들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이 될지는 회의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도시공사와 대전시가 합의와 화해를 원한다는 반응과 달리 농성중인 주민들은 석연치 않은 분위기다. 소위원회의 회의내용이 도시공사에서 100일 전에 통보한 기준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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