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연구소의 V3Net | ||
지난 1월 안철수연구소와 하우리는 영국의 바이러스 블러틴(VB)이라는 기관에서 운영하는 제품테스트에 참가했다. VB는 미국의 ICSA와 독일 함부르크대학의 안티바이러스 테스트와 더불어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바이러스백신 검증기관. VB쪽에선 모든 바이러스를 잡아낼 경우 ‘VB 100% 어워드’라는 인증을 준다.
하지만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업체들이 반드시 이 기관에서 인증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증마크를 얻을 경우 전세계 시장에서 백신 품질의 안정성을 공증받는 것과 같은 효과를 얻기 때문에 전세계 바이러스백신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 VB의 1월 테스트는 윈도NT 계열의 서버에 쓰이는 바이러스백신 제품이 대상이었다. 안연구소는 ‘V3Net for Windows server SE SP2’라는 제품을, 하우리는 ‘ViRobot Expert 4.0’이라는 제품을 각각 출품했다.
결과는 두 회사 제품 모두 인증마크를 얻는 데 실패했다.
안연구소 제품의 경우 이미 시장에 존재가 알려진 바이러스(와일드 리스트)를 놓고 벌이는 실시간 감시 모듈 테스트에서 파일 바이러스 분야에서 4개의 바이러스를 잡아내는 데 실패했다.
같은 분야에서 하우리는 1개의 바이러스만 놓쳐 안연구소 제품보다 성능이 좋았다.
▲ 하우리의 ViRobot | ||
결국 안연구소와 하우리는 1월 테스트에 참가한 25개 업체 중 100% 인증 마크를 따지 못한 9개 업체에 끼는 불명예를 당한 것.
인증을 따는 데 실패했던 이유에 대해 안연구소쪽에선 “지난 1월에 처음으로 테스트에 참가해 경험이 부족했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하우리도 비슷한 주장을 폈다. 외국산 바이러스백신업체들과는 달리 국내 바이러스백신 회사들은 90년대에 사업이 본격화돼 바이러스 백신을 만들기에 충분할 만큼 다양한 샘플을 보유하고 있지 못해 불리했다는 것.
이유야 어쨌든 국내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국산 토종 바이러스 업체들이 세계적인 테스트 기관의 성능평가에서 떨어진 것은 자못 충격을 주고 있다.
물론 모든 국내 바이러스 업체들이 다 떨어진 것은 아니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개시한 뉴테크웨이브사(대표 김재명)의 ‘바이러스 체이서’라는 제품은 첫 번째 출품에서 합격하는 쾌조의 스타트를 보였다.
하지만 이에 대해 안연구소나 하우리쪽은 “바이러스 체이서는 국산 제품이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의 다이얼로그사이언스사의 엔진을 들여와 변형해 판매하는 것이므로 국산이 아니라는 것. 또 이미 원천기술을 가진 다이얼로그사이언스에서 ‘닥터웹’이라는 제품을 90년대부터 테스트에 출품해 그동안 24번의 테스트를 거친 제품인 만큼 바이러스 테스트에 통과하느냐 여부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 바이러스 체이서 | ||
이에 대해 뉴테크웨이브측에선 “국내 토종 바이러스 백신이라고 주장하는 제품들이 변종 바이러스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 이번 테스트 결과에서 그대로 드러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경이라는 지역적인 한계가 인터넷으로 인해 무용지물이 됐는데 토종바이러스 운운하며 기술 개발이나 세계 동향에 무관심한 결과 이러한 테스트 결과가 나왔다는 것.
또 이들은 ‘수입품’이라는 비판에 대해선 “엔진만 러시아에서 들여왔을 뿐 언어지원 문제 등 특허권을 뉴테크웨이브가 갖고 있는 엄연한 우리나라 제품”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원천기술은 제휴했지만 뉴테크웨이브가 한국 일본 등 아시아시장에 대한 독점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수입품 논란은 무의미하다는 주장이다.
국내 바이러스 백신 시장이 7백억원에 불과한 데 비해 전세계 시장은 3조8천억원. 또 전체 바이러스 중에서 토종 바이러스로 분류되는 것은 2%에 불과하고, 인터넷의 발달로 전 세계 바이러스 발생은 실시간화되고 있어 백신 제품은 결국 세계시장에 진출해서 경쟁력을 인정받아야 팔릴 수 있다는 것.
몇 년 전부터 일본 시장에 진출한 국내 업체들이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한 것도 바로 세계화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뉴테크웨이브의 주장이다.
뉴테크웨이브의 한 관계자는 “국내 시장을 고수하기 위해 해외 업체들과 정보교류를 하지 않는 일부 업체들의 전략이 결국 바이러스 백신의 예방기능 약화와 테스트 통과 실패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안연구소쪽에선 VB의 테스트에 도전해 첫 시도에서는 떨어졌지만 100% 인증을 따내기 위해 계속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러스 체이서의 경우 원천 기술 소유회사인 다이얼로그사이언스의 닥터웹이 24번 테스트에서 12번만 통과했을 정도로 기복이 있다는 점을 들어 이번에 안연구소가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에 기술력이 부족하다고 단정하는 짓는 것은 무리라는 것.
또 안연구소의 제품이 지난해 12월 영국의 체크마크 테스트에서 인증을 받았던 만큼 안연구소 제품이 바이러스 진단에 문제가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평가다.
이에 대해 뉴테크웨이브쪽에선 “안연구소가 통과한 체크마크는 레벨1으로 이미 발생 보고된 바이러스 샘플을 상대로 검색능력만 인증받은 것으로 IBM 등 바이러스 백신 업체가 아닌 회사도 따내는 인증”이라고 주장했다.
안연구소나 하우리는 일부에서 제기된 부정적 견해에 대해 “테스트에 대한 노하우가 쌓이고 바이러스 샘플에 대한 자료가 누적되고 있는 만큼 계속 VB 테스트에 응해 제품 성능을 인정받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