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에 소재한 B 토건 사무실 실체를 확인하기 어렵다.
[일요신문] 거제시가 발주한 관급공사에 입찰한 건설사 일부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인 ‘페이퍼컴퍼니’인 것으로 드러나 부실공사 등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개연성이 높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입찰이 이뤄지는 관급공사는 대부분 최저가 입찰가로 낙찰자를 결정하는 구조로 진행된다. 건설사들은 관급공사가 실질적으로 영업이익에 크게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안정적으로 공사금액이 결재되는 장점에 이를 선호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최근 전반적인 건설경기 하락으로 영업소를 운영하기 어려운 건설사가 우후죽순 늘어나고 있는 틈을 타, 전국적으로 입찰대행 회사가 난립하고 있다. 입찰대행회사는 건설사로부터 도급금액에 2%를 받는 조건으로 무작위 입찰에 응하고 있다. 이는 불법은 아니며, 전국적으로 대략 106곳으로 파악되고 있다.
문제는 건설사의 시공능력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시공능력이 있는 것처럼 서류상 전혀 하자를 찾아볼 수 없도록 포장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류상으로 부실한 회사를 찾아내기란 사실상 힘든 상황이다.
이 같은 시공능력이 확인 안 된 건설사가 입찰에 응할 경우 건설산업기본법을 준수하는 건설사는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게 된다. 건설산업기본법을 준수 여부를 밝히기 위해서는 건설사 소재지를 방문해 사무실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길뿐이다.
최근 거제시에 페이퍼컴퍼니로 의심되는 건설사 두 곳이 수십억 공사에 낙찰됐다. 실체가 분명하지 않은 건설사를 가려내는 적격심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는 이유하다.
낙찰자 적격심사가 서류심사에 치우쳐 서류상 하자만 없다면 공사계약을 하는 것이 일반적인 행정절차다. 바로 이런 행정지침을 악용해 페이퍼컴퍼니로 의심되는 건설사가 서류만 완벽하게 갖춰 계약을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거제시가 발주한 공사를 낙찰받은 페이퍼컴퍼니로 의심되는 건설사는 두 곳으로 A 종합건설과 B 토건이다. A 종합건설은 소재지가 통영으로 돼 있고 이번에 거제시가 발주한 ‘연담~자연휴양림(지방도1018호선) 도로 확·포장공사’에 53여억 원을 투찰해 낙찰받았다.
A 종합건설 관계자는 “통영에 사무실을 두고 있지만, 주된 업무는 진주에서 보고 있다. 통영 사무실은 직원단합 등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면서 “이게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사실상 사무실을 운영하지 않는다는 것을 시인했다.
B 토건은 소재지가 진주에 있으며 거제시가 발주한 ‘아주동 복합청사 신축 건축공사’에 39여억 원을 투찰해 낙찰됐다. B 토건이 위치한 사무실을 방문한 결과 문은 굳게 잠겨 있으며, 기본적인 간판도 보이지 않았다. 같은 건물에 공존하는 전기공사 관련 업체의 잔재물만 있을 뿐, 건설에 관련된 장비 및 사무실은 확인하기 힘들었다.
건설사의 사무실이 중요한 이유는 명료하다. 실질적으로 공사를 이행할 능력이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기본에 속하는 사안으로 건설산업기본법 ‘건설업의 등록기준’에 명시돼 있다. 조달청이나 건설사를 관장하는 경남도는 영업정지, 낙찰취소 등 중징계로 건설사의 이탈행위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고 있다.
특히 페이퍼컴퍼니로 운영되는 건설사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직접 시공할 능력이 부족한 탓에 낙찰 받은 금액에서 15~25% 공제 후 타 업체에 하도급 준다는 점이다. 하도급을 받은 업체는 적정하지 않은 금액으로 공사를 시행하기 때문에 부실시공, 부도 등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매우 높아진다.
거제시 계약 관련 관계자는 “두 건설사를 방문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며 “현재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이나 한 점 의혹이 없도록 계속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지역의 모 건설사 관계자는 “페이퍼컴퍼니 건설업체가 전국적으로 수백 곳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건설사의 난립으로 건전한 건설사가 피해를 보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적격심사를 강화해 시공능력이 있는지 가려내는 방법뿐”이라고 말했다.
정민규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