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부산시는 길산그룹이 충남 논산에 있는 길산파이프 본사까지 부산으로 이전한다는 계획을 세우자 이번 투자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국내 철강업체들의 반발로 인해 난감한 상황에 처해졌다.
길산스틸의 계룡공장 모습. 합작회사가 설립되면 부산으로 이전하게 된다.
먼저 창원상공회의소는 부산시에 ‘중국 청산강철 국내 유치 철회 건의서’를 발송하며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창원상의는 “창원시를 비롯한 경남은 가전·자동차·조선 등 스테인리스 수요가 높은 산업들이 밀집한 지역이다. 특히 스테인리스를 비롯한 철강산업은 창원시 전체 출하액의 8.9%, 부가가치의 6.7%를 차지하는 등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며 “국내 기업과 산업 여건 등을 고려해 현재 부산시가 검토 중인 중국 청산강철의 대규모 냉연공장 신설 추진을 철회해주기를 강력히 건의한다”고 밝혔다.
한국철강협회도 공식 입장문을 통해 “국내 스테인리스 냉연업계는 이미 공급과잉 상태”라며 “청산강철이 저가 열연 사용과 외투기업 세제 혜택을 무기로 냉연 제품을 대량 판매할 경우 국내 수요 전체가 잠식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청산강철이 부산에 투자하게 되면 간접고용까지 포함해 2000명가량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 부산의 주력 제조업인 조선과 자동차부품 등이 어려운 상황에서 한중 합작회사가 설립되고, 국내 철강 관련 업체들이 부산으로 이전하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그런 가운데 길산그룹의 한중합작 공장인 GTS 측이 스테인리스강 제조 공장을 설립하면 생산 과잉에 접어들고 국내업체가 줄도산할 것이라는 반대 진영의 논리가 사실과 다르다며, 이른바 ‘팩트체크’ 형식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GTS 측은 스테인리스 절대량에서 수급 문제가 없을 뿐더러 냉연판의 두께 등 종류에 따른 수요와 생산을 따지면 오히려 합작 투자와 생산 확대가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GTS 공장 운영과 스테인리스 스틸 클러스터 육성 계획에 따라 고용 효과도 상당할 것이라고 함께 전했다.
포스코 등 국내 철강업계가 GTS의 부산공장이 설립되면 스테인리스 공급 과잉과 저품질 스테인리스가 범람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점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GTS 측은 중국의 스테인리스 생산 능력과 기술이 발달하면서 글로벌 시장을 분석했을 때 스테인리스 공급이 해결된 상황이라고 맞섰다. 중국이 스테인리스의 주 원료인 니켈에 관한 기술 개발을 통해 순도가 낮은 니켈로도 스테인리스를 생산하게 됐고, 결국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스테인리스 공급 과잉이 포스코 등 국내 철강 대기업의 불황을 불러오고, 따라서 하청업체와 스테인리스를 원료로 사용하는 기업의 줄도산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우려도 GTS와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이다.
현재 국내 대부분의 철강업체는 스테인리스를 제조하는 데 폭 4피트 설비로 생산한다. 하지만 폭이 넓을수록 손실이 적어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5피트 제품을 선호한다. 현재 국내에서 포스코가 유일하게 5피트 설비를 갖췄지만, 생산 효율이 떨어져 생산 과부하에 걸린 상황이라는 게 GTS 측의 주장이다.
GTS 측은 무엇보다 부산공장 설립이 지역 인력 채용으로 전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GTS가 인근 지역에 스테인리스강 생산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까지 있어 앞으로 고용 효과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GTS 관계자는 “부산 강서구 미음산단에 공장을 조성해 500명을 직접 고용하고, 연관 산업 고용까지 고려하면 2000명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본다”며 “수출 주도형 사업을 추진할 계획을 세웠으므로, 스테인리스와 이 제품을 사용하는 관련 산업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