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불거진 이 루머는 매각설에 그치지 않고 CJ그룹 전체에 대한 위기설로 확대되는 등 파장이 적지 않아 재계 관계자들이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CJ그룹의 경우 계열사인 제일투신운용이 최근 분식회계 사태로 위기에 몰린 SK글로벌의 채권 환매 소동으로 직격탄을 맞아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제일투신운용은 SK글로벌의 채권을 1천억원대나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CJ홈쇼핑 매각설까지 나오자 보수적인 경영으로 현금유동성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진 CJ그룹의 유동성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불러 일으키고 있다.
현재 홈쇼핑 시장은 선발주자인 LG홈쇼핑과 CJ홈쇼핑이 시장 선점을 하고 있으며, 그 뒤를 이어 후발주자인 현대홈쇼핑과 우리홈쇼핑, 농수산 TV 등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재계 일각에서 흘러다닌 홈쇼핑 매각설은 경쟁력이 처지는 후발주자들에 국한됐던 얘기였다. CJ그룹이라는 든든한 배경을 갖고 있던 CJ홈쇼핑이 매각설 대상이 된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이 같은 소문이 확산기미를 보이자 일단 CJ홈쇼핑의 대주주(30%)인 CJ(주)는 지난 20일 이와 관련해 매각 부인공시를 냈다. 사태를 조기진화하겠다는 뜻이었다.
“롯데에 매각한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전혀 사실무근이며, (주)CJ홈쇼핑 보유 지분을 매각할 의사가 없다”는 부인 공시를 낸 것. 이날 공시를 냄에 따라 CJ(주)는 적어도 공시유효기간인 향후 3개월간은 매각하고 싶어도 매각을 할 수 없다.
하지만 CJ홈쇼핑의 매각 여부를 떠나, 재계에선 왜 이런 얘기가 흘러나온 것인지에 대해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CJ그룹 유통 부분의 핵이랄 수 있는 CJ홈쇼핑을 팔아야 할 만한 다급한 이유가 있느냐는 것. 현재 CJ그룹은 CJ(주)를 중심으로 한 식품사업군과 복합상영관인 CGV를 자회사로 거느린 CJ엔터테인먼트 등 엔터테인먼트사업군, 제일투신운용 등 금융사업군, 그리고 홈쇼핑을 위주로 한 유통사업군으로 이뤄져 있다.
문제는 금융 분야. 재계에선 CJ그룹이 올 1분기 최대 경제 스캔들인 SK글로벌 분식회계 파문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기관 보고서에 따르면 CJ 계열사인 제일투신운용이 SK글로벌의 채권 1천2백억원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글로벌의 채권은 분식회계 파문이 터진 뒤 금융권의 동요를 막기 위해 원금의 50% 이상은 당분간 찾을 수 없게 됐다. 제일투신운용은 보유한 SK글로벌의 채권 중 6백억원 이상을 장부에서 상각처리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증권사에선 CJ(주)의 자회사인 제일투자증권의 경영악화를 이유로 CJ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물론 이 의견은 CJ측의 강력한 항의로 번복되기는 했다.
어쨌든 이 증권사는 처음 발표에서 제일투자증권이 제일투신운용의 지분 91.4%를 가진 만큼 제투증권과 CJ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채권 상각으로 인한 펀드수익률 하락이 환매요청을 불러 일으키고 이는 다시 경영악화로 이어지는 악성 도미노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대주주인 CJ가 이런 악성 고리를 끊기 위해 손실보전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이에 대해 제일투자증권쪽에선 “보유중인 SK글로벌 채권은 전체 수탁고(13조원대) 중 1~2%에 불과해 큰 영향력이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SK글로벌의 채권으로 인한 CJ의 투자의견 조정을 발표한 증권회사는 이 보고서와 관련해 CJ쪽으로부터 격렬한 항의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도 그럴것이 SK글로벌 분식회계가 확인된 이후 투신권에서 대규모 환매사태가 일어났다.
이중 가장 자금이탈이 많았던 회사는 제일투신운용(2조6천5백92억원)이었다. 물론 삼성투신운용도 2조3천억원대의 환매를 당하는 등 1조원대 이상의 환매를 당한 투신운용사가 6개사나 됐다. 그만큼 SK글로벌 채권 문제는 금융권에서 폭발력이 큰 이슈였다.
때문에 CJ홈쇼핑 매각설이 나오자 SK글로벌 채권 동결과 맞물려 CJ의 유동성 문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나온 것. 게다가 CJ홈쇼핑의 인수 대상자로 알려진 롯데그룹의 경우 올 1분기 들어 롯데쇼핑과 롯데건설, 롯데삼강 등 계열사들이 2천7백억원대의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모은 것으로 알려져 홈쇼핑 인수설을 부채질하고 있다.
제3자가 CJ홈쇼핑의 지분 30%를 인수하기 위해선 현 주가가 5만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최소한 2천억원대 이상의 돈이 필요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CJ가 지난 2000년 삼구쇼핑을 2천6백억원대에 사들였던 점을 감안하면 CJ홈쇼핑 매각가는 2천6백억원+알파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롯데의 때아닌 ‘목돈’ 마련과 비슷한 규모라는 점에서 롯데 인수설의 정황증거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인수자로 거론된 롯데쪽에선 인수설을 부인했다. 2천억원의 채권을 발행한 롯데에선 채권 발행 이유에 대해 “운영자금 마련”이라고 답변했다.
현금 유동성이 풍부해 지난 몇 년간 채권 발행이 없었던 롯데건설도 이번에 마련한 5백억원의 돈이 운영자금이라고 밝혔을 뿐 홈쇼핑 관련 내용은 공식적으로 없다.
하지만 기업인수합병 중개 시장의 반응은 좀 다르다. 롯데의 홈쇼핑 인수설이 나오자 구조조정전문회사 등 기업인수합병 전문가들은 다각도로 양사의 의사를 타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 CJ에선 “지금은 아니다”란 반응이, 롯데에선 “확인해 줄 수 없다”란 반응이 나와 관계자들 사이에 여러 가지 해석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어쨌든 CJ그룹의 입장에선 SK글로벌의 분식회계 파문을 호되게 앓고 있는 셈이다. CJ쪽에선 이번에 문제가 된 제일투자증권과 제일투신운용을 미국 푸르덴셜사에 매각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해오고 있다. 때문에 이번 SK글로벌 채권 환매 소동으로 매각작업에 차질이 오지 않느냐는 우려도 금융권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