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티즌과 브라질 1부리그(세리에A) 포르탈레자(Fortaleza), 플루미넨시(Fluminense) 구단과 국제 교류 협약 체결 사진.
[일요신문] 선수 공개 선발 과정에서 채점표 조작 사건 여파로 김호 대표와 고종수 감독이 물러나고 최용규 사장이 취임한 프로축구 K리그2 대전시티즌이 에이즈 양성자 선발과 환자의 실명 공개 등 허술한 운영으로 국내외 언론의 비아냥을 받고 있다.
대전시티즌은 신인 선수 공개 모집 과정에서 김종천 대전시의회 의장의 선수 선발 청탁으로 구단 관계자들이 사법 당국의 수사를 받아 시민구단의 체면을 구겼다. 어수선한 분위기를 추스르기 위해 허태정 대전시장은 지난 4월 최용규 대표를 영입했다.
최 대표는 고종수 감독 경질을 시작으로 구단 정비를 통해 축구특별시 대전의 부흥을 약속했다.
허태정 시장과 최용규 대표는 구단 정상화 조치의 일환으로 브라질 출신 선수를 영입했다고 발표했지만 하루 만에 그 선수가 에이즈 환자라서 계약을 해지한다고 번복했다.
최 대표가 브라질 출장을 통해 브라질 1부 리그(세리에 A) 플루미넨시(Fluminense) 출신의 공격수를 영입했다고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은 지난 12일 오후였다.
대전시티즌은 최 대표가 이달 초 브라질 출장길에 올라 브라질 1부 리그 플루미넨시, 포르탈레자와 국제 교류 협약을 통해 양 구단의 우수 선수 및 유망주 교류를 합의한 뒤 나온 첫 결과물이라고 홍보했다.
브라질 1부리그 출신의 공격수를 영입했다는 자료에는 “국제 교류 협약을 통해 우수 선수 및 유망주 교류를 합의했고, 이 선수의 영입을 통해 구단 간 성공적인 협약을 위한 첫발을 내딛었다”면서 “영입선수는 측면 공격수로 빠른 발을 활용한 측면 돌파와 공격 침투가 장점으로 침체된 공격에 활로가 되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전시티즌은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하루 전 영입했다던 선수가 메디컬테스트 과정에서 에이즈 양성 반응이 확인돼 계약을 해지했다고 발표했다.
결론적으로 대전시티즌 프런트는 메디컬테스트도 끝나지 않은 선수와 계약을 하는 상식 이하의 일처리를 해놓고, 이를 업적이라고 과대 포장했다.
이 과정에서 구단을 혁신하기 위해 발족한 선수단운영위원회도 전혀 가동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보여주기식 탁상행정의 연속이라는 비난을 자초했다.
여기에 성급한 선수 영입 발표와 해지 사유의 공표로 인해 국내외에서 법적으로 후천성면역결핍증 환자의 신원을 공개해서는 안된다는 법규도 위반한 꼴이 됐다.
자유한국당 대전시당은 “앞서 신인선수 선발 비리에 직전 감독과 사장은 물론 현 대전시의회 의장까지 연루 의혹을 받으면서 대전시민들의 공분을 산 바 있다”면서 “시티즌 사장은 적법한 절차와 사전 충분한 검증 없이 무리하게 추진해 이번 사태를 야기한 책임을 지고, 대전시민과 시티즌을 사랑하는 팬들에게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책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또 “시티즌 사장 임명권자인 허태정 대전시장은 이번 사태의 관리책임이 있는 만큼 역시 대전시민에게 공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육군영 기자 ilyo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