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이서현 전 삼성물산 사장이 서울 중구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그룹 신년하례식을 마치고 행사장을 떠나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이 이사장이 삼성복지재단으로 자리를 옮길 당시 재계에서는 각종 설이 난무했다. 먼저 삼성물산 패션 부문을 담당했던 이 이사장이 떠나면서 삼성물산이 패션 사업을 정리할 것이라는 뒷말이 나왔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은 그간 실적이 부진해 이에 대한 책임을 묻는 차원이라는 뒷말도 적지 않았다. 다만 삼성물산은 이 같은 소문을 부인해왔으며 현재까지도 패션 부문은 큰 이슈 없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복지재단은 당시 이 이사장을 선임한 이유에 대해 “이 이사장이 삼성복지재단의 설립 취지를 계승하고 사회공헌 사업을 더욱 발전시킬 적임자로 평소 소외계층 청소년과 지역사회를 위해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쳐왔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5월에는 이 이사장의 남편인 김재열 전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이 삼성경제연구소로 이동했다. 부부가 동반으로 삼성 경영에서 멀어짐에 따라 삼성가 3세 삼남매의 계열분리설은 잦아들었다.
이 이사장이 삼성복지재단 대표에서도 퇴임하면서 삼성 내에서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삼성복지재단은 삼성화재 지분 0.36%, 삼성SDI 0.25%, 삼성전자 0.08%, 삼성물산 0.04% 등을 갖고 있다. 높은 지분율은 아니지만 금액으로 환산하면 수천억 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제는 이 이사장이 해당 지분을 관리할 권한이 없어진 것이다.
이 이사장이 삼성복지재단 대표에서는 물러났지만 이사장직을 유지하고 있어 사안에 따른 일부 결정을 내리는 건 가능해 보인다. 그렇지만 결국 사안에 따른 최종 결정권자는 대표이사이기에 이 이사장의 권한이 대폭 축소된 게 사실이다. ‘일요신문’은 관련 입장을 듣고자 지난 19일 삼성복지재단에 연락을 취했지만 22일 오전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한편, 삼성복지재단은 1989년 설립된 재단으로 삼성어린이집, 삼성드림클래스 등을 운영하고 있다. 2002년부터 2018년까지 이수빈 현 삼성경제연구소 회장이 이사장을 맡았고, 올해 1월 이서현 이사장이 취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국내 24위 부자 이서현은 누구?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1973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의 차녀로 태어났다. 즉,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동생이다. 그는 서울예술고등학교와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2002년 입사했다. 이후 2005년 상무, 2010년 전무, 2011년 부사장을 거쳐 2014년 사장에 취임하는 등 그야말로 고속 승진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한 통합 삼성물산이 2015년 출범하면서 이 이사장도 삼성물산 패션부문장 사장으로 선임됐다. 이 이사장은 2000년 김병관 동아일보 명예회장의 차남 김재열 삼성경제연구소 사장과 결혼했다. 김재열 사장은 이재용 부회장과 청운중학교 동창이며 두 사람을 소개시켜준 사람도 이재용 부회장으로 알려졌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2019년 한국의 50대 부자’에 따르면 이서현 이사장은 14억 8000만 달러(약 1조 7397억 원)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 부자 순위 24위에 해당한다. 언니인 이부진 사장은 16억 달러(약 1조 8800억 원)로 21위에 위치했다. 아버지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1위, 오빠인 이재용 부회장은 4위를 차지했다. 이 이사장은 최근 몇 년간 공식석상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삼성그룹이 수사를 받고, 이재용 부회장이 수감되는 등 삼성과 관련한 각종 악재와 무관하지 않다는 추측이 적지 않다. 이 이사장이 삼성물산의 패션 부문을 맡으면서 큰 실적 성장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매출은 2016년 1조 8430억 원, 2017년 1조 7496억 원, 2018년 1조 7594억 원으로 매년 비슷한 수준이었다. 다만 2016년 452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패션 부문이 2017년 327억 원, 2018년 255억 원의 흑자를 거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 받는다. 박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