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호 교수(좌) 박정규 교수(우)
[경남=일요신문] 박영천 기자 = 농산물의 국제 교류 증가와 기후변화로 인해 국내로 유입ㆍ정착하는 외래해충(1900년대 이후 총 33종, 2000년대 14종)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이로 인해 생태계 위협은 물론 농업 생산성에도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다.
1998년 충북 진천 시설단지에서 최초 발견돼 현재 거의 모든 시설 작물에 발견되고 있는 담배가루이는 직접 피해보다 토마토ㆍ참외 등 황화잎말림바이러스(TYLCV)의 보독충으로 작물에 치명적 피해를 주고 있다. 최근에는 갈색날개매미충, 꽃매미 등이 유입돼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시설 하우스 내에서 화학살충제를 사용하는 해충방제법은 약제 사용에 제약이 많고 살포자에게도 위해하며 구석진 곳에 대한 정밀 방제가 어렵고, 또한 약제를 자주 사용하면 약제저항성이 유발되어 방제가 점점 어려워진다.
경상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식물의학과 박정규, 이병호 교수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립농업과학원과 공동으로 친환경 향기의 일종인 ‘에틸포메이트(Ethyl formate)’를 이용한 시설 내 해충 방제법을 연구하고 있다.
이 방법은 시설(특히 비닐하우스, 창고 등)을 밀폐해놓고 천연향을 기화시켜 해충을 죽이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화학약제가 갖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고, 작업자에게도 매우 안전하다. 특히 진딧물ㆍ총채벌레ㆍ담배가루이 등 시설작물에 문제가 많은 미소(微小) 해충방제에 천연향을 적용하는 것은 세계 최초로 연구하는 기술이다.
연구진은 최근 주요 농업해충인 점박이응애와 외국에서 유입된 붉은불개미에 대한 이 천연향의 살충효과를 연구해 국제 학술지 ‘Entomological Research’와 ‘Journal of Asia-Pacific Entomology’에 논문을 게재했다. 또한 비닐하우스의 환경을 고려하여 대기 중 질소를 이용하어 천연향을 절전형으로 기화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여 특허출원(특허명: 훈증기화기)했다.
이 기술은 시설 내 온도와 습도 및 작물과 해충의 종류를 감안하여 처리 전후의 안전성을 최적화하여 처리하는 기술이다. 특히 2019년 1월 1일부터 우리나라에 전면 시행된 ‘농약 허용물질목록 관리제도(Positive list system, PLS)’와 맞물리면서 잔류 자체가 면제된 천연향(식물첨가물로 사용)을 이용하면 수확기에도 안전하게 적용할 기술로 판단되고 있다.
연구진은 현재 작물별 약해 여부와 안전한 처리 농도 및 저항성 담배가루이 해충에 대한 효과적 방제 수준의 연관성을 확인했으며, 담배가루이 방제에 실패한 참외 재배 농가와 실증 연구를 진행 중이다.
박정규 교수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창고 등의 해충방제 목적으로 사용 중인 메틸브로마이드(Methyl bromide)는 고독성이면서 오존층 파괴물질로 전 세계적으로 농업용 사용이 전면 금지됐다”면서 “국내에서는 수입 과실ㆍ채소류 등 검역용에 한정적으로 사용 중인데, 최근 취급 노출 및 처리 후 오렌지 등에 탈착으로 인해 작업자들의 위해성이 보고돼 사용이 제한될 계획이어서 천연향을 이용한 안전한 대체 기술(기존 메틸브로마이드 처리에 비해 100배 안전)은 그 이용범위가 크게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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