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한국맥도날드신맥 신언식 사장 | ||
이들은 한국 맥도날드의 사장이라는 점 외에도, 명문 집안의 2세라는 공통점으로 세간의 관심을 끈 인물이다. 신 사장은 영화배우 출신의 현직 한나라당 신영균 의원의 장남이고, 김 사장은 중견재벌 (주)동일고무벨트 김도근 회장의 아들이자 박태준 전 총리의 셋째 사위.
이들은 한국 외식업계의 대표적 ‘유학파 출신’의 경영인으로도 유명하다. 신 사장은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후 유학을 떠나 미국 브리지포트대에서 경영학 석사를, 김 사장은 미국 아메리카대에서 학부를 마치고 귀국해 고려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들이 경영하는 회사는 미국 맥도날드 본사로부터 프랜차이징 형태로 국내에 각각 별도의 법인을 설립했다.
먼저 맥도날드를 들여온 사람은 신언식 사장. 신 사장은 지난 88년 8월 한국맥도날드신맥을 설립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29세. 신 사장은 이 회사 전체 지분의 51%를, 미국 본사가 49% 출자해 합작 설립됐다. 현재 이 회사의 자본금은 93억원. 미국 맥도날드측은 신 사장에게 서울과 경기, 충청, 강원 지역에서 맥도날드 사업을 할 수 있는 영업권을 추기로 했다.
김형수 사장은 신 사장보다 3년 늦은 지난 91년 9월 한국맥도날드맥킴을 설립했다. 현재 이 회사의 자본금은 1백21억원으로 신맥보다 규모가 큰 편이다. 이 회사 역시 신맥과 마찬가지로 미국 본사와 합작해 설립했다.
김 사장이 영업권을 맡은 지역은 신맥이 영업권을 갖지 못한 지역, 즉 영남, 호남, 제주도 지역에 국한됐다. 충청 이북 지역은 신 사장이, 이남 지역은 김 사장이 분할한 셈.
두 회사는 법적으로는 서로 다른 회사이지만, 미국 본사의 프랜차이징 업체라는 점에서 서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맥도날드의 홍보대행을 맡고 있는 KPR 관계자는 “미국 본사에서 관리자들이 파견될 때 서울과 부산 등을 번갈아 방문하고, 특히 회사의 이미지 광고 등을 기획할 때에는 두 회사의 경영진들이 한자리에 모여 회의를 할 정도로 긴밀한 관계”라고 말했다.
▲ 패스트푸드 업계의 선두자리를 고수했던 맥도날 드가 최근 패스트푸드 기피현상 등으로 심각한 적자상태에 빠졌다. 우태윤 기자 | ||
그러나 90년대까지만 해도 잘 나가던 이들은 요즘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실적이 악화돼 적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고민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01년부터. 신 사장이 이끄는 ‘신맥’의 경우 지난 2001년 매출은 1천5백19억원에 달했으나, 62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에도 매출이 1천5백87억원으로 전년보다 7백억원 가량 늘었으나 적자는 1백43억원으로 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 2000년까지 연간 20억원의 순익을 내던 알짜배기 회사가 순식간에 적자 회사로 변하고 만 것이다.
그러나 신 사장의 고민은 그래도 나은 편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영·호남 지역의 영업망을 갖고 있는 김형수 사장의 ‘맥킴’은 경영난이 더 심각하기 때문.
‘맥킴’은 지난 99년 이후 매출이 꾸준히 늘어나 2001년엔 1천30억원, 지난해엔 1천3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물론 이 회사의 경우는 규모면에서 보면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한 ‘신맥’과 비교할 때 3분의 2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경영수지를 보면 심각성을 쉽게 알 수 있다. ‘맥킴’은 지난 99년 4억원의 흑자를 냈으나, 이듬해인 2000년에는 35억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2001년에는 3억8천만원의 적자를 기록해 잠시 나아지는 듯 보였으나, 지난해에 전년대비 40배가 넘는 1백70억원의 어마어마한 적자를 기록했다. 자본금(1백21억원)을 완전 잠식하고도 남는 엄청난 수준이다. 결국 이 회사의 총 부채는 총 자산을 넘어서고 말았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이 회사의 총 자산은 1천5백34억원. 그러나 총 부채는 1천6백84억원이다. 이렇게 되자, 이 회사의 회계감사를 맡았던 영화회계법인은 “당사가 계속 영업을 한다는 가정을 전제로 보고서를 작성했으나, 누적 결손으로 인해 이 회사의 총 부채가 총 자산을 넘어섰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두 회사는 별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주)한국맥도날드신맥의 한 관계자는 “세부적인 경영 사항은 잘 모른다”면서 “최근 3년 사이 전체적인 경기가 안 좋은 탓에 적자를 기록한 것 같다”며 말을 얼버무렸다.
업계에서는 한국 맥도날드의 지속적인 적자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증권가에서 꼽는 첫 번째 이유는 전세계적인 패스트푸드 기피 현상.
대우증권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패스트푸드 기피현상이 최근 몇 년 사이 생기고 있는 데다가, 한국적 요인도 포함돼 적자를 기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국적 요인은 토종 라이벌인 롯데리아와의 경쟁과 반미 감정으로 인한 매출 감소 등이다.
실제로 한국 맥도날드는 올초에는 롯데리아와 가격 전쟁을 벌여 일부 햄버거의 가격을 최고 40%까지 할인해 판매하는 등 ‘할인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게다가 미국-이라크전 등으로 말미암은 반미감정에 영향을 받기도 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
급기야 두 사장은 지난해에는 ‘신맥’과 ‘맥킴’의 점포를 각각 5개, 7개씩을 폐점하며 수익성 확보에 나섰지만, 적자가 나날이 늘고 있어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