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전통시장. 사진=최준필 기자
KDI는 8일 발간한 ‘2019년 9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대내외 수요가 위축되며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라며 “소매판매와 설비 및 건설투자가 모두 감소한 가운데, 수출 부진도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KDI에 따르면 지난 7월 소매판매액은 전년 대비 0.3% 감소했다. 가전제품(-18.2%) 등을 중심으로 내구재가 -3.4%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KDI는 “7월 기온이 작년보다 낮아진 데 따라 에어컨 판매가 부진하면서 가전제품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며 “이러한 흐름은 8월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밖에 의복(-2.6%) 등 준내구재도 0.4% 줄었다. 이에 소비자심리지수도 지난 8월 기준 전월(95.9)보다 3.4포인트(p) 하락한 92.5를 기록했다.
최근 물가 상황과 관련, KDI는 “수요 위축에 공급 측 기저효과가 더해지며 0%까지 하락했다”고 진단했다. 수요 측 요인을 명시하지 않고 있는 정부와 비교되는 모습이다. 정부는 최근 저물가 상황엔 공급·정책적 요인이 주로 기여했고 수요 측 요인은 일부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경제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수요 활력이 다소 낮아진 것은 맞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8월 수출도 13.6% 줄어 7월(-11%) 대비 감소폭이 확대됐으며 반도체(-30.7%), 석유화학(-19.2%) 및 석유제품(-14.1%) 등 대부분 품목 수출이 부진한 상황이다.
생산 지표는 좋아졌지만, KDI는 이 역시 조업일수 등 일시적 요인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7월 전산업생산은 조업일수가 하루 늘어난 것이 반영돼 전월(-0.8%)보다 높은 0.5%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자동차(-1.5%→14.1%)와 기타운송장비(15.8%→26.3%)가 큰 폭으로
증가한 데 힘입어 광공업생산도 전달(-2.6%) 대비 0.6% 증가로 전환됐다.
KDI는 이에 대해 “자동차와 기타운송장비는 각각 작년 부분파업과 기저효과가 반영된 결과”라면서 “7월의 생산 확대가 조업일수 증가에 주로 기인했다는 점에서 경기 부진이 완화된 것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지난달 통계작성 이래 첫 마이너스(-)를 기록한 물가에 대해선 수요 위축에 농산물 가격의 기저효과와 같은 공급 측 기저효과가 더해진 결과로 진단했으며, 올해 말 이후에는 반등할 것으로 판단했다. KDI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까지 하락했지만, 근원물가 상승률이 0%대 후반에 형성돼 있어 (기저효과와 같은) 일시적 요인이 소멸되는 올해 말 이후 반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