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5월. 그는 회사 공금 횡령, 주금가장 납입 등의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의 대주주인 이수만씨(51)의 처지가 1년 만에 확 바뀌었다.
성공한 기업인에서 부도덕한 기업인으로 한 순간 처지가 바뀌고 만 것이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된 그의 처지와 더불어 SM엔터테인먼트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씨는 지난해 5월 자신의 모교인 서울대에서 ‘내 판은 내가 짠다’는 주제로 열띤 강연을 해 박수를 받았다. 이날 강연에서 이씨가 강조한 대목은 ‘도전과 진취 정신’, ‘미래를 보는 안목’ 등이었다.
▲ SM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건물.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이씨는 이날 공항에서 “왜 오랫동안 미국에 머물렀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중요한 계약 때문에 늦어진 것일 뿐 도피한 것은 아니다”며 납득하기 힘든 변명을 하기도 했다.
그의 이런 발언을 두고 업계에서는 사랑받는 가수에서 성공한 기업가로였다가 해외 도피자로 낙인 찍힌 믿기 힘든 현실 때문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을 내리고 있기도 하지만, 이씨 못지 않게 타격을 받고 있는 곳이 있다.
그의 검찰수사로 인해 혼란을 겪고 있는 곳은 이씨가 대주주로 있는 SM엔터테인먼트다. SM엔터테인먼트는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연예매니지먼트 관련 토털 사업을 하고 있다.
주요 사업은 음반 제작업으로 일본에서 활동중인 여자 솔로가수 보아를 비롯, 6인조 남성 그룹 신화, 남성 5인조 그룹 H.O.T, 여성 3인조 그룹 S.E.S 등의 음반을 제작했다.
또 올 초에는 학원사업에도 뛰어들어 엔터테인먼트를 전문으로 가르치는 (주)스타라이트를 설립했다. 이 회사는 연예 매니지먼트사로서는 드물게 지난 99년 8월 코스닥에 등록하면서 독보적인 위치를 다져가던 중에 난항에 부딪치게 된 것.
SM엔터테인먼트측의 공식적인 입장은 “할 말이 없다”는 것이다.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회사의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며 “특히 이수만씨는 회사 경영에 직접 참여를 했다기보다는 대주주이자, 프로듀싱 총책임자의 역할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는 최근 항간에 떠돌아다니는 소문을 다분히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올 초 경찰이 인터풀에 이수만씨의 행방에 대해 수사를 의뢰한 직후, 업계에서는 여러 소문들이 흘러나왔었다.
일부에서는 “유력 집안의 2세인 K씨가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관심을 갖고 유심히 보고 있다더라” “모 기업이 몇몇 기존의 기업 인수를 통해 엔터테인먼트 업계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는 등의 루머가 제법 신빙성 있게 돌아다녔다.
이 같은 얘기에 대해 SM엔터테인먼트측은 “실질적인 사업은 김경욱 사장이 맡아왔기 때문에, 이수만씨의 부재기간에도 전혀 문제 없었다”며 항간의 소문들을 일축했다.
실제로 이 회사의 지배구조를 보더라도 현재로서 이 회사가 다른 회사에 매각되거나, 주인이 바뀌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SM엔터테인먼트의 지분을 보면 이수만씨가 54.01%(2백37만7천5백68주)를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이 회사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뒤를 이어 이씨의 부친인 이희재씨가 3.58%(15만7천6백18주), 김경욱 대표이사가 2.13%(9만3천8백82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이씨의 우호지분임을 감안하자면, 사실상 이씨의 지분율은 59.72%에 달한다.
그러나 이 회사의 나머지 지분의 경우 기관이나 기업체보다는 대부분 개인들이 보유하고 있어서, 이들이 이씨에 대해 책임을 요구할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지난 3월을 기준으로 이 회사의 개인주주는 이수만씨와 특수관계인을 제외하고 3천5백51명으로 총 2백12만6천68주를 보유하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한 관계자는 “연예인의 경우 구속됐다가 풀려난 뒤 재기를 하는 상황이 종종 있지만, 이수만씨의 경우는 연예인이 아닌 경영인의 직분에서 비리를 저질러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은 상황이어서 향후 컴백이 순탄해 보이지만은 않는다”고 전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부침이 심하다. 막대한 설비자산이 따로 필요하지 않은 대신 사람에 따라 수익이 판가름난다. 대주주이자 최고 경영진이 장기간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하는 상황에서 SM엔터테인먼트가 어디로 갈지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