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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월22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해찬 의원이 자신의 발언과 관련하여 해명하고 있다. 임준선 기자 | ||
그러나 한나라당은 단호하게 이회창 대통령 후보의 장남 정연씨 병역면제에 대한 검찰수사가 ‘사전 각본’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른바 ‘병풍조작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그 배후는 김대중 대통령이고 실무 총책임자는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이라는 얘기다.
서청원 대표는 병풍수사의 총감독이 박지원 실장임을 밝혀줄 근거를 쥐고 있다고 공언해둔 상태다. 검찰의 정연씨 병역비리 수사 이후 궁지에 몰렸던 한나라당이 이처럼 대반격을 펼 수 있게 된 것은 민주당 이해찬 의원의 ‘병풍 쟁점화 요청’ 발언 덕분이었다. 이 의원은 지난 21일 민주당 당무회의 중간에 담배를 피러 나와 출입기자 2명과 농담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박영관 서울지검 특수 1부장이 지난 3월 찾아와 김길부 전 병무청장 인사청탁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회창 후보 아들 병역면제와 관련된 진술을 확보, 수사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러나 인지수사를 하기에 곤란하므로 나에게 국회 대정부질문 같은 데서 떠들어 달라고 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실제로 3월 대정부 질문에서 제보 내용 중 일부를 활용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의원은 이 같은 발언내용이 언론에 대서특필돼 역풍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자 “박영관 부장이라고 말한 적이 없고 모 인사가 전화를 걸어서 그렇게 말했다”고 정정했다. 이 의원이 당초 박영관 부장을 실명 거론했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는 상태다.
현장에 있던 기자 두 명 중 한 명은 이 의원이 박 부장을 거명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기자는 정확히 듣지 못했다고 증언하기 때문이다. 단 이 의원도 모 인사가 병풍 쟁점화를 자신에게 요청했다는 사실은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의 인물은 박영관 부장이 아닐지라도 검찰 내 인사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이다. 더욱이 이 의원의 발언이 병풍조작설의 유일한 근거가 아니라는 게 한나라당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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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월23일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와 서청원 대표가 의원총회에서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 ||
검찰이 의정하사관 출신인 김대업씨 및 민주당 신기남 의원 등과 한나라당간의 명예훼손 혐의 고소•고발전을 계기로 정연씨 병역면제 수사에 착수한 것 자체가 또 다른 정황증거라는 논리다. 여권 핵심부가 지난 7월 정교한 수순에 따라 김대업씨가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97년 이 후보측의 병역비리은폐대책회의 및 한인옥 여사의 병역연루 의혹 등을 발표하게 만든 것은 병풍수사의 단초를 마련하기 위한 작업이었다는 분석이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우리가 김대업이나 신기남 의원 등을 고소할 경우 검찰 수사의 빌미가 된다는 점을 우려했으나 이회창 후보가 강력대응을 주문했다”면서 “여권의 공작 의도를 알면서도 병역문제의 진실을 다시 한 번 가리기 위해 속아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한나라당은 구체적 증거 없이 결과론적인 주장을 펴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지난 97년 정권교체 이후 현정권의 기류와 일맥상통하는 대목이 적지않다. 상당수 민주당 및 청와대 핵심인사들이 지난 4년여 간 “이회창은 2002년 대선에서 절대 당선될 수 없다. 병역문제에 다시 발목을 잡히게 될 것이다”라고 지적해온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지난 2000년 초쯤에 민주당의 한 실세의원은 “이회창의 병역 비리는 아직 끝난 문제가 아니다. 두고 봐라. 큰 건이 터져나올 것이다”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큰 건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며 입을 닫았다. 병풍 공방이 다시 쟁점화된 시기가 7월이라는 점도 묘한 부분이다. 민주당의 전신인 국민회의가, 정동영 의원의 국회 대정부 질문을 통해 이회창 후보의 병역비리 의혹을 최초로 폭로한 시점도 지난 97년 7월이었다. 국민회의는 97년 대선이 끝난 뒤 병풍 폭로의 시점이 ‘최적의 선택’이었다는 평가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관계자는 “97년 당시 병풍 폭로 시점을 가급적 늦추자는 의견이 많았다.
마지막 순간에 최후의 일격을 가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일부 참모들이 조기 폭로를 건의해 관철됐다. 결과적으로는 그 선택이 옳았다”고 전했다. 병풍 재수사의 불씨를 당긴 김대업씨가 현 정권에서 국방장관과 국정원장을 지낸 민주당 천용택 의원의 ‘끄나풀’이라는 게 한나라당의 또 다른 공격 포인트다. 김씨는 1998년 7월부터 2001년 2월까지 검•군 병역비리합동수사반에서 ‘수사정보원’으로 근무했고,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서울지검 병무비리 수사 때도 교도소에 수감돼 있으면서 조사에 참여한 것으로 드러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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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나라당 의원들은 8월23일 청와대 주변에서 여 권이 병풍을 조작하고 있다며 항의집회를 벌였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김씨가 수감자 신분이면서도 매일 검찰에 나가 병무비리 수사관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천 의원 등의 비호세력 덕분이었다는 것이다. 김성재 문화관광부 장관도 병풍조작설의 중요한 타깃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00년 시민단체에서 병역기피 의혹 관련자 명단을 청와대에 제출했고 그 창구가 재야 시민운동가 출신인 김성재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김 장관이 그 이후에 병풍조작에 지속적으로 관여해왔다는 게 한나라당측 설명이다.
물론 한나라당이 지목하는 배후는 김 장관에서 그치지 않는다. “실로 엄청난 일이 현실로 드러났다. 이 정권이 장기집권을 위한 민심을 잡을 수 없자 이회창 후보를 공작을 통해 음해한 사실이 드러났다. 총기획은 박지원 비서실장이라고 생각한다. 정확하게 소스를 말하지 않지만 박지원은 ‘어떤 일이 있어도 이회창 후보를 낙마시켜라.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고 지시했다.” 서청원 대표는 지난 21일 의원총회에서 이처럼 박 실장을 병풍조작의 총책임자로 지목하면서 “근거는 적당한 시점에 공개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홍준표 의원은 23일 국회 법사위에서 “정현태 신임 서울지검 3차장이 병무 공작팀의 지휘를 맡게 됐다”면서 “정 차장은 박지원 실장의 단국대 인맥의 핵심이고 김 대통령의 인척”이라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서울지검 직제상 박영관 특수1부장은 3차장의 지휘를 받게 돼 있다. 한나라당은 병풍조작설의 근원이 김 대통령이라고 여기는 분위기다. 당의 핵심관계자는 “우리도 처음에는 이번 병풍이 김성재 등등 아랫 사람들 차원의 공작이라고 생각했는데 권력 내부의 사람들이 김대중 대통령의 직접 지시라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면서 “우리는 증언자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정연씨 병역의혹 수사 결과를 9월 말 이전에는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검찰의 시스템과 병역비리의 속성상 어느 한쪽으로 결론을 내리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수사과정에서 각종 의혹들을 계속 흘려서 이회창 후보를 멍들게 만드는 게 병풍조작이 노리는 효과라는 것이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수사중인 사안의 조사 내용을 언론에 유포하는 게 그 반증이라고 한나라당측은 분석한다. 한나라당은 병풍조작의 최대 목표가 ‘이회창 후보 교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 후보가 병풍에 휩쓸려서 아예 대선 본게임에도 출전하지 못하게 만들려는 게 ‘병풍 시나리오’의 히든 카드라는 것이다. 김병철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