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제과 양평동 본사 전경. | ||
크레디리요네증권(CLSA)은 롯데그룹이 주력계열사인 “롯데제과를 상장폐지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지난 6월3일자로 내놓았다.
이 보고서는 지난 6월2일 증권거래소가 “롯데제과 등 24개 상장기업의 월평균 거래량이 규정에 미달해 관리종목에 지정될 수 있다”고 밝힌 바로 다음날에 나온 것이라 더욱 눈길을 끌었다.
롯데제과는 매출액(2002년 1조5백억원)에 비해 자본금은 71억원에 불과하고 지난해 순이익이 1천억원에 달하는 등 전형적인 우량주. 문제는 주식시장에서 거래량이 적다는 점이다.
유가증권 상장 규정에 따르면 월평균 거래량이 자본금 1백억원 미만의 경우 상장주식수의 2%를 넘어야 한다. 롯데제과는 지난 4월과 5월에 1.86%를 기록했다.
6월 말 거래량 점검시까지 미달된 거래량을 채우지 못할 경우 7월1일자로 관리종목에 지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 이와 관련해 크레디리요네증권쪽에선 거래소 시장에서 롯데제과의 거래량 부족이 ‘롯데 쪽의 의도된 것일 수도 있다’는 해석을 내놓은 것.
크레디리요네의 보고서에는 “우리는 나이 여든이 넘은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이 두 아들에게 재산을 넘기면서 상속 작업의 하나로 롯데제과의 상장 폐지를 원한다는 소문을 들었다”는 내용이 있다.
▲ 크레디리요네증권의 보고서엔 “신격호 회장이 상속 작업의 하나로 롯데제과의 상장 폐지를 원 한다는 소문을 들었다”는 내용이 있다. 사진은 신격호 회장. | ||
또 롯데제과가 롯데호텔과 함께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과 롯데가 국내 기업들 중 가장 불투명한 기업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점에서 상장 폐지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런 보고서가 나오자 롯데 쪽에선 당장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롯데제과쪽에선 “우리가 보수적인 경영을 하는 것은 맞지만 상장 폐지할 의도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식품업을 오랫동안 다뤄온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의 백운목 애널리스트도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식품업을 담당한 10년 동안 롯데제과는 한 번도 기업가치 설명회(IR)를 안열었고 유상증자도 한 번도 안했다. 사실상 증시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상장 폐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주식회사의 상장 이유는 증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것. 하지만 현금 부자로 알려진 롯데제과는 지난 10년간 단 한 번도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모으지 않았다.
백 애널리스트는 “롯데제과가 소비재를 다루는 회사라 상장된 것 자체가 소비자들에게 홍보하는 효과가 있어서 상장을 폐지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을 내놨다.
크레디리요네의 보고서를 작성한 애널리스트 폴 최도 “롯데제과가 상장 폐지할 가능성은 극히 미미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그럴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상장 폐지돼도 롯데가 소액주주들의 주식을 되사줄 의무도 없고, 그렇다고 롯데가 일부러 주식의 유동성을 높이는 작업을 할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자동으로 상장 폐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이와 관련, 증시 일각에선 롯데가 유통 주식 수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액면분할 등을 실시할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나돌기도 했지만 롯데쪽에서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이에서 보듯 롯데제과 주식이 상장 폐지될 위험에 처한 가장 큰 원인은 유통 주식수 부족이다. 증권가에선 롯데제과의 주식 중 롯데측 특수관계인 지분이 47~48%, 장기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 지분이 47~48% 정도라고 밝혔다. 이를 빼면 유통 물량은 고작해야 5~6%선인 셈이다.
게다가 롯데는 매출액이나 순이익 규모에서 보면 자본금마저 기형적으로 작다. 10년 동안 증자를 안했고, 액면 분할을 통한 유통주식수 증대 방법도 취하지 않았다.
“롯데제과 주식은 우량주이기는 하지만 사기도 어렵고 팔기도 어렵다는 의식이 팽배하다”(백운목 애널리스트)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
이런 유통 주식수 부족의 원인에 관해서 크레디리요네의 보고서에선 ‘롯데의 불투명하고 폐쇄적인 경영’을 꼽으며 비판적인 보고서를 낸 것이다.
롯데에서도 유통 주식수 부족에 대해 회사 차원에서 특별한 대책이 없다고 밝힌 점을 비추어보면 롯데의 입장이 ‘상장 폐지돼도 그만, 안돼도 그만’이라는 쪽에 가깝다고 풀이할 수 있다. 상장 폐지돼도 오너들이 소액주주의 주식을 사줄 의무도 없고, 재산 이양 과정에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크레디리요네에선 보고서 말미에 투자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조언을 달았다. 롯데가 상장 폐지를 원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한 달 동안 강한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다는 것. 주가가 단기 급반등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롯데쪽에서 상장폐지를 원하지 않거나 롯데 주식을 들고 있는 외국인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사고 팔기를 반복해야 가능한 일이다. 롯데의 상장 폐지 반대에 누가 더 관심이 있는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