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 두산중공업의 분신 노동자 배달호씨 장례행렬. 민영화 과정에 있는 두산중공업은 이 사건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 ||
역사가 긴 만큼 두산가의 인맥과 혼맥도 풍부하다. 그러나 두산은 사업구조면에서 지나치게 소비재산업에 치중한 나머지 경기에 매우 민감한 편이다. 이로 인해 두산은 지난 90년대 중반 경기침체현상이 빚어졌을 때 다른 기업에 비해 큰 위험을 맞기도 했다.
결국 그룹의 주력이던 동양맥주, 두산식품 등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고, 주류사업의 상당부분도 포기해야 했다. 대신 박용성 회장이 나서 한국중공업 민영화에 참여, 두산중공업으로 이 회사를 껴안았다. 그후 두산중공업은 민영기업으로 거듭 변신하고는 있지만 노조문제 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두산은 지난 98년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 (주)두산을 중심으로 새 사업구조를 이루고 있다. 소비재사업에서 제조업으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것. 이런 상황에서 재계의 관심은 과연 두산의 차세대 경영이 어떤 방향으로 이어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 그룹의 대통을 이을 1순위로는 박용곤 회장의 장남 박정원씨가 꼽힌다. 대일고, 고대를 나온 그는 올해 42세. 비교적 젊은 나이에 두산상사의 후신인 두산주류BG라는 회사의 사장직에 올랐다.
올 초에는 박용곤-용성 회장이 그룹의 등기이사에서 제외되면서 박 사장의 이름이 올랐다. 이는 장차 박 사장이 그룹의 경영권을 이어갈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그룹 내에는 박 사장을 필두로 10여 명의 4촌들이 제각기 주요 보직을 차지하면서 서서히 경영본류에 진입하고 있다. 이들의 향후 행보도 매우 주목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문제는 박 사장을 정점으로 얼마나 이들 4촌들이 뭉치느냐 하는 부분이다. 특히 박 사장이 경영권 안정 차원에서 인수했던 (주)두산의 BW인수작업이 시민단체의 반대로 무산됨에 따라 향후 오너십 발휘에 상당한 제약이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현재 그룹의 가장 큰 골칫덩이가 되어버린 두산중공업 경영안정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 노조와의 대립관계가 심화되면서 그룹 전체가 상당한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두산그룹 내에서는 두산중공업의 인수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는 경영인들도 적지 않다.
오너 3세 경영인들의 잇단 퇴진과 신주류 경영진의 부상이 현재 두산그룹을 젊게 만들고는 있지만, 아직 경영을 주도할 뚜렷한 인사가 부각되고 있지 않아 경영이 안정돼 있다는 느낌은 부족한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현재 대한상의 회장으로 사실상 그룹경영서 한 걸음 물러선 박용성 회장의 그룹경영 재진입을 희망하기도 한다.
현재 두산그룹의 경영을 주도하고 있는 사람은 박정원 사장을 비롯해 박용만 (주)두산 사장, 유병택 (주)두산CPK 사장, 강태순 (주)두산 부사장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두산의 미래를 이끌 차세대로 거론되고 있다. [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