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금호는 오너 일가 내부의 문제와 항공사업의 부진이 겹치면서 90년대 들어 위기를 맞았다. 특히 황금알을 낳을 것으로 기대했던 민항사업이 선발회사인 대한항공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항공시장 개방으로 외국항공사와도 불꽃 접전을 벌이면서 막대한 부채를 안게 됐다.
대부분 리스로 시작한 항공사업의 부진은 90년대 중반 고금리 시대를 맞으면서 경영난을 겪게 되는 계기가 됐다. 결국 금호는 위기 탈출을 위해 알짜사업인 금호타이어를 외국에 매각하고 상당수 계열사를 정리해야 하는 비극을 맞았다.
이런 와중에 경영권이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 당초 박인천 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의 경영권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했던 박성용 명예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떠나고, 차남인 박정구 회장이 바통을 받았으나 건강 문제로 끝내 작고하고 말았다.
현재는 3남 박삼구 회장 체제로 운영되고는 있지만 어딘지 불안하기만 한 모습이다. 그룹 안팎의 사정이 원활하지 못한 가운데 내부 경영마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금호그룹의 앞날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금호그룹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현재 3조원대에 이르는 부채를 조속히 청산하는 게 관건. 이를 위해 상당수 계열사를 정리하고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항공사업이 제 길을 찾아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재계는 금호그룹이 미래지향적 사업을 벌이지 못하고 있는 부분도 답답하게 여기는 듯하다. 항공사업 투자로 인해 눈덩이처럼 불어난 부채가 그룹의 미래사업 전개를 방해하고 있다는 것.
재계 전문가들은 금호그룹이 도약하기 위해서는 항공사업의 구조조정과 그룹 계열사의 정리를 통한 부채줄이기가 성공한다면 재도약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룹의 주력사업인 건설, 타이어, 항공사업의 성장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는 진단이다. 특히 그룹의 새로운 주력사업으로 떠오른 석유화학 부문도 향후 전망이 밝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