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MBC ‘PD수첩’ 캡쳐
5일 방송되는 MBC ‘PD수첩’ 1217회는 레고랜드 개발과 유적지 보존을 둘러싼 갈등을 취재한다.
2011년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2015년까지 동아시아 최초의 레고랜드 테마파크를 건설하겠다고 공언했다. 레고랜드가 들어서기로 결정된 곳은 강원도 춘천의 중도라는 섬이다.
중도를 중점으로 한 관광 개발 사업은 최 지사 당선 전부터 강원도가 중점 공약으로 내세운 곳이었다.
2011년 강원도는 영국 멀린 엔터테인먼트와 개발투자합의각서(MOU)를 체결하고 2012년에는 이 사업을 위한 특수목적법인 엘엘개발(현 ㈜강원중도개발공사)도 설립했다.
사업 시행 전인 2014년 7월 발굴 현장이 공개됐다. 중도는 논란의 지역이 됐다. 중도는 1980년대부터 각종 유물이 발굴됐던 곳인데 이번 발굴 결과는 학계를 떠들썩하게 할 만한 것들을 대거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발굴 대상 지점이었던 개발 구역 주변 약 20만㎡에서 고인돌 101기, 집터 917기 등 1,400여 기에 달하는 청동기시대 유구가 확인됐다.
특히 청동 도끼, 비파형 동검 등 한반도 중부이남 지역에서 최초로 발견된 유물도 있었다. 한반도 고대사를 다시 써야 할 유적으로 평가될 만큼 획기적인 발굴 결과였다.
매장문화재 평가 평점은 91.77점. 통상 76점 이상이 원형 보존 기준이 되는데, 이를 훨씬 뛰어넘는 결과였다.
그런데 현장 공개 두 달 후, 문화재청은 ‘일부 이전 복원’으로 결정을 바꿨다. 고인돌은 옮겨서 복원하고 사업은 진행하는 조건부 개발허가였다.
고인돌 일부는 ‘잡석’으로 취급돼 비닐 포대에 무분별하게 옮겨졌다. 문화재청의 결정에 당시 정권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란 의혹이 일었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레고랜드를 5대 현장대기 프로젝트 사업으로 선정했고 이후 850억 원을 투입해 레고랜드 진입 교량을 건설했다. 레고랜드 사업 초입부터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던 것이다.
도지사가 청와대가 접촉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사업 시행을 맡았던 민건홍 전 엘엘개발 대표는 “최 지사가 청와대 교육문화수석과 접촉한 뒤 문화재청의 태도가 협조적으로 바뀌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문화재 보존을 뒤로한 채 강행한 사업은 잘 진행되고 있었을까. 총 사업비 5000억 원대, PD수첩이 찾은 중도 레고랜드 개발 현장은 허허벌판이었다.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는 백지 위에 그냥 그림 그린 것”이라는 게 남상규 강원도의원의 입장이다.
사업 초기 확보자금이 200억 원가량에 그쳤던 시행사는 강원도를 앞세워 2050억 원을 대출받았고 레고랜드 부지 주변 땅을 팔아 사업비를 조달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계획은 순조롭게 풀리지 않았다. 땅은 팔리지 않았고 본 공사는 착수되지도 못한 채 기공식만 세 번이 열렸다.
지난해 5월, 협약을 맺은 멀린 사가 직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사업 계획은 변경됐고 애초보다 사업 규모는 축소됐다. 1500억 원 이상이던 건설 규모는 멀린 사가 개입하면서 1000억 원대로 떨어졌다.
시행사는 대출금 2050억 원도 거의 소진한 상황. 일일 대출 이자도 버거운 상황이지만 이미 들어간 비용 탓에 사업을 중단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게 사측의 입장이다.
10년 가까이 이어진 중도 레고랜드개발이 논란을 겪으며 사업이 제자리걸음 하는 동안 지금까지 중도의 청동기 유적들은 방치되어 있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