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티즌이 경기 승리 후 관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대전=일요신문] 육심무 기자 = 프로축구 시민구단 대전시티즌의 중흥에 대한 대전시민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전시는 지난 5일 하나금융그룹과 대전시티즌 투자협약을 체결하면서 “하나금융그룹은 대전시티즌을 인수 운영하면서 22년 역사의 대전시티즌의 전통을 계승하고 대전지역 연고를 유지키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허태정 대전시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은 대전시티즌 투자협약서에 서명하면서 “대전시티즌의 1부리그 진출과 국내 최고의 명문구단으로 육성하겠다는 공통된 비젼과 목표에 대해 양측이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다.
대전시는 하나금융그룹과 올해 말까지 구체적인 투자방식과 규모, 관련시설 사용조건 등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협상을 통해 본 계약을 체결할 계획으로, 본 계약 협상을 위해 시티즌 이사회와 주주총회 등 관련절차를 신속히 진행할 방침이다.
허태정 시장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투자유치 요청을 수락하고 앞으로 사회공헌사업차원에서 대전시티즌을 명문구단으로 육성하겠다는 하나금융그룹과 투자협의과정에서 대상기업을 밝힐 수 없었던 불가피한 상황을 이해하고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준 시민들에게 감사드린다”면서 “지난 8월 하나금융그룹에 대전시티즌 투자유치 제안서를 제출한 이후 약 2개월간 협상을 벌여 왔다”고 말했다.
함영주 부회장은 “은행이 무슨 축구단이냐고 묻는 분도 계시지만 하나금융그룹은 오랫동안 한결같이 한국 축구 발전에 기여해 왔다”면서 “하나은행은 충청은행을 인수한 뒤 지역기관·단체의 주거래은행으로서 강한 연고를 갖고 있고, 그룹 차원에서 대전시티즌이 시민의 사랑을 받는 명문구단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전시티즌은 지난 1997년 3월 ㈜대전프로축구로 창단한 뒤 사실상 구단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능력이 있는 연고 기업이 없어 2005~2006년 시민주 공모를 통해 시민구단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2011년을 고비로 하위권의 성적을 기록하다 최근에는 K리그 2부로 강등된 뒤 시민들의 애정도 예전 같지 않다. 여기에 선수 공개 선발 과정에서 대전시의회 수장의 청탁설이 제기돼 김호 대표와 고종수 감독이 불명예 퇴진하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최용규 대표와 이흥실 감독을 영입해 분위기 쇄신을 추진하던 대전시티즌은 구단주인 허태정 시장이 지난 13년간 이루지 못했던 기업유치를 성사시켜 시민구단에서 기업구단으로 변신할 전환점을 마련하게 됐다.
허 시장은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구단 인수와 홈구장인 대전월드컵경기장 등 시설 이용에 대한 구체적인 협의를 마무리해 선수들의 전지훈련 등 내년 시즌 준비에 지장이 없도록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시-하나금융그룹 대전시티즌 투자협약 체결식
협약 체결 이후 지역방송에서는 황선홍 전 국가대표가 감독을 맡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는 등 대전시티즌의 선수 및 코치진 보강을 통한 성적 향상에 대한 기대를 드러내기도 했다.
대전시티즌 선수들과 직원들도 기업 구단으로 변신하면 돈 가뭄에서 벗어나 구단의 빠른 증흥이 가능해 1부리그 진입과 명문구단으로의 도약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대전시의 경우 매년 구단 운영에 지원하던 85억원 정도의 예산을 절감해 다른 체육 분야에 투자하면 보다 많은 시민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시민구단에서 기업구단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모두 순탄할 수만은 없겠지만 대전시티즌의 도약을 바라는 다수 성원에 힘입어 연착륙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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