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또 붐을 타고 시스템사업자인 KLS가 ‘대박’을 터트렸다. 사진은 한 판매점에 로또를 사기 위해몰려든 사람들. | ||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업계에서는 KLS가 어떤 회사인지 궁금해 하고 있다. 이 회사는 로또 사업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수백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기업내용이 엉망이었으나, 로또 운영시스템권을 따내면서 단숨에 수천억원대의 수입을 올리는 ‘알짜기업’으로 변신했다.
KLS는 로또복권의 운영시스템을 깔고 서버를 관리하는 ‘코리아로터리서비스 컨소시엄’의 주간사 회사. 이 컨소시엄은 23개 대기업 및 중소기업들이 구성돼 있다.
이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업으로는 통신망을 제공하는 KT와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삼성SDS, 모바일서비스를 맡은 SK, 로또 단말기를 제공하는 (주)콤텍, 보안을 맡은 안철수연구소 등이 있다.
이 컨소시엄의 주간사 회사인 KLS는 지난해 1월 복권 운영자인 국민은행이 시스템 사업자를 민간에 위탁하기 위해 실시한 공개입찰에 참여, 사업자로 선정됐다. 당시 이 회사는 시스템 운영비 명목으로 로또복권 전체 판매액 중 9.523%를 받기로 했다. 이는 로또복권 전체 운영비의 절반 정도(운영비는 복권 판매액의 20%)에 해당한다.
현재 로또복권은 총매출액의 50%는 당첨금으로 지급되고, 30%는 공공기금으로, 나머지 20%는 운영비 명목으로 사업참여자들이 나누어 갖는다. 로또복권의 회당 매출액이 1백억원을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KLS는 매주 10억원이 넘는 돈을 앉아서 꼬박꼬박 챙기는 셈이다.
KLS가 설립된 것은 지난 88년 3월. 설립 당시 사업목적은 즉석복권 인쇄 및 판매업이었다. 현재 이 회사의 대표이사는 남기태씨와 남진우씨. 지난 4월을 기준으로 이 회사의 주주구성을 보면 대표이사인 남기태씨가 총 19.59%(1백90만7천8백96주)로 최대주주이며, 나머지 지분은 CTF라는 회사가 17.87%(1백74만 주), 범양건영이 16.54%(1백61만7백76주), SK(주)가 5.46%(53만2천 주)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건축업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는 범양건영이라는 회사가 이 회사의 3대 주주라는 점이다. 얼핏 보아서는 건설업과 복권산업이 연관이 있을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회사의 속내는 조금 다르다.
KLS의 기업사를 더듬어보면 이 회사의 모태는 지난 86년 10월 범양건영 회사 내에 신설된 복권사업부.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범양건영의 박희택 회장은 “향후에 복권사업이 유력할 것 같다”며 회사 내에 복권사업부를 설립했다는 것이다.
이로부터 2년 뒤인 지난 88년 7월 박 회장은 이 사업 부문을 독립시켜 KLS라는 독립법인으로 출범시켰고, 이 회사의 대표이사로 자신의 사위인 남기태씨를 앉혔다.
금감원에 보고된 이 회사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지난 2000년까지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전체 지분의 22.5%를 보유하고 있던 범양건영이었다. 이후 장인의 지원을 등에 업은 남 사장은 2년 동안 즉석식 복권 제조와 관련한 기술 도입 등에 매달렸다.
이 회사가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 90년부터. 이 회사의 첫 복권사업은 지난 90년 8월 조흥은행과 체결한 엑스포복권 공급계약이었다. 이후 KLS는 주택은행의 주택복권, 외환은행의 체육복권 공급 계약을 잇따라 따내면서 사업영역을 넓혔다.
▲ 코리아로터리서비스(KLS)사가 입주해 있는 서울 방배동 범양건영빌딩. 이종현 기자 | ||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이 회사가 로또복권에 참여하기 전까지 경영실적은 좋지 못했다. 사업을 시작한 지 10년이 된 2000년 이 회사의 실적을 보면 매출은 55억7천8백여만원을 기록했으나, 15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 이 회사는 98억5천만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로또복권 시스템 구축비 등이 지출되면서 무려 3백25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 회사의 사정은 올 들어 백팔십도 달라졌다. 로또 붐을 타고 이 회사는 올 연말까지 3천4백억원대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것. 이는 2002년에 비해 매출만 30배가 넘는 ‘왕대박’을 터트린 셈이다.
더욱이 이 회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하면서 KT, 삼성SDS, 안철수연구소 등 참여업체들로부터 현물 투자를 받았기 때문에 이 수익금 역시 이들 참여업체들과 정해진 비율을 나누는 것이 아닌 현물 투자에 대한 금액만을 지급한다는 점에서 실제로는 KLS가 수익의 대부분을 독식할 전망이다.
KLS가 로또복권의 최대 수혜주로 알려지면서 장외에서 거래되고 있는 이 회사의 주식값은 주당 7만원을 넘어선 상태. 따라서 대주주인 남기태 사장의 개인 재산은 1천3백억원대로 추정된다.
KLS의 홍보를 맡고 있는 미래사회전략연구소 관계자는 “설비투자가 1천억원이 넘는다”며 “우리만 이득을 보고 있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의 대표이사인 남기태씨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진 바가 없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남 사장은 외부에 자신이 노출되는 것을 싫어하고 있기 때문.
이런 이유 때문인지 남 사장은 지난 88년 회사를 설립 이후 처음에는 단독 대표이사를 맡았으나 회사 규모가 커진 이후엔 여러 사람의 대표이사를 영입했다. 현재 이 회사의 대외적인 업무는 지난해 4월 취임한 또다른 대표이사인 남진우 사장이 맡고 있다.
이 회사의 로또복권 시스템 사업권 기간은 오는 2009년 12월까지. 따라서 이 회사는 앞으로 6년반 동안은 황금알을 낳은 거위를 갖고 있는 셈이다.
특히 현재 로또복권 판매 추세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연간 3천억원대 이상의 매출이 확실히 보장돼 있다. 시스템사업의 경우 초기 투자를 제외하면 신규 투자 규모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매출 자체가 곧 수입으로 연결된다. 초기 투자비를 회수한 이후부터는 매출이 곧 순익이 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