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은 은행, 증권, 제2 금융권 등을 감찰하는 ‘금융계 파수꾼’ 역할을 하고 있고, 소보원은 일반 소비자들을 보호하는 책임을 가진 재경부 산하기관이기 때문이다. 이런 두 기관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게 된 것은 지난달 말께 소보원에서 낸 보고서 때문이었다.
소보원 생활경제국은 지난 7월23일 ‘종신보험료 천차만별’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보고서 내용은 일반 소비자들이 가장 흔히 가입하는 종신보험의 매달 납입 보험료와 해약환급금 등을 조사한 것이었다. 문제는 조사 결과 보험사별로 최대 20% 이상 차이가 난 점이었다.
사실 소보원이 낸 보고서는 몇 가지 측면에서 의미를 가졌다. 소보원 관계자는 “보험사간의 종신보험료 비교가 발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그동안 다른 기관에서도 시도는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국내 최초”라고 말했다.
이는 보험회사들의 고질적인 문제 때문이라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보험회사들은 이 같은 내부 정보가 외부에 공공연히 퍼질 경우 입게될 피해 등을 우려해 해당 기관에 모종의 압력을 행사하기도 하고, 또 정보를 철저히 차단하기도 해 그동안 직접적인 비교가 어려웠다는 얘기다.
이런 차원에서 보자면 소보원의 이번 조사는 ‘국내 최초’라는 점 외에도 일반 소비자들에게 그동안 거의 전무하다시피했던 정보를 공개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제공한다는 의미도 있었다.
실제로 소보원측은 이 조사를 한 이유에 대해 “대부분의 가정이 생명보험을 한 건 이상 가입하고 있을 정도로 이 시장이 넓지만, 정작 고객들은 다른 회사의 상품과 비교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자면, 아주 유용한 정보를 제공받은 셈이다. 그러나 이번에 알려진 보험사들의 실태는 이에 관심을 갖고 있는 소비자들에게만 영향을 미칠 뿐, 법적으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조사의 파장이 ‘법적 구속력’에 관한 얘기로까지 번지자, 언짢은 기색을 하고 있는 곳이 있었다. 다름 아닌 금감원이었다. 보험사에 대해 감찰할 의무를 가진 금감원이 그동안 보험사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 제공에 대해 손을 놓고 있었다는 지적들이 곳곳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제2 금융권의 보험사에 대한 보험료가 자율화되어 있어 보험사들이 자사 실정에 맞춰 마음대로 보험료를 정할 수 있다. 보험료를 올린 곳에서는 그만큼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면 되고, 또 좋은 보험 상품이 있다면 보험료를 올려도 소비자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보험료 자율화 이후 금감원이 이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한 것은 단 한 건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직접 비교를 하겠다고 나서, 소보원이 보고서를 내놓았으니 금감원의 입장에서 보자면 여간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조사를 맡았던 소보원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소보원 생활경제국 전효중 국장은 “이번 조사가 무척 힘들었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전 국장은 “지난 2월부터 4개월에 걸쳐 서비스 거래팀, 업계 담당임원, 전문가들이 조사방법을 만들어 조사를 했으나, 우리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서 생보사들에게 협조를 구하는데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금감원 등 금융당국이 이 같은 조사를 했다면 우리보다 훨씬 빨리 결과를 낼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금감원을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소보원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일부 보험사들로부터 조사결과를 발표할 경우 소보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압력을 받았다고도 전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금감원은 드러내놓고 불만을 표시하지는 않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와 소보원이 신경전을 벌여야할 이유도 없고, 서로 영역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소보원이 우리보다 조금 빨리 보험회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것이 됐지만 조만간 우리도 보험료에 관한 비교 공시를 시작할 예정이었다”며 “금감원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정보가 많이 차단됐던 보험회사들에 대한 정보를 너무 급하게 알릴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금감원 내부에서는 소보원이 공개한 보고서를 두고 말들이 많았다. 또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사실 소비자 보호기관이 이 같은 정보를 먼저 제공한 데 대해 금감원 관련 부서에서 말이 많았다”며 “특히 올 초 인사이동 등 조직개편을 마치고 다들 열심히 일해보자는 분위기에서 다른 기관들이 앞서 나가 곤혹스럽다”고 털어놨다.
한편 소보원은 이번 조사를 계기로 다른 보험사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소보원 관계자는 “보험상품의 종류가 워낙 많아 비교하는 것이 어렵기는 하지만, 가능한 부분에 대해서는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리 깜짝비교]
소보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현재 종신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19개사 중에서 16개는 확정 금리를 적용하고 있고, 3개사는 연동금리를 적용한다.
확정금리를 정한 보험사 중에서 가장 높은 금리를 적용하고 있는 회사는 알리안츠, 뉴욕생명으로 이들은 연 5.25%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AIG생명(5.1%), 교보, 흥국, 동부 등 나머지 13개 보험사는 연 5%의 금리를 적용했다.
변동금리를 적용하는 보험사는 최저보장이율로 삼성생명 4%, 대한생명 4.5%, 신한생명 5%를 적용하고 있으며, 올해 6월 현재 삼성 5.4%, 대한 5.6%, 신한 6%를 적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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