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KBS ‘다큐3일’ 캡처
함백산 만항재 아래 첫 마을인 만항마을은 해발 1100고지에 자리하여 국내에서 자동차 포장도로로 오를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마을이다.
광산이 활발하던 때 탄광1번지로 불리며 주민 수가 1000명이 넘을 정도로 북적이는 곳이었으나 광산이 점차 문을 닫고 마지막으로 2001년 정암광업소까지 폐광하자 주민들은 하나 둘 짐을 싸서 떠났다.
현재는 40가구, 70여명만 남은 작은 폐광촌이 된 마을. 하지만 주민들끼리 나누는 따뜻한 정은 1000명 부럽지 않을 끈끈한 이웃 사랑을 자랑한다.
다큐멘터리 3일 제작진은 함백산의 아름다운 설경과 그 속에서 따뜻함을 간직하고 살아가는 만항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첩첩이 이어진 백두대간의 물결을 자랑하는 함백산.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과 영월군 상동읍, 태백시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고개인 만항재는 하늘 아래 첫 고갯길이라 불린다.
봄, 여름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야생화 군락지로 손꼽히는데 특히 겨울이면 새하얀 상고대가 절경을 이루어 겨울 눈꽃 산행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만항재를 시작으로 정상까지 칼바람이 매섭게 불지만 저마다의 방식으로 추위를 이겨내며 올라간다. 힘겹게 오른 정상에 서서 새해 소망을 외치고 자신의 2020년을 기대하며 기도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만항마을엔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 사는 동네’라는 말이 있었다. 광산에서 일하는 사람이 많아 동네에 탄가루가 가득해 필히 장화를 신고 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당시 국민학교 학생들은 미술 시간에 개울을 그리면 검은색으로 칠했다고 한다. 50년이 넘는 세월을 광산에서 일했던 임주식 어르신. 어르신을 따라 옛 삼척탄좌를 찾았다.
당시 갱도 안으로 들어갈 때 도시락을 챙겨 갔는데 자기들끼리 하는 말이 사지 밥을 들고 간다고 했단다. 그만큼 광산을 들어서기 전 광부들의 마음이 두려웠던 것이다.
만항마을에는 남자 어르신이 딱 세 분 계시는데 원래 계셨던 분들은 모두 광산에서 얻은 폐병으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굳게 닫힌 갱도 문 앞에서 광부로 일하던 때를 회상하는 임주식 어르신.
광산은 내 가정의 생계를 책임져 주고 내 아이들을 부족함 없이 키워준 고마운 곳이지만 광부들의 기억속에는 언제나 두렵고 떨리는 곳이다.
만항마을에는 특별한 인사법이 있다.
‘사랑합니다’ 외치며 손을 머리 위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인사하는 것인데 주민들 간에 화합을 위한 취지로 황영자 이장님의 특별 제안이었다고 한다.
처음엔 다들 부끄럽고 어색했지만 서로 하다 보니 절로 웃음이 나오고 더 가까워지는 걸 느낀 주민들은 이제는 진심을 다해 인사를 한다.
만항마을에는 사랑스런 에너지가 가득하다. 만항마을에 특별한 것이 하나 더 있는데 그것은 마을 주민들이 매일같이 모여 밥을 먹는다는 것이다.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마을 회관에 모이거나 또는 옆집 어르신 집에 모여 함께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가족보다 더 가족같이 오순도순 살아가는 만항마을에는 따뜻한 정이 가득하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