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MBC ‘PD수첩’ 캡처
2018년 2월, ‘PD수첩’은 울산에서 일어난 ‘고래고기 사건’을 방송했다.
‘고래고기 사건’은 2016년 울산 지방 검찰청에서 경찰이 압수한 21t의 고래고기를 압수한 지 한 달 만에 불법 포획 유통업자에게 돌려준 사건이다.
경찰은 피의자들이 고래고기를 돌려받아서 3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이익을 누리게 된 과정에는 조작된 고래유통증명서 등에 불법이 개입돼 있었지만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특히 경찰은 고래고기 피의자들의 변호사가 2013년까지 울산지검에서 환경, 해양 담당 검사로 일했던 전관으로 이른바 ‘전관특혜’가 이뤄진 게 아닌가 하는 의심 하에 변호사에 대한 사무실, 차량, 휴대폰, 계좌, 세금 계산서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대부분 기각해 버렸다.
‘전관특혜’를 밝힐 수 있는 모든 수단이 차단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고래고기를 돌려준 검사는 경찰의 서면답변 요구 등에 뚜렷한 답변을 하지 않다가 1년간 해외연수를 떠났다.
경찰은 이를 노골적인 수사 방해라는 입장을 보였고, 검찰은 적법한 절차에 대해 경찰이 여론전을 편다며 불편해했다.
검경 갈등이 심화되던 2018년 초, 경찰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수사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도 검찰과 경찰은 팽팽한 기 싸움을 계속했다.
이에 ‘30억 PM 용역계약서’ 사건의 당사자인 건설업자 김흥태 씨를 어렵게 만났다. 김 씨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동생 김세호 씨(가명)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인물이다.
2007년부터 울산시 북구에 아파트를 건설할 계획이었던 김 씨는 시공사의 부도로 자금난을 겪으면서 사업계획승인을 취소당했다.
해당 아파트의 시행권은 A사로 넘어갔고 김 씨는 A사에 30억 원의 웃돈을 주고 시행권을 되찾아오려고 했다.
김 씨의 주장에 따르면 이때 김 전 시장의 동생 김세호 씨(가명)가 김 씨에게 접근했다고 한다. 2014년 제6회 지방선거를 약 3개월 앞둔 때였다.
김세호 씨(가명)는 본인의 형이 울산시장이 되면 해당 아파트의 시행권을 김흥태 씨에게 주는 조건으로 A사 대신 본인과 30억 계약을 맺자고 권유했다고 한다.
계약은 성사됐지만 김흥태 씨는 A사 대신 아파트 시행권을 확보하지 못했다. 경찰은 2018년 1월 수사에 착수하고 증거와 증언을 확보해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2019년 4월 검찰은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2018년 3월 김흥태 씨는 부정청탁 교사 및 공갈, 협박, 청부수사 혐의로 고발을 당한다.
그런데 이때부터 김흥태 씨의 주변인들에게 검찰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사건 담당 문승태 검사와 수사관이 김 씨의 계좌와 지인들의 계좌를 조회하고 김 씨에게 돈을 빌려준 지인들을 참고인으로 소환, 김 씨를 고소하라고 종용했다는 것이다.
김흥태 씨와 김 씨의 지인들은 검찰 조사에서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해왔다. 검찰에서 당시 울산 지방 경찰청장이었던 황운하 씨와 김흥태 씨의 관계를 캐물었다는 것이다.
황운하 청장은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주장하고 검찰의 ‘고래고기 사건’ 처리를 강하게 비판하는 등 검찰과 대립 관계에 있었던 인물이다.
경찰이 조사한 사건은 김흥태 씨가 사업권을 따오려고 했던 울산시 북구의 H아파트 인허가 과정 의혹이었다.
당시 여러 가지 문제로 지연되던 사업승인이 공교롭게도 김기현 전 시장의 취임 이후 일사천리로 허가되었다는 것이다.
경찰은 해당 아파트의 인허가 의혹을 수사하던 중 김 전 시장의 형과 동생의 계좌에 2억 2000만 원이 넘는 정체불명의 현금이 입금된 것을 확인했다.
또한 김 전 시장의 형 김일호 씨(가명)가 시행사로부터 사업수익의 50%를 받는 조건으로 시행사를 밀어줬다고 이야기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A사가 김 씨 형제에게 로비를 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A사의 사무실 등에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이를 기각했다.
경찰은 해당 사건의 조사를 위해 수사기일을 2개월 연장해 달라고 건의했지만 검찰은 사건을 송치하라고 지휘했고 결국 해당 사건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울산에서 근무하는 일선 경찰들은 ‘고래고기 사건’ 이후로 검찰과 사이가 틀어져 수사의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했다.
검찰과 경찰, 양측에서 작성한 수사 관련 문건들을 입수했다.
한 사건을 놓고 검찰과 경찰 두 수사기관이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지 알아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