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승렬 전 회장 | ||
나 전 회장은 지난 98년 3월 한남투신을 인수해 계열사간 무담보 대출을 해주는 방식 등으로 모두 2천9백45억원을 계열사에 부당 지원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됐다.
그러다가 지난 5월27일 서울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판사 이대경)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나 전 회장에게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나 전 회장의 건강상태가 나쁜 점을 고려, 병 보석을 허가해 현재 가석방한 상태에 있다.
문제의 프레야타운은 지난 98년 5월 거평그룹이 부도나면서 함께 몰락했던 동대문 쇼핑몰 상가 거평프레야의 후신이다.
‘나승렬 컴백설’의 진원지는 현재 프레야타운을 경영하고 있는 ‘프레야타운임차인연합위원회’(이하 위원회).
이 위원회는 지난 98년 5월 거평그룹이 부도가 난 뒤 거평프레야의 경영을 맡게 된 임차인들의 모임이다. 거평그룹이 부도날 당시 거평프레야 지분의 76%를 소유하고 있던 거평산업개발은 지난 98년 11월 3천2백여 명의 임차인들로 구성된 ‘거평프레야임차인연합위원회’에 거평프레야의 경영권을 넘겼다.
이후 나 전 회장은 사실상 거평프레야의 경영에서 손을 뗐으며, 이후 이 상가는 1천9백억원대의 보증금을 맡긴 임차인들의 조직에 의해 경영이 이루어져왔다.
나 전 회장 컴백설이 거평프레야 임차인들 사이에 오가기 시작한 것은 지난 4월. 당시 상가 내의 연합위원회와는 별도로 상가 임차인들로 구성된 새로운 조직이 만들어졌다. 위원회의 경영방침에 반발한 일부 임차인들이 모여 ‘거평프레야 임차인조합’(조합)이라는 조직을 만든 것.
나 전 회장의 컴백설이 불거진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상가 경영을 맡아온 위원회측은 “새로 생긴 임차인 조합의 배후에 나 전 회장이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나 전 회장이 경영 컴백을 위해 신생 조합에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에 대해 조합측과 나 전 회장측은 “위원회측의 중상모략”이라며 발끈하고 있다.
그럼에도 위원회측이 이 같은 의혹을 계속 제기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나 전 회장측이 지속적으로 상가 임차인들과 접촉을 하고 있고, 상가 경매 등에 대해 방해작업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위원회측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나 전 회장측은 “프레야 경영에서 물러난 지가 언제인데,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한마디로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 프레야타운 임차인조직 간의 갈등 와중에 불거진 나승렬 전 회장의 경영컴백설에 대해 나 전 회장측은 “금시초문” 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당시 나 전 회장을 만났다는 위원회측 관계자는 “나 전 회장은 자신을 사장 자리에 앉혀주면 우리들(당시 나 전 회장을 면담한 위원회 관계자 6명)의 상가 보증금을 6개월 안에 지급하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나 전 회장측은 “그런 사실이 없다”며 만난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위원회측이 임차인조합과 나 전 회장의 관계에 대해 의심하는 또다른 근거는 “최근 임차인조합원 50여 명이 모인 자리에 나 전 회장의 측근 인사인 A씨가 참석해 ‘프레야타운이 경매 처분되면 안된다. 경매로 넘어가면 상인들 모두가 죽는다. 우리 뒤에는 나 회장님이 계시다. 지금부터 조합의 운영경비를 나 회장님이 부담할테니 열심히 조합운영을 해달라’고 말했다”는 것.
위원회측이 거론한 A씨는 거평프레야를 소유했던 거평산업개발의 등기이사. 이에 대해 A씨는 “당시 조합 모임에 참석한 것은 사실이지만, 한 마디도 안 했다. 나 회장 얘기를 했다는 것은 모두 꾸며낸 얘기”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나 전 회장의 컴백설이 나도는 것에 대해 조합측 간부는 “프레야타운 임차인들은 나승렬 전 회장에 대해 아직도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위원회측이 우리 조합과 나 회장이 유착돼 있는 것처럼 소문을 퍼뜨려 조합을 와해시키려하고 있다. 우리는 결코 나 회장의 사주를 받지 않았다. 우리도 나 회장과 싸워야 하는 단체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위원회는 “여기저기서 나 전 회장이 조합과 연계돼 있다는 정황이 포착됐는데도, 조합이 이를 부인하며 임차인들을 현혹시키고 있다”며 “조합이 임차인들을 선동해 위원회를 몰아내려는 계략”이라며 맞받아쳤다.
그러면 왜 임차인들간에 나 전 회장의 컴백문제를 둘러싼 공방전이 전개되고 있는 걸까. 문제의 핵심은 거평프레야의 경영 주도권을 둘러싼 임차인들간의 반목이라는 지적이 많다. 우선 조합측은 현재 실제로 프레야타운의 경영을 맡고 있는 위원회의 상가 경영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한다.
과거 거평프레야가 프레야타운으로 바뀐 다음부터 상가 경영이 불투명해졌다는 것. 위원회가 임차인들의 권익향상을 위해 일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있다는 게 조합측의 판단이다.
양측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자 조합은 임차인 총회를 열 것을 제안했다. 총회를 열어 전체 3천여 명의 임차인들을 대상으로 상가 운영실태에 대한 총의를 물어보자는 것.
최근 위원회는 조합을 상대로 법적 소송에 나섰고, 물리적인 충돌로까지 이어지면서 두 조직의 감정은 극에 달해 있다.
위원회는 조합이 발행하는 소식지에 실린 내용을 문제 삼아 조합지도부를 상대로 명예훼손과 업무방해로 서울 중부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던 것. 결국 이 문제는 법정으로 싸움이 옮겨붙게 된 것이다.
이 같은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나 전 회장측 관계자는 “조합이 만들어졌다는 것도 금시초문”이라며 “나 회장님은 현재 병원과 집을 오가며 치료중인데 조합의 배후에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컴백설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프레야타운은 예전부터 위원회와 반대되는 파벌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자기네들끼리(위원회와 조합) 알력다툼을 하면서 회장님을 들먹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