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대제 정통부 장관 | ||
이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차세대 신사업의 주관사 선정에서 진 장관이 이끄는 정통부의 ‘수주실적’이 다른 정부 부처에 비해 많이 저조하기 때문. 물론 이 같은 ‘정통부의 저조한 수주실적’을 전적으로 진 장관의 탓으로 돌리기만은 어렵다. 그러나 진 장관이 그동안 정통부가 별 무리없이 이 사업에 대한 주도권을 잡을 것이라고 장담을 해온 터여서 이를 기대했던 부처 내 임직원들 사이에서 말이 많은 것.
특히 노무현 정부가 출범 6개월을 넘기면서 각 정부 부처의 수장들에 대한 평가가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다른 부처에서도 진 장관의 부처 내 ‘인기도’에 대해 유난히 관심을 보이고 있는 분위기다.
진 장관은 노무현 정부의 초대개각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인물 중 한 명. 이는 진 장관이 다른 부처의 장관들과 다르게 전혀 공직사회의 경험이 없는 사기업 전문경영인 출신이라는 독특한 그의 이력 덕분이었다.
그러나 그는 장관에 취임한 직후 전 직장인 삼성전자로부터 받은 수십억원대의 스톡옵션 행사 여부와 아들의 국적문제와 관련해 구설수에 휩싸여 무난히 관직을 수행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의 눈길을 받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실제로 진 장관은 관료 생활을 한 경험이 전무하다는 핸디캡을 이겨내고 정통부 내에서 카리스마가 있는 수장으로 자리매김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통부의 한 관계자는 “처음 진대제호가 출발할 당시에는 내부에서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요즘에는 직원들 사이에서 역대 경영인 출신 정통부 장관들 중에서 가장 낫지 않느냐는 얘기가 오갈 정도”라고 전했다.
그런 그의 ‘인기가도’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이는 진 장관이 노무현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중인 사업에서 다른 부처에 비해 많이 밀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것은 노 정부가 지난달 말 결정한 ‘차세대 성장동력 추진계획’이었다. 이 사업은 지난 2월 초 노 정부가 출범하면서 “향후 한국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산업을 고르고, 업무 영역을 결정하자”는 취지로 6개월에 걸쳐 선정됐다.
이 사업에는 대규모의 자금이 투입되는 데다, 향후 한국경제를 좌우할 것이라는 점에서 일반인들의 관심도 매우 큰 상황. 특히 정통부, 산자부, 과기부 등은 신산업으로 선정된 분야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그동안 물밑 자존심 싸움을 벌였다.
정통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현 정부가 집중 투자하고 있는 ‘한국경제의 미래사업’ 부문 중 많은 부분이 IT산업과 연관되어 있지 않겠느냐는 이유로 업계에서는 정통부가 상당수 사업부문에서 주도권을 잡을 것이라는 얘기까지 오갈 정도였다.
이렇다보니 이 사업에 대해 정통부 직원들은 물론 진 장관의 열의 또한 적지 않았다. 실제로 정통부의 한 관계자는 “정통부는 지난 3월부터 자체적으로 ‘9대 성장 동력사업’을 선정하고, 각 부서별 프로젝트 매니저를 선발하는 등 많은 준비를 했다”고 전했다.
▲ 지난 4월22일 정보통신의 날 행사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로봇에 대해 설명하는 진대제 장관 (오른쪽). | ||
이 관계자는 “(진 장관이) 10대 사업 중 정통부가 주관할 사업이 많다. 노무현 대통령과 ‘독대’를 해서라도 신성장산업에 대한 지휘권을 많이 가져오겠다”는 등 자신감을 보였다고 전했다. 정통부 직원들이 이 부분에 어느 정도 기대를 걸어왔는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달랐다. 지난달 22일 청와대 보고회의에서 나온 결과는 정통부 직원들을 크게 실망케 했다.
당시 청와대 회의에서는 ‘10대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으로 디지털 TV·방송, 디스플레이, 지능형 로봇, 미래형 자동차, 차세대 반도체, 차세대 이동통신, 지능형 홈네트워크, 디지털 콘텐츠·소프트웨어솔루션, 차세대 전지, 바이오 신약·장기 등을 정했다.
정부 관계자는 10대 사업 선정과 관련해 “획기적인 기술 개발보다는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품목이나 분야를 골랐다”며 “이들 부문에는 내년부터 파트별로 5천억∼6천억원씩 매해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 10대 분야를 보면 각 정부 부처가 모두 조금씩 연관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부처별 연관 분야내역은 산자부의 경우 10개 부문 모두와 관련이 있어 10대 동력사업의 중추 부서임이 확인됐다.
다음은 정통부가 6개 부문에 연관돼 있고, 과기부가 5개, 문광부와 보건복지부는 각각 1개 분야씩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보면 외견상 부처간 균형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업부문별 주관 부서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특히 진 장관이 ‘10대 사업 독식’을 호언했던 정통부의 경우 주관하는 사업은 차세대 이동통신 부문 하나에 불과했다. 정통부 소관일 것으로 예상됐던 디지털 콘텐츠는 문광부가 주관부처로 정해졌고, 바이오 부문도 과기부와 보건복지부가 공동으로 주관하게 됐다. 이들 세 부문을 제외한 나머지 7개 분야의 주관 부처는 산자부가 선정됐다.
이렇게 되자 정통부를 비롯한 다른 부처 관계자들은 ‘산자부의 독주’에 대해 부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런 부러움은 해당 부처의 수장인 장들에 대한 평가로 이어졌다.
특히 정통부 직원들의 실망은 무척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통부 일각에서는 ‘진 장관 책임론’까지 거론하고 있는 실정. 정통부 관계자는 “사업선정 전에는 자신감을 보였던 진 장관이 정작 청와대의 발표가 난 후 아무런 얘기를 하고 있지 않다. 직원들이 의기소침해 있다”며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진 장관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통부가 신 성장동력 추진과제 선정에서 다른 부처에 밀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어떤 부처가 무엇을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그동안의 태도와 다른 말을 했다. 그는 또 “부처간의 협조가 가장 중요하며, 정통부는 실질적 기술개발이 가능하도록 예산을 확보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