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의 공격경영이 관심을 끄는 것은 지난 97년 IMF 사태 이후 심각한 경영 위기에 직면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금호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의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그룹 전체가 최악의 위기상황을 맞기도 했다. 이 때문에 금호그룹은 금호산업 타이어부문 등 핵심 사업을 매각하고,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개선에 나서는 등 나름대로 위기 탈출을 위해 안간힘을 쏟았다. 그러나 이런 자구노력도 위기를 완전히 벗어나기엔 역부족이었던 게 사실.
공격경영을 선언하고 나선 사람은 지난해 지병인 암으로 타개한 박정구 회장의 뒤를 이어 그룹회장에 오른 박삼구 회장. 박 회장은 이달 초 재벌그룹의 회장으로는 다소 이례적으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어 ‘공격경영’을 선언했다. 이 자리에서 박 회장은 그룹회장으로서는 파격적으로 직접 그룹의 실적 등을 발표하는 한편 아직은 먼 훗날의 얘기랄 수 있는 ‘2010 프로젝트’까지 공개했다. 이날 박 회장이 제시한 비전은 ‘재계 5위로의 도약’. 그는 올해와 내년은 신규 투자를 자제하고 이후에는 물류·생명공학 등 신규 사업에 본격적으로 투자해 오는 2010년에는 그룹을 재계 5위로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박 회장의 ‘5위 그룹’ 도약은 처음 나온 얘기는 아니다. 그는 1년 전인 지난해 9월 그룹 회장에 취임하면서 “향후 8년 이내에 금호그룹이 재계 순위 5위의 그룹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야심찬 청사진을 내비쳤다.
그런 그가 또다시 ‘5위 도약’을 부르짖고 나서자 업계에서는 갑작스레 금호그룹이 공격적 경영을 선언하고 나선 것에 대해 ‘과연 진짜인가, 허세인가’에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이 이같이 바라보는 이유는 재계 5위는 둘째 치고라도 물류·생명공학·관광·레저산업 등에 신규로 진출을 하기 위해서 소요되는 자금이 만만치 않기 때문. 특히 생명공학 및 바이오 산업의 경우 LG, SK 등 재계의 상위 그룹들이 일찌감치 이 부분에 대한 연구인력 등을 확보해 여러 해 동안 진행시켜왔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진출하기에 용이한 분야는 아니기 때문.
이에 대해 금호그룹측은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까지 공개하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금호의 발표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금호타이어의 자본유치와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사업부 매각 등으로 모두 5천21억원의 실적을 올렸다는 것. 또 하반기에는 금호산업의 영등포빌딩과 아시아나공항서비스의 매각 등을 통해 추가로 5천1백6억원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올해 안에 1조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금호그룹이 올 하반기에 계획중인 빌딩매각 등에 관해서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상반기에 이미 구조조정 등을 통해 어느 정도의 현금이 확보됐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과연 금호그룹이 확보한 자금을 모두 신규 사업에 쏟아부어 사업을 성공리에 끝마칠 수 있느냐하는 부분.
특히 최근 재벌의 계열사간에 상호지원 등이 철저히 차단되면서 분리가 가속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금호의 경우 오히려 이와 반대로 계열사간 지원을 통해 신규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지난 7월 금호그룹은 계열사간의 거래를 공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 받은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지난해 6월 외화표시 채권 1천2백여만원어치를 계열사인 금호석유화학과 금호산업 등에 팔고도 공시하지 않은 부분, 또 금호석유화학과 금호산업 역시 이 사실을 공시하지 않은 부분 등이 걸린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너들의 재산상속이나 그룹 계열사간의 지원 등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오히려 (금호그룹의 경우) 거슬러 가는 것이 아니냐”며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