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로통신 본사 전경. | ||
이 외자유치안 찬성쪽에 하나로통신 2·3대 주주인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이 가세하고 있어 표 대결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 LG그룹의 구본무 회장은 최근에 있었던 전경련 회장단의 만찬회동에도 불참하는 등 삼성-SK 연합군에 대해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는 등 재벌그룹들 사이에서도 신경전이 진행되고 있다.
논란의 핵은 하나로통신이 주도한 외자유치안이다. 하나로통신은 지난 9월9일 뉴브리지-AIG컨소시엄과 외자유치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하나로통신이 발행하는 신주를 뉴브리지-AIG컨소시엄이 주당 3천2백원에 인수하는 방법으로 5억달러를 투자하고 이 컨소시엄이 주축이 돼 6억달러의 신디케이트론을 조달하는 등 총 11억달러(1조3천여억원)에 달하는 외자를 유치한다는 것. 이 계획이 예정대로 성사될 경우 현재 2조원가량에 달하는 하나로통신의 부채 문제는 단번에 해결될 수 있다.
하나로통신은 이 외자유치안을 주주들에게 승인받기 위해 오는 21일 주주총회를 열 예정이다. 문제는 외자유치안에 대해 주요주주들의 입장이 다르다는 것이다. 1대주주인 LG는 극력 반대하고 있다. 이 외자유치안이 통과하면 하나로통신의 1대주주는 뉴브리지컨소시엄으로, 경영권 역시 뉴브리지컨소시엄으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LG는 하나로통신의 신규자금 유치를 계기로 자연스럽게 경영권을 확보하는 형태로 추진하고 싶어하는 데 반해 2·3대 주주인 삼성과 SK는 물론 현 하나로통신 임직원들의 입장은 LG가 하나로의 경영권을 가져가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때문에 이 외자유치안의 승인을 놓고 재벌간 대결 형국이 펼쳐지고 있는 것.
하나로통신에선 지난 9월30일 소액주주 전용 웹사이트를 개설한다고 발표해 위임장 대결의 불을 당겼다. 이미 하나로쪽에선 9월27일 금융감독원에 위임장 확보 신고를 마치는 등 법적인 절차도 끝냈다. 이들은 전체 주주의 60%에 달하는 13만 명의 소액주주들이 10월21일 주총에 참석하는 것을 ‘독려’하기 위해 소액주주 전용 홈페이지와 직통전화를 개설했다. 그러자 LG도 계열사이자 하나로 주주인 데이콤 등을 통해 10월1일부터 공개적으로 위임장 확보에 나섰다.
지난 30일에는 이를 두고 양쪽에서 기자회견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LG텔레콤의 강문석 부사장은 지난 30일 기자회견에서 “LG는 하나로통신 경영권을 결코 양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뉴브리지코리아의 박병무 사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LG쪽에서 공동경영 등의 제안이 있었으나 기본적인 경영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공동경영은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외자유치안을 둘러싸고 LG와 뉴브리지컨소시엄이 전혀 다른 쪽으로 생각하고 있음이 드러난 것. 하나로 임시주총에서 외자유치안이 통과되기 위해선 전체 주식수의 3분의 1 이상이 참석해야 하고, 동시에 참석 주식수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일단 기본적인 표는 LG가 더 많다. LG는 최근 2%의 정도의 지분을 더 매집, 18.03%까지 우호지분을 늘렸다. 반면 삼성전자(8.4%)와 SK텔레콤(5.4%)의 지분은 합쳐도 LG에 눌린다. 하지만 하나로통신쪽에서 주도하는 소액주주 위임장 모으기가 변수다.
뉴브리지코리아의 박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별도로 지분을 확보한 것은 없지만 다른 하나로통신 외국 투자자들과 접촉한 결과 대체로 우리에게 호의적이다. LG의 지분이 상당하지만 다른 주주들이 표를 모아줘 (외자유치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반면 LG쪽에선 “외국자본에 국가기간통신사업의 경영권을 넘겨주는 사례는 없다”며 외자에 경영권을 넘기는 하나로통신 외자유치안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LG쪽에선 하나로통신 경영권 확보를 위해 5천억원 이상의 자금을 마련하고 있고 외자와 공동경영안이 합의되면 이를 발표해 주총에서 뉴브리지컨소시엄 외자유치안을 부결시킨다는 것. LG쪽에선 LG가 자금이 달린다는 세간의 평에 대해 “LG그룹 지주회사인 (주)LG는 자산이 6조원이고 부채비율이 58%에 불과해 자금 유동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하나로통신 경영권 확보에 대한 LG의 의지는 확고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LG가 15일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외자유치안에 대해서는 시장에서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실사에만도 1년 이상 소요되는 대규모 외자유치가 한 달 만에 마련될 수 있느냐는 것. 때문에 재계에선 이번 외자유치안 통과 여부는 일단 누가 더 많은 주주들의 위임장을 마련하느냐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흥미로운 부분은 외국인 주주의 동향이다. 최근 60일간 하나로통신주에 대한 순매수 현황을 보면 도이치증권이 3백85만 주, 모건스탠리가 2백20만여 주 등 외국계 증권사 창구에서 대량으로 매집한 것이 눈에 띈다. 물론 LG그룹의 매집 대행을 했을 것으로 여겨지는 LG투자증권도 4백50만여 주를 사들였다.
때문에 임시주총 당일 표대결을 했을 경우 예측 불허의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양쪽 모두 승인과 부결을 다짐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증권가에서도 메리츠증권의 경우 외자유치안 통과가 부정적일 것으로 보는 언급이 나왔고, UBS증권쪽에선 ‘장기호재’라는 긍정적인 리포트가 나오는 등 전망이 갈리고 있다.
5년 이상 장기투자를 약속하며 하나로통신 경영권 인수를 노리는 뉴브리지컨소시엄은 LG의 하나로 인수를 반대하는 삼성-SK 연합군과 이해를 같이하는 데 성공했다. 하나로통신의 경영권 확보에 그룹의 통신사업 흥망을 걸고 있는 LG와 뉴브리지 연합군의 지략싸움이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