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여름 해변가에서 열린 스포츠토토의 ‘비치페스티벌’ 행사 모습. 영화 미디어사업 등 손대는 곳마다 성공을 거둔 오리온그룹이 지난 3월 스포츠토토를 인수하면서 토토복권의 흥행 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토토 | ||
오리온그룹이 인수한 스포츠 복표 사업인 스포츠토토의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리온그룹은 지난 2001년 9월 동양그룹에서 제과부문을 분리, 출범한 그룹. 오리온은 그룹 분리 이후 영화전문 케이블방송인 OCN과 만화 전문 케이블인 투니버스 등 유선방송 프로그램 공급자 사업과 메가박스, 쇼박스 등 영화·미디어사업 분야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제과와 미디어라는 양대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오리온그룹이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택한 것이 바로 이 복권 사업. 스포츠토토는 원래 최규선 게이트로 몰락한 타이거풀스그룹에서 운영하던 사업이었다. 오리온그룹은 지난 3월13일 스포츠토토의 유상증자에 3백억원을 출자, 경영권을 넘겨받으면서 복권사업에 진출했다. 이후 오리온그룹은 스포츠토토의 모회사인 타이거풀스인터내셔널(TPI)을 1백억원에 인수하고, 스포츠토토의 추가 유상증자에 50억원을 출자했다.
스포츠토토는 복권 열풍을 일으킨 로또와 비슷한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복권. 하지만 이 복권은 지난 2∼3년 동안 일반인들로부터 전혀 호응을 얻지 못했다. 올 상반기에도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복표 발행이 일시 중단됐을 정도.
때문에 오리온이 스포츠토토 사업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시장에선 성공 여부에 대해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오리온그룹은 지난 7월, 발행을 중단한지 10개월 만에 축구토토를 재발매하면서 사업을 재개했다. 이후 지난 9월까지 3개월 동안 15회차의 토토복권이 발매됐고, 1백70만 명이 1백60억원어치의 축구토토를 구매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30여만 명이 36억여원의 토토를 구입한 것과 비교하면 구입자 수나 금액이 각각 5배, 4배나 늘어난 것이었다.
때문에 일단 오리온의 스포츠토토 사업은 출발부터 비교적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긍정적인 의견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UBS증권은 지난 10일 오리온에 대한 투자의견을 밝히면서 “스포츠토토가 현재 로또사업 열기를 분산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오리온이 스포츠토토에 출자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들은 오리온에 대해 ‘매수’ 의견을 내고 동양제과의 목표가를 10만6천원으로 제시했다. 현재 동양제과의 주가는 8만4천원대.
신흥증권도 지난 9월 중순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오리온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로, 목표가를 9만7천원으로 각각 제시했다. 이들은 오리온의 스포츠토토 관련 리스크(사업부진)가 점차 해소될 전망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그렇다면 스포츠토토는 사업재개 원년인 올해 얼마나 벌어들일까.
스포츠토토쪽에선 “올해도 수백억원대의 적자가 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스포츠토토는 지난 2001년 7백억원의 적자, 2002년엔 1천4백80억원대의 적자가 발생했다. 이에 비하면 올해의 경우 적자폭이 크게 줄어든 전망인 것.
스포츠토토측은 이 같은 적자상황은 2005년쯤 해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도 단서가 붙어 있다. 스포츠토토의 발목을 잡아온 각종 규제가 내년 상반기에 풀리고, 현재 축구와 농구에만 적용되고 있는 스포츠토토 발행대상에 다른 종목도 추가될 수 있는 길이 열려야 한다.
지난 9월19일 나온 CLSA증권의 보고서도 같은 점을 지적하고 있다. CLSA는 스포츠토토 사업이 야구로 확대되고, 현재 전국적으로 3천 대에 불과한 토토복권 발매기가 5천 대 수준으로 늘어날 경우 내년에 30억원대의 순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로또의 경우 올해 처음 발매됐지만 게임방법이 쉽고, 1등 당첨번호가 없을 경우 다음회로 당첨금이 넘어가는 방법으로 고객을 유인하고 있다. 때문에 토토에서는 ‘로또는 되고, 토토는 안되는 행정적 규제’를 제거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일례로 토토의 경우 1등 당첨자가 없을 경우 당첨금이 모두 2, 3등에게 고루 분배된다. 이월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 때문에 당첨금 규모가 로또보다 작을 수밖에 없어 복권으로서의 메리트가 거의 없다. 지난해 스포츠토토가 자체적으로 분석한 사업실패 원인을 보면 스포츠토토 방식의 복권 중 전세계에서 1등 상금이 다음회차로 이월되지 않는 경우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지적했다. 또 대상경기를 축구와 농구로만 국한시킨 데다 발행회차를 연 90회로 묶어 놓는 등 토토의 사업성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사행성이 높은 로또가 등장한 것도 토토가 실패하게 된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오리온그룹은 또 “스포츠토토의 발행권을 쥐고 있는 체육진흥공단과 기존 사업자인 타이거풀스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해 사업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하지만 오리온그룹이 스포츠토토를 인수한 뒤 관계개선이 이루어지고 있고, 체육진흥공단에서도 토토사업을 더 이상 방치할 경우 결국 체육진흥공단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보다 규제 완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때문에 내년에 토토 종목 추가와 발행횟수 증가, 로또 발매 겸업 등이 실현되면 토토복권이 흑자사업으로 거듭날 것으로 오리온그룹측은 낙관하고 있다. 최근 모그룹에서 분가한 이후 손대는 사업마다 성공하고 있는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과 이화경 오리온 사장 부부의 사업운이 토토복권을 통해서도 다시 한 번 빛을 발할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