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KBS ‘TV는 사랑을 싣고’ 캡처
‘생방송 화제집중’, ‘찾아라! 맛있는 TV’, ‘불만제로’ 등 숱한 MBC 간판 프로그램을 도맡아 진행해온 이재용 아나운서. 26년간 지켜온 MBC 터줏대감 자리를 떠나 냉혹한 프리 아나운서의 세계에 도전장을 내민 그가 KBS를 찾았다.
하루하루 막막하고 불안했던 26살 취업 준비생 시절, 한 장의 지원서로 인생을 바꿔준 송주영 형을 찾기 위해 ‘TV는 사랑을 싣고’의 문을 두드린 것이다.
집안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장손으로 태어나 모범생으로 탄탄대로를 걸어온 이재용. 하지만 군 복무를 마친 후 그는 인생 최대의 사고를 친다.
친척들과 지인들에게 공중파 아나운서가 됐다는 뜻밖의 거짓말을 하게 된 것. ‘MBC 방송문화원’ 아나운서 선발 시험에 합격해 아나운서가 된 줄 알았으나 알고 보니 ‘아나운서 교육 기관’ 수강생 선발 시험이었기 때문이다.
잔치까지 열며 기뻐하는 친척들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어 사실을 밝히지 못한 이재용은 울며 겨자 먹기로 방송문화원 1기로 들어가게 됐다.
그때 방송문화원에서 만난 한 살 위 ‘송주영 형’과 함께 지방 MBC 아나운서 시험을 보게 된 이재용. 하지만 결과는 둘 다 참패였다.
생애 첫 탈락의 고배를 마신 후 할머니의 초상까지 겹치자 이재용은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절망했다. 마침 MBC 본사 아나운서 시험 공고가 떴지만 자신감을 모두 잃은 이재용은 지원을 포기한 채 술과 눈물로 하루를 지새웠다.
그때 송주영 형이 “후회하지 말고 한 번 더 해보자”며 이재용의 지원서를 직접 가져다주었고 그 한마디에 이재용은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시험에 응시해 극적으로 최종 합격자가 된다.
모든 걸 포기하려 했던 그때 송주영 형의 한 마디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자신도 없었을 거라는 이재용.
송주영 형 덕분에 부모님과 친척들에게도 더 이상 거짓말을 하지 않고 떳떳한 아나운서가 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지원서를 가져다준 송주영 형은 3차 시험에서 탈락해 아나운서가 아닌 다른 길을 가게 된다.
간절한 꿈이 이뤄졌던 순간 정작 송주영 형에게 제대로 고마움을 표현할 틈도 없이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다.
송주영 형 역시 미국으로 떠났다는 소식을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겼고 이재용도 형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선뜻 형을 찾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고.
같은 꿈을 꾸며 경쟁하면서도 서로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다독여준 두 사람. 과연 이재용은 인생을 바꿔준 고마운 형을 만나 마음을 전할 수 있을지 방송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