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지난 22일 삼성전자 주가는 종가기준으로 47만원을 기록,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종전 최고기록은 46만2천원. 이 기록은 지난 10월21일과 지난 9월9일에 세워진 것이었다. 아직 1백만원까지는 54만원 정도가 남아 있는 상황. 항간의 추측 가격대에 절반도 넘지 못한 상황인데도 증권가에서는 최대 1백만원을 기록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 근거는 어디에 있는가. 최근 삼성전자가 신고가를 기록한 원동력은 지난 17일 발표된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이었다. 여기에 1조원대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 소각하겠다는 회사측의 발표도 주가 상승에 한몫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에 11조2천6백억원의 매출액을 올렸고, 2조5백억원의 영업이익, 1조8천4백억원의 순이익을 남겼다. 이는 분기별 실적에서 사상 최대였다. 당초 회사측과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1조8천억∼1조9천억원 정도로 추정했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사상 최대였다.
사실 삼성전자는 국내 증시에서 막중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의 시가총액을 보아도 이를 알 수 있다. 지난 22일 종가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70조8천7백49억원. 이는 지난 연초(49조1천40억원)에 비해 무려 44.3%나 증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도 18.8%에서 21.5%로 늘어났다. 산술적 계산으로 보면 종합주가지수가 10포인트 오르면 이중 5분의 1인 2포인트는 삼성전자가 기여한다는 얘기다.
이처럼 삼성전자의 주가가 국내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는 가운데, 최근 두드러지고 있는 현상은 삼성전자 주가가 서서히 ‘탈한국’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한국 증시에 상장됐다는 이유로 인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기류에 휘말려 있었다. 즉 종합주가지수가 떨어지면 삼성전자도 함께 주저앉았던 것.
그러나 이제 삼성전자는 한국 증시 소속의 개별기업 차원에서 글로벌 주가로 정체성이 변하고 있다. 말하자면 한국 증시의 흐름과 상관없이 주가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도 삼성전자에 대해 ‘리레이팅(주가 재평가)’이라는 단어를 적용하고 있다.
이 점에 대해 삼성전자의 ‘의욕’도 엿보인다. 지난 17일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 발표장에서 주우식 상무(IR팀장)는 “삼성전자가 주가도 세계적 일류 기업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삼성전자를 세계적인 기업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삼성전자의 PER(주가를 1주당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것으로 주가수익비율이라고 부른다)이 10~12배 수준에 있다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현재 인텔 등 삼성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미국 반도체 기업의 경우 PER 등 주가 관련 지표가 삼성의 두 배에 달한다.
주 상무는 “4분기에도 (실적달성에) 자신이 있고 내년에는 경영이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사주도 물건인데 가장 쌀 때 사야 된다고 생각해 자사주 매입을 현시점에 결정했다”고 1조원대의 자사주 매입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이미 40만원대 이상으로 오른 상태에서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것. 기존 주가 수준에서 보면 삼성전자의 주가는 이미 상투권에 올라 있다. 하지만 예상을 넘는 실적(어닝 서프라이즈)과 자사주 소각이라는 재료를 바탕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업그레이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과 관련해 메리츠증권의 송명섭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지난 2000년 이후 네 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매입했다. 한 번은 주가가 급락할 때 주가하락의 제동효과를 봤고, 나머지 세 번은 매입 이후 본격적인 상승장이 펼쳐졌다. 이번 자사주 매입도 실적 호전과 더불어 주가의 상승추세를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외국계 증권사들도 최근 잇따라 보고서를 내고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아직은 50만∼71만원 수준. 외국계인 CLSA증권은 삼성전자가 재평가되고 있다며 목표주가를 46만원에서 71만원으로 크게 올렸다. USB증권도 목표주가를 54만3천원에서 65만원으로 올렸다. 또 메릴린치는 이미 지난 9월에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62만원으로 상향 조정해놓고 있다. 주요 외국계 증권사 중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가장 낮게 평가한 곳은 모건스탠리로 55만원선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국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훨씬 낮게 잡고 있다. 현대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54만원에서 57만원으로 약간 올렸고 메리츠증권은 기존의 48만원에서 52만원으로, 교보증권은 53만1천원으로 예측했다. 동원증권은 목표가를 53만원으로 제시하면서 “올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IT경기가 본격 회복되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휴대전화 등 세칭 삼성전자의 효자사업 삼형제가 호황을 맞을 것으로 보여 주가가 지속적인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가의 공통된 견해는 삼성전자의 신고가 행진이 이제부터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 그렇다면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삼성전자 주가 1백만원 시대가 현실화되는 것일까.
이에 대해 국내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은 “당장은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대신증권의 진영훈 연구원은 “올해 삼성전자의 주가는 50만원 초반이 한계일 것이다. 60만원 이상은 내년에나 기대할 수 있을 상황”이라고 밝혔다.
메리츠증권의 송명섭 연구원도 “삼성전자 주식의 펀더멘털만 놓고 보면 주가 1백만원도 싸지만 올해 안에 당장 1백만원 수준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국인 투자의 수급 문제나 시가총액만 70조원에 육박하는 삼성전자의 덩치를 봤을 때 단기 급등락은 쉽지 않다는 얘기. 다만 그는 “주가가 많이 오른 시점에서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을 발표한 것은 외국인들의 시각을 긍정적으로 바꿔놓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삼성전자의 주가를 인텔, 노키아 등 경쟁기업의 주가와 비교해보면 지난 98년에는 80%의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올해는 그 차이가 47.8%로 줄었다. 이론상 이 같은 갭을 제거하면 삼성전자 주가는 1백만원대를 충분히 돌파할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