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KBS ‘다큐 3일’
3일 방송되는 KBS ‘다큐멘터리 3일’은 구례 냉천마을 72시간을 담는다.
봄이 왔건만 봄을 느끼지 못하는 요즘, 코로나19가 온 전역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 남도에선 어김없이 봄이 시작됐다.
지리산과 섬진강이 감싸안은 전남 구례는 3월이면 노란 산수유가 피어나 봄을 알리는 곳이다. ‘3大(지리산, 섬진강, 평야) 3美(경관, 곡식, 인심)’ 의 고장으로 알려진 구례의 여러 마을 중 마산면 냉천리는 지리산 자락 입구에 위치한 동네다.
꽃이 피고 푸른 잔디가 가득한 냉천마을은 봄의 일상을 준비하는 주민들로 한창이다. 움츠러든 일상에도 여전히 봄이 시작된 곳, 구례 냉천마을의 3일이다.
전라도에서 제일 작은 군이 구례군이라면 구례군에서 제일 큰 동네는 냉천리다. 300여 가구에 740여 명이 살 만큼 큰 고을을 형성한 이곳은 예부터 ‘이웃 면장보다 냉천리 이장’이라고 할 만큼 그 규모에 대한 명성이 자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리산으로부터 내려온 맑은 물과 드넓은 분지가 형성한 비옥한 토양은 냉천마을 사람들에게 넘쳐나는 곡식 재배를 가능케 했다.
게다가 마을에 있는 두 개의 샘은 진시황과 얽힌 설화가 전해질 정도로 맑고 깨끗해, 주민들의 장수와 자부심에 한몫한다.
냉천마을의 봄은 할머니들이 들에 나오면서 시작된다. 지천에 널린 쑥부쟁이와 쑥, 머위 등의 봄나물은 할머니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천지가 반찬’인 셈이다.
또 농부들은 한해 농사를 시작하기 위해 흙을 갈고 주민들은 겨우내 하지 못했던 집수리와 정원 정돈을 하며 봄을 맞이한다.
겉으론 보이지 않는 곳도 있다. 마을의 너른 평야에 즐비한 오이와 호박, 표고버섯 하우스 내부는 농부들의 구슬땀으로 가득하다. 이들 농부는 자신의 상태보다 작물의 환경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전국 각지에 맛좋은 작물을 선보이고 있다.
그중 남춘희, 김재연 부부는 30년간 오이 하우스 농사를 꾸리다 올해 표고버섯 농사로 전향한 농부들이다. 남편 건강상의 이유로 힘겨운 농사일을 그만두려고 했지만 쉼도 잠시 오랜 세월동안 농부로서 살던 삶은 멈춤을 몰랐다.
그나마 수월하다는 표고버섯 농사를 짓게 된 것이다. 이젠 자식 농사도 다 짓고 두 부부가 먹고 살만큼의 여유만으로 행복하다는 그들이다.
자연에 기대어 사는 냉천마을 사람들처럼, 자연을 담은 슬로우 푸드를 만드는 곳도 있다. 바로 냉천 조청 공방이다. 마을의 풍성한 곡식을 활용해 오래전부터 집집마다 조청을 만들던 마을 풍습은 6년 전, 영농조합 법인 출범의 계기가 되었다.
찌고, 거르고, 졸이고 완성까지의 과정만 3일이 걸리는 데다 기계의 힘이라곤 고두밥과 엿기름을 섞는 작업에만 빌리기 때문에 손수 들어가는 정성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달고 맛있는 음식을 맛보이기 위한 14명 회원들은 모두가 사장이 되어 자신의 이름을 내걸었다. 그들의 정성은 고진감래 그 자체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