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그룹 비자금 수사와 관련, 이재용씨에 대한 수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 ||
현재 이 사건은 대선자금 수사를 맡고 있는 대검 중수부가 아닌 서울지검 특수2부가 맡고 있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대선자금 부분과 이재용씨 사건을 통합 수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수사통합 문제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비자금 조성이라는 사건의 특성상 대선자금과 이재용씨 문제를 따로 떼어놓고 수사하기 어렵다는 게 검찰 안팎의 시각이다.
만약 대선자금 문제와 이재용씨 사건이 통합 수사된다면 이는 삼성그룹에 엄청난 충격파를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재계랭킹 1위 삼성그룹의 은밀한 내부가 그대로 드러나면서 삼성뿐 아니라 재계 전체를 소용돌이 속에 몰아넣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 주변에서는 최근 중수부가 삼성전기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이 회사의 비자금 조성내역을 일부 파악하는 과정에서 이재용씨 사건에 대한 단서를 확보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계열사들 초긴장 상태]
실제로 검찰은 지난 1일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 고발사건과 관련, 당시 CB 발행을 담당했던 허태학 사장과 박노빈 당시 전무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 (위)2001년 서울 한남동 삼성 이건희 회장 집 부근에 있던 오픈타이드코리아빌딩. 이 회장의 아들 재용씨가 소유했던 회사다. (아래)지난 2000년 재용씨가 설립했던 토털커뮤니케이션 솔루션 업체 ‘이누카’. 이 회사는 다음해 청산절차를 밟고 사라졌다. | ||
이재용씨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는 현재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첫째는 에버랜드 CB의 저가 발행에 대한 부분이고, 둘째는 이재용씨가 사실상의 오너였던 ‘e삼성’이란 닷컴기업그룹을 정리하는 과정에 계열사들이 동원돼 특혜성 거래를 했다는 의혹이다.
이재용씨와 관련한 또 하나의 태풍의 눈은 ‘e삼성의 생성과 소멸’에 얽힌 각종 의혹들이다. 이미 e삼성을 인수한 몇몇 계열사들은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벤처붐이 한창이던 2000년 당시 e삼성은 국내 인터넷업체 중 가장 방대한 계열사를 거느린 최강자로 떠올랐다. 이재용씨가 오너였던 e삼성그룹에는 올앳카드, 이누카, 오픈타이드 등 인터넷에 기반한 10여 개의 계열사가 있었다.
하지만 2001년 봄 e삼성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재용씨가 삼성전자 상무보로 그룹에 공식 입성하면서 자신이 갖고 있던 e삼성의 일부 계열사 지분을 삼성 계열사에 팔아 넘기면서 사실상 e삼성은 사라졌던 것.
[e삼성의 생성]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인터넷 사업을 구상했던 것은 지난 98년 중순이었다. 당시 삼성SDS 남궁석 사장을 중심으로 삼성전기 이형도 사장, 제일기획 배종렬 사장, 삼성전자 진대제 사장 등이 참여하는 삼성그룹 인터넷 사업위원회가 발족됐다.
이들은 오프라인사업을 기반으로 e비즈니스를 각사별로 진행한다는 방향을 정하고 98년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기획팀에 인터넷사업 실무 추진팀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 팀의 활동방향은 지난 99년부터 구조본 재무팀의 입김이 강해지면서 ‘이재용씨 중심의 e삼성을 세운다’는 전략으로 변경됐다는 것.
실제로 e삼성이 정식 출범한 이후 e삼성의 계열사 경영진에는 그룹 구조본 재무팀 출신 인사들이 대거 진출하기도 했다. 물론 e삼성 프로젝트가 진행되던 당시에는 이런 작업이 극비에 이뤄졌다.
하지만 지난 2000년 공정위가 국내 주요 그룹사 부당내부거래 조사에 착수하면서 그 실체가 외부에 알려지게 됐다. 삼성 구조본에서도 2000년 8월 말 재무팀과 신규 사업팀 등의 인력으로 꾸려오던 비공식 조직을 전격 해체하고 당시 구조본 이사였던 신응환씨를 e삼성의 대표이사로 보냈다. 이는 그동안 그룹 구조본에서 맡고 있던 e삼성에 대한 인큐베이팅 작업을 공식적으로 중단하는 조치였다.
이후 가치네트, 웰시아, 오픈타이드 등 e삼성 계열사들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고, 구조본 소속이었던 30∼40대 삼성맨들이 무더기로 e삼성의 계열사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e삼성의 소멸]
e삼성은 2001년부터 벤처버블이 붕괴되자 해체작업에 들어갔다. 대주주였던 이재용씨는 2001년 3월11일 삼성전자 상무보로 그룹경영에 참여했다.
이씨가 삼성전자에 출근하던 2001년 3월 말 이씨 소유의 e삼성 지분은 제일기획과 삼성SDI에 매각됐다. 당시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당기업의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물론 제일기획이나 삼성SDI에선 “e삼성 지분 인수가 사업상 필요했다”는 해명을 했다.
이후 e삼성의 계열사였던 이누카가 청산절차를 밟는 것을 계기로 여타 e삼성 계열사들이 대부분 삼성 계열사나 외부에 팔렸다.
이런 거래를 통해 이재용씨는 공식적으론 21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 공정거래위 자료에 따르면 이씨는 e삼성과 e삼성인터내셔널, 시큐아이닷컴, 가치네트 등 4개사 주식 7백62만주를 3백81억원에 사들였다가 제일기획과 에스원 등 삼성 계열사에 4백2억8천만원을 받고 팔아 21억7천8백만원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공정위에선 이 거래에서 부당 내부거래 혐의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특혜성 거래’라는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특히 삼성 계열사들의 입장에선 기존의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온라인 비즈니스를 할 경우 e삼성의 계열사들을 굳이 막대한 돈을 주고 매입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는 점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