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김태정 전 법무장관. 김진호 전 골드뱅크 사장. | ||
로시콤과 로시맨은 아이빌소프트 외에도 김진호 사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또다른 벤처기업인 비젼텔레콤에 대해서도 M&A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면서 김태정-김진호간 ‘경영권 쟁탈전’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로시맨이 적대적 M&A를 시사한 이후 아이빌소프트와 비젼텔레콤의 주식은 한동안 상한가 행진을 계속했다. 아이빌소프트의 경우 2백원대이던 주가가 M&A 소식이 전해진 이후 순식간에 5백원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아이빌소프트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주주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적대적 M&A가 성사되지 않는 조건이라면 대주주로서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던 김진호 사장에게도 그리 나쁠 것은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김진호 사장은 로시맨이 아이빌소프트의 주식을 매입하기 한 달 전인 지난 10월 중순부터 자회사인 한신코퍼레이션 등을 통해 아이빌소프트 모회사인 비젼텔레콤 자사주 3백40만 주를 매입했다. 이런 상황에서 로시맨의 적대적 M&A 소식에 아이빌소프트의 주가가 폭등했던 것이다. 그러나 천정부지로 치솟던 주가는 11월 중순 들어 꺾이기 시작해 11월 말 현재까지 2백원대로 다시 곤두박질치고 있다.
문제는 주가상승의 원동력이었던 M&A 문제가 시간이 흐르면서 흐지부지되고 만 점. 주가가 추락하자 지난 11월20일에는 비젼텔레콤의 소액주주 송아무개씨가 김진호 사장이 보유한 주식에 대해 ‘의결권 제한’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렇게 되자 증권관계자들과 소액투자자들은 로시콤과 로시맨, 그리고 김진호 사장의 주식매입을 두고 갖가지 의문들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의문 중 가장 큰 부분은 과연 로시맨과 로시콤이 아이빌소프트나 비젼텔레콤을 진짜로 M&A하기 위해 주식을 매입했을까 하는 부분. 로시맨과 로시콤이 적대적 M&A 의사를 시사하긴 했지만 그 이후 구체적인 입장표명이나 액션을 취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로시맨과 로시콤측 관계자들은 M&A 진척상황에 대해 수차례 질문을 했으나 답변을 회피했다.
이에 대해 비젼텔레콤 관계자는 “지난 11월6일 로시콤과 로시맨이 아이빌소프트의 주식을 산 것을 알았다”며 “비젼텔레콤 주식도 3%가량 매입했다고 하지만 정확히 확인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로시맨과 로시콤이 아이빌소프트의 주식을 추가로 매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은 없다”며 “적대적 M&A는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게 회사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김진호 사장은 M&A설이 나오기 직전 시장에서 3백40만 주의 비젼텔레콤 주식을 사들인 데 이어 유상증자를 통해서도 막대한 주식을 확보했다. 이 부분에 대해 시장에서는 M&A설이 나오기 직전 자신의 주식을 늘린 부분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대목이라는 반응이다. 일부 소액 주주들은 “미리 주식을 사두었다가 M&A 사실을 흘린 뒤 주식을 털어내는 주가조작의 전형적인 수법이 아니냐”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비젼텔레콤측은 “상반기 유상증자의 경우 단기차입금을 상환하고 신규사업 투자를 위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었고, 최근 유상증자를 실시한 것은 부족한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로시콤과 로시맨이 경영참여 의사를 비치기 직전에 타이밍을 맞춰 자신의 주식을 대거 늘린 것은 우연으로 보기엔 석연치 않다고 지적한다. 김 사장이 자회사 등을 통해 비젼텔레콤 주식을 매집하는 동안 주가는 꾸준히 올랐고, 더욱이 로시맨측의 경영참여의사를 발표한 이후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는 점에서 의문은 더욱 증폭되고 있는 것.
또 로시맨과 로시콤 역시 M&A 의사를 발표하고서도 현재 확보한 5.01% 지분 이상의 주식을 추가로 매입하거나 매입을 위한 액션을 취하지 않고 있어 처음부터 M&A의사가 없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비젼텔레콤측은 “김 사장은 확보한 주식(김 사장 개인명의와 자회사인 한신코퍼레이션이 보유한 지분은 전체의 25%)을 현재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며 “주가조작은 말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일단 로시맨과 로시콤은 주식매입의 이유를 경영참여라고 못박은 상태이기 때문에 언젠가 M&A를 위한 본격적인 행동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김진호 사장이 25%가량의 지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M&A를 위해서는 최소 20% 이상의 주식매입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1천만 주 이상을 사야 하기 때문에 현재 주가로 따져보아도 최소 30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만약 주식인수 의사를 내비친다면 주가가 다시 급등할 것으로 보여 인수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을 가능성이 높다.
로시콤과 로시맨의 부담은 여기에 있다. 공개적으로 밝힌 M&A 의사를 철회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잘못하면 허위공시라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현재 확보한 지분을 처분하기도 어렵다. 만약 처분에 나서면 곧바로 작전시비에 휘말릴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