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여의도에 있는 농협CA투신운용 사무실.(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오른쪽-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농협중앙회. | ||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농협중앙회는 전국 1천3백여 개의 단위농협이 회원사로 참여, 직선제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선거를 통해 중앙회 회장에 오른 인사가 자회사 인선을 좌지우지하고 있어 적지 않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최근 농협 안팎에서는 대통령 친인척에 대한 특혜인사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농협증권’ 등 4∼5개의 추가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농협중앙회가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을 발탁 임명한 배경을 두고 이런저런 뒷말이 나오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거느리고 있는 자회사는 남해화학, 휴켐스, 농협유통, 농협무역 등 14개사. 여기에 농협유통과 남해화학이 거느리고 있는 부산경남유통과 충북유통, 영일케미컬과 제주비료 등 손자회사 4개사와 농민신문과 농협대학 등을 포함 모두 20여 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경영혁신을 모토로 ‘자회사 경영관리 및 평가제도 개선방안’으로 자회사 경영관리체계를 농협중앙회 회장에서 각 사업별 대표이사로 바꾸었다. 또한, 자회사 사장에 대한 경영 협약제를 도입하고 경영평가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자회사의 경우 형식상 자체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가 임직원을 선출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자회사 임원 대상자 추천을 아직까지도 모회사인 농협중앙회 회장 비서실에서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농협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중앙회 모든 인사는 인력개발부에서 이뤄지지만, 유독 자회사 임원에 대한 인사만큼은 회장 비서실에서 직접 이뤄지고 있다”며 “비밀주의가 유지되다보니, 인사발령이 난 뒤에야 알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회장 비서실의 한 인사도 “자회사 임원 인사는 자체 이사회를 통해 이뤄진다”고 전제한 뒤, “임원 추천은 중앙회 차원에서 이뤄지기도 한다”며 “주로 여기(회장 비서실)에서 한다”고 말했다.
자회사 임원 인사가 이처럼 농협중앙회 회장 비서실 차원에서 이뤄지다 보니 논공행상식 인사가 이뤄지기 일쑤다.
특히, 개별 단위농협의 연합체 형식을 띠고 있는 농협중앙회의 경우 선거에 참여하는 단위농협 조합장과 각 지역본부장들의 입김이 셀 수밖에 없고, 이들의 지원을 바탕으로 당선된 농협중앙회 회장은 ‘전리품’을 나누듯, 선거에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었거나 향후 선거에 도움이 될 만한 인사들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자회사 임원으로 내려보내는 경우가 허다한 실정이다.
2003년 11월 말 현재 농협중앙회 자회사 사장의 현황을 살펴보면 이같은 논공행상식 인사는 두드러진다.
▲ 지난해 12월25일 노건호씨의 결혼식. 오른쪽 끝이 장인 배병렬씨. | ||
농협유통 김규석 사장은 경남본부장 출신이고 농협무역 김흥일 사장은 농협중앙회 상무 출신이다. 대구경북유통 사장은 농협중앙회 쌍문지점장을 지낸 이상순씨가 맡고 있고, 대전유통센터 이승배 사장은 농협중앙회 청사 지점장 출신이다.
농협아그로 김영현 사장은 울산본부장 출신이고, 삼협농산 석호성 사장은 충북대출장소장 출신이다. 농협사료 남경우 사장과 농협CA투신운용 조우봉 회장은 각각 농협중앙회 상무 출신이다.
농협선물 조남익 사장은 충남본부장 출신이고, 농협자산관리 구봉현 사장은 경남본부장 출신이다.
농협교류센터 최연홍 사장은 교류센터 전무 출신으로 자회사 사장 가운데 유일하게 자회사 간부 출신이다.
농협유통이 100% 출자해 설립한 부산경남유통의 하을권 사장은 경남본부장 출신이고, 농협유통이 70.91% 지분을 갖고 있는 충북유통의 안영학 사장은 농협중앙회 인력개발부 출신이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 이후 농협중앙회에서는 자회사 임원 인사와 관련 ‘특혜’ 논란이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