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카드 CF의 한장면. | ||
부도 위기를 간신히 극복하고 매각을 추진중인 LG카드가 누구 손에 넘어갈지에 재계와 금융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LG카드 채권단은 이달 초부터 삼성KPMG를 실사 담당 회계법인으로 선정한 뒤 LG카드의 자산과 부채 등 경영전반에 대한 실사작업을 벌이고 있다. 실사는 이달 20일께 마무리되고 내년 초 본격적인 매각협상이 벌어질 전망이다.
지금까지 LG카드의 인수 후보로 등장한 금융기관은 하나은행, 우리은행, 산업은행 등 국내파와 GE캐피탈, 뉴브리지캐피탈, 씨티은행, HSBC 등 해외파.
이번 매각전에서 가장 많이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는 하나은행의 경우 LG증권과 LG카드를 패키지로 인수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이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카드나 증권이 모두 필요하다는 것.
또 우리은행의 경우 우리카드를 우리은행에 합병하고, 다시 국내 최다 회원수를 보유하고 있는 LG카드를 합병해 몸집을 불리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도 ‘LG카드 매각작업이 여의치 않을 경우’라는 단서를 달고 인수작업에 나설 움직임을 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이미 산업은행은 대우그룹 해체과정에서 인수한 대우증권을 자회사로 두고 있고, 대우증권의 매각작업에도 별다른 ‘열의’를 보이지 않고 있어 별도의 종합금융그룹으로 변신하기 위한 준비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금융가에선 LG카드의 부실규모나 덩치에 비추어 국내 은행의 경우 단독 인수가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외국계 금융기관도 같은 시각이다. 외국계 금융사의 한 고위 임원은 “현재 구도로는 어느 금융기관이 나서더라도 LG카드의 100% 지분 인수는 부담이 너무 크다”고 밝혔다.
LG카드를 인수하더라도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을 정도의 지분을 인수하고, 채권단의 출자전환 등 정책적인 ‘빚 탕감’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외국계 인수후보들 중 눈여겨 볼만한 업체는 GE캐피탈. GE는 지난 5월 이멜트 회장이 방한하고, 국내에 공장설립과 금융투자를 늘리겠다고 공언하는 등 국내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가격조건이나 카드 부실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구체적인 진전은 없었다는 것. 게다가 GE캐피탈은 지난 10월 LG카드에 5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빌려주기로 계약을 맺기도 했다. 이 계약은 LG카드의 자금난이 불거진 뒤 채권단에 모든 자산이 담보로 넘어가면서 무효화됐다. 대출채권도 채권단에 담보로 잡혀 LG가 GE에 담보로 내놓을 물건이 사실상 없어진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계약내용은 GE가 국내 카드사의 부실채권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느냐를 보여주고 있다. 이미 IMF위기 때 외국계 자본들은 국내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사들여 재미를 봤다.
특히 GE의 경우 올 상반기에 신용정보 사업에 뛰어든 상태다. 게다가 GE가 국내에서 소매금융 사업 확대를 선언한 이상, GE의 표적이 될 만한 카드사는 우리카드나 LG카드 정도일 뿐이다. GE는 국내에서 신규 설립보다는 인수합병쪽으로 방향을 정한 상태. GE코리아의 이채욱 사장은 “LG카드뿐 아니라 국내 카드사 전체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가능성 있는 회사는 투자쪽으로, 그렇지 않으면 인수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카드는 상반기에 일찌감치 국민은행에 합병된 상태고, 우리카드는 12월 들어 우리금융지주회사에서 우리은행에 합병시키기로 정한 상태. 따라서 소매금융에 진출하기 위한 대형 물건은 LG카드만 남은 상황이다.
LG카드에 눈독을 들이는 또하나의 강력한 후보자는 뉴브리지캐피탈이다. 뉴브리지는 IMF 직후 제일은행을 인수해 큰 재미를 본 뒤 최근 한국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뉴브리지-AIG컨소시엄을 통해 하나로통신에 5억달러를 투자, 짭짤한 수익을 내기도 했다.
이렇게 국내외 인수 희망자들이 나서면서 LG그룹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LG그룹은 지난 정부 시절에도 LG반도체 매각 문제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이달 초 ‘느닷없이’ LG카드의 2대주주로 등장한 템플턴투신운용(11.35%)을 주목하고 있다.
현재 LG카드 대주주 지분은 채권단이 담보로 잡고 있다. 채권단의 담보로 잡힌 지분은 구본무 회장 등 특수관계인 보유분 15.88%, LG투자증권 보유분 8.01% 등 23.89%다.
그러나 캐피털그룹(11.03%)과 템플턴(11.35%) 등 외국인 지분이 23.89%에 달해 국내 채권단이 확보한 지분보다 많다. 때문에 이들이 합심해 매각을 반대할 경우 LG카드의 매각작업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채권단은 현재 LG카드의 감자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선행한 뒤 경영권 교체 등을 단행할 예정이어서 기존 주주들의 반대가 예상된다. 이럴 경우 정부에선 카드대란을 막기 위해 일단 자금지원부터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LG그룹의 입장에선 템플턴이 우호적인 ‘활약’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부도 위기에 몰려 카드대란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LG카드 매각을 둘러싸고 국내외 채권단, 외국계 대주주, LG그룹 오너 일가의 눈치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