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 대해 “정기조사일 뿐”이라고 못박았지만 은행권에서는 정기조사로만 보기에는 석연치 않다는 시각이다.
특히 현재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국민은행 지분에 대한 매각작업이 한창 진행중이어서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벌인 ‘시점’에 대해서도 미묘한 시선들이 오가고 있다. 국세청이 갑자기 국민은행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이는 속내는 무엇일까.
국세청은 지난 8일 “내년 2월까지 45일 동안 국민은행에 대한 세무조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에 대한 세무조사는 7년 만의 일. 국민은행은 지난 96년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았다.
워낙 오랜만에 조사를 받는 탓인지 국민은행 내부에서도 적잖이 놀란 분위기였다. 국세청의 조사과 직원들은 팀을 이뤄 속속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으로 급파됐고 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국민은행은 물론 은행권 내에서 이번 조사를 두고 갖가지 추측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국세청은 “정기감사일 뿐인데 왜 이렇게 소문이 많은지 모르겠다”며 오히려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지만, 소문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는 분위기다.
이는 때가 돼서 한다는 국세청의 설명과 다르게 대다수 은행들은 “언제부터 은행이 국세청의 정기조사를 받았느냐”며 정기조사 존재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에 따르면 국세청은 5∼7년 사이 은행 및 기업들에 대해 정기적인 세무조사를 벌이고 있고, 이번 국민은행에 대한 조사 역시 이 같은 조사의 하나라는 것. 우리은행도 지난 연말에서 올해 1월 말까지 40일 동안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몇몇 은행을 제외하고는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20년 동안 은행에 일하면서 지금까지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은 적은 없다. 법인세는 자진신고를 하게 돼 있는데 (국세청으로부터) 어떤 조사를 받는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반 기업체라면 모를까 은행이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문 케이스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조흥은행 관계자 역시 “국세청이 은행에 대해 벌이는 조사가 있느냐”고 반문한 뒤 “우리는 최근 들어 어떤 조사도 받은 적이 없다. 각 점포별로 받았을 수도 있겠지만, 본점이 국세청 조사를 받았다는 얘기는 듣도 보도 못했다”고 의아스러워 했다.
한미은행 관계자는 “지난 2001년 국세청이 어떤 조사를 벌이기는 했지만, 은행을 상대로 한 정기조사가 매 5~7년마다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으로 보건대 이번 국민은행에 대한 조사가 ‘당연지사’는 아닌 듯싶다. 국세청의 ‘적극 부인’에도 불구하고 조사 배경에 관한 얘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사가 김정태 국민은행장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실제로 김 행장은 올 한 해 동안 국세청 외에도 국회의 정기 국정감사, 감사원 등 ‘공무원 집단’으로부터 순차적으로 공격 을 받았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국세청 조사를 여태까지의 연장선상에서 해석하는 분위기”라며 “만약 이번 조사에서 뭔가 다른 것이 나온다면 김 행장으로서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는 김 행장의 올 한 해를 뒤돌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김 행장은 정기국감에서 한나라당에 의해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한나라당은 “김 행장의 지난해 연봉이 다른 은행장보다 3배나 많은 11억원”이라며 금융감독 당국의 조사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 지난 6월에는 감사원이 국민은행을 물고 늘어졌다. 감사원은 당초 국민, 우리, 기업, 외환은행 등 4개 은행을 대상으로 ‘예산집행’에 대해 감사를 벌인 결과 국민은행에 대해서만 ‘연장감사’를 실시했다.
감사원은 “미진한 부분을 보강하기 위한 연장감사일 뿐”이라고 말했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결국 금감위는 지난 9월에 감사원의 지적과 관련해 김 행장에 대해 경고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숱한 홍역을 치렀던 국민은행이 이번에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은 것이 이 같은 상황들과 관련이 있다는 추측이다. 국민카드 처리문제, 임직원 스톡옵션 처리결과, 주택은행과 합병과정, 전산시스템 구축과정 등이 조사범위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이 분야는 김정태 행장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