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KBS 한국인의 밥상
울릉도는 신비한 풍경 속, 육지에선 보기 힘든 귀한 토종 먹거리들로 가득하다.
아름답지만 척박한 자연을 벗 삼아 살아온 섬사람들의 삶의 애환과 지혜가 담긴 울릉도의 토종 별미들을 만난다.
동해의 끝자락에 자리 잡은 울릉도는 수백만 년 전 화산폭발로 형성된 화산섬으로 섬이 생긴 이후 한 번도 육지와 연결된 적 없었던 외딴섬이다.
덕분에 육지에선 보기 힘든 희귀 자생식물 40여 종 등 울릉도 고유의 생물자원이 풍부한 그야말로 토종자원의 보물섬. 그중엔 울릉도 초기 개척민들의 척박한 삶을 지탱해주던 귀한 먹거리들이 있다.
울릉도에서만 자생하는 백합과의 식물인 섬말나리의 뿌리, 명을 잇게 해준 나물이라 해서 이름 붙은 명이나물에 부지깽이라 불리는 섬쑥부쟁이, 삼나물, 미역취 등 울릉도의 봄은 나물로 가득하다.
봄이면 가파른 산자락을 따라 모노레일을 타고 어머니와 함께 나물 채취를 하는 김선화, 정성길 부부는 10년 전 나물 농사 짓는 부모님 곁으로 돌아왔다.
어머니의 비법이 담긴 바닷물에 숙성시킨 명이나물 장아찌와 인삼 향에 고기맛이 난다는 삼나물로 끓인 육개장.
농사지을 땅이 부족한 탓에 끼니를 대신해주던 옛 음식인 명이줄기 범벅과 밤처럼 팍신하고 단맛이 나는 섬말나리뿌리범벅까지 울릉도의 척박한 삶의 애환이 담긴 옛 음식들이 밥상에 오르면 울릉도의 진짜 봄이 시작된다.
울릉도 나물은 사람만 먹는 게 아니다. 부지깽이를 비롯한 섬의 나물들이 길게 웃자라면 베어다 소의 먹이로 쓰곤 했다.
울릉도 약초를 먹인 소라 해서 일명 울릉 약소. 특히 울릉도에서 키우는 소의 대부분은 검은 바탕에 호랑이처럼 줄무늬가 그려진 토종 칡소다. 사라져가던 칡소를 복원해 현재 울릉도에서 키우는 칡소만 300여 마리.
부지깽이나물과 칡, 옥수수 등 자연에서 얻은 사료로 키운 울릉도 칡소는 붉은빛이 선명하고 특유의 향과 깊은 맛이 특징이다.
느끼함이 덜하고 씹을수록 고소한 칡소 구이와 양지에 붙은 기름에 문어를 넣고 매콤하게 볶아낸 칡소문어두루치기, 울릉도에서만 나는 가시 없는 엉겅퀴를 넣고 끓인 선짓국까지 토종 칡소의 명맥을 유지하며 사는 울릉도 사람들의 자부심이 가득 담긴 칡소 별미밥상을 만나본다.
울릉도의 봄은 독도새우의 계절. 미 대통령 방한 시 환영 만찬에 올라 주목받기 시작한 독도새우는 울릉도와 독도 인근 수심 2~300미터 깊고 차가운 바다에서 잡히는 도화새우, 닭새우, 꽃새우를 부르는 별칭이다.
깊고, 차가운 바닷속, 거친 물살을 견디며 사는 독도새우는 껍질만 벗겨 회로 먹는 게 최고. 탱글탱글한 식감에 단맛이 입안에 감도는 게 일품이다.
회로 먹고 남은 새우의 머리를 모아 기름에 튀긴 바삭바삭 고소한 새우머리튀김에 새우와 대게를 넣고 얼큰하고 시원하게 끓인 새우게탕, 삼겹살과 함께 구워먹는 새우구이까지 어디서도 맛보기 힘든 귀하고 맛깔스러운 밥상이 차려지면 고생하며 살아온 지난날도 어느덧 추억이 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