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KBS 한국인의 밥상
‘노령’이란 본래 전북 정읍에서 전남 장성으로 넘어가는 ‘갈재(갈대고개)’를 뜻하는데 험준한 노령산맥 산세를 가로지르는 교통의 요지로 예로부터 여러 문화유적과 경승지를 간직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소설 속 인물 홍길동이 사실은 ‘조선왕조실록’에 이름이 실린 실제인물이며 갈재를 중심으로 활동했다는 얘기를 노령산맥에 기댄 지역에선 어렵잖게 들을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호남지방이 소백산맥에 의해 영남지방과 경계를 이룬다면 다시 전북과 전남으로 나뉘는 것은 노령산맥에 의해서다. 노령산맥은 전북과 전남 사이에 솟아 있는 산으로 면암 최익현이나 우암송시열, 농학농민군, 추사 김정희 등 유배 가던 사람이라면 모두 갈재를 넘어가야했다고 전한다.
노령산맥의 주요 산으로 손꼽히는 진안의 마이산은 두 개의 산봉우리가 말의 귀를 닮았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마이산에서 노령산맥을 따라 조금 더 가면 해발 1000미터 이상의 덕태산과 선각산에 닿는다.
특히 덕태산은 풍수지리학자 최창조 교수가 잠룡을 품은 지형이라 감탄한 바 있는 곳이다. 덕태산 기슭의 백운면 흰바위 마을은 향토사학자이자 도보여행가인 신정일의 고향이다.
외진 산촌이라 오래전부터 ‘온 마을을 뒤져도 정승의 사돈의 팔촌조차 없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인 곳이지만. 그 궁벽함이 그에겐 오히려 재산이 되었단다.
그의 부친은 14살인 그의 중학교 등록금을 노름판에 쏟아부었지만 대신 들과 산을 함께 누비며 약초와 산나물 캐는 법을 알려주기도 했다고.
지난 40여년 동안 전국의 산과 들을 걸으며 온몸과 영혼에 우리 땅을 각인해온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참고사리 조기찌개며 가죽나물부각 같은, 여전히 옛맛을 잃지 않은 음식들을 만나본다.
백두대간이 지나가는 장수군은 산림이 70%를 넘게 차지하는 곳으로 금강의 발원지 수분령 뜬봉샘을 품고 있다. 수분령이란 이곳에 내린 빗물이 한쪽으로 흐르면 금강을 통해 황해로 반대쪽으로 가면 섬진강을 통해 남해로 가게 되어 붙은 이름.
약초꾼 이경숙 씨는 약초꾼 중에서 아주 드문 여성이다. 경력 20년이 넘었다는 그녀는 산에 들어서면 지친 기색 없이 남성 약초꾼들 보다도 빠르고 날래게 산을 탄다.
자신의 몸집만한 대형 더플백이 약초와 산나물로 가득차면 그제야 산 속 계곡을 찾아 갓 캔 더덕으로 갈증과 허기를 달랜다.
근처에 계곡이 없을 때는 더덕에 묻은 흙을 대충 털고 먹기도 하는데. 옛 어른들이 더덕에 묻은 흙도 약이라 하셨기 때문이라고. 탕수약초에서 취나물더덕만두까지 산을 타면서 훨씬 건강해졌다는 이경숙 씨의 노령산맥 약초꾼 밥상을 만나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